문영진 사회복지법인난원 영광노인복지센터장

나뭇가지마다 연초록 잎이 무성하게 들어앉은 것이 엊그제인데 벌써 색 진한 옷으로 바꿔 입었다. 땅을 힘껏 부여잡고 물구나무서 있는 이름 모르는 들풀도 오늘이 마지막인 양 최고의 아름다움을 뽐내려 경쟁하듯 꽃을 피워대고 있다. 이런 꽃들의 향기가 봄바람을 타고 코끝에 전해지면서 밖으로 나오라는 손짓의 유혹을 견디기가 무척이나 힘든 계절이다.

새로움, 출발, 태어남, 푸르름의 생동감과 함께 생명이 움트는 햇빛 따사로운 봄.

몇 주 전 자산어보라는 영화를 관람했다. 태어난 지 석 달도 안 된 핏덩이에게 사내아이란 이유로 군포를 매기고 죽은 지 3년 지난 아버지에게도 세금을 거둬들이는 아전들. 부패할 대로 부패한 관료들로 인해 백성들의 삶은 궁핍하기 그지없었다. 먹여 살릴 능력도 안 되면서 아이를 낳은 것이 내 죄라며 자신의 생식기를 자르는 장면에서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정약전의 흑산도 유배는 지금으로부터 약 220년 전 일이다. 1800년도에는 아이가 태어나고 가족이 많다는 것은 세금을 징수해야 할 수가 그만큼 많다는 것으로 힘든 살림에 그 고초가 얼마나 컸을까 싶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OECD국가 중 최하위다. 여기에 작년 출산율이 더 낮아지면서 역대 최저치를 또 한 번 기록했다고 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출생하는 아이가 사망하는 사람보다 적어지면서 처음으로 자연적 인구 감소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른바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인데 2020년 출생아 수는 272천명, 2020년 사망자수는 305천명. 33천명이 줄어든 것으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게 지난 2월 통계청 발표 내용이다. (2020년 인구자료)

출산인구가 줄어들다 보니 대학 정원 미달, 군 병력 모집의 어려움, 연금과 보험제도의 적자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암울한 미래까지도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나는 이 땅의 마른 자들을 구원하러 온 다산의 상징 출산드라라고 외치며 등장했던 코미디 프로가 있었다. 2005년 당시에는 그저 웃고 즐기는 코너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출산장려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고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야 하는 이런 현실이 되어 버렸다. 출산율이 2019년 대비 19%나 줄어든 원인이 코로나19로 인해 결혼이 줄고 출산도 미뤄지면서 감소세가 더욱 빨라진 것이라고 한다. 출산율은 40대를 제외하고 전 연령에서 감소했으며 평균 출산연령도 32.3세로 0.1세 높아졌다. 출산연령이 높아진다는 것은 결혼도 늦어진다는 것이고 출산할 수 있는 연령도 높아진다는 것으로 출산율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413, 국제통화기금 IMF가 한국의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한 가파른 부채 증가에 대해 우려했다. 한국의 부채와 재정 지출과 관련해 인구의 급격한 감소 속에 노령화에 따라 부채 부담이 폭발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채 증가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부채 부담이 폭발하지 않도록 향후 지출 계획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 추세로 나라 빚이 늘어난다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인데 급격한 인구감소를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마다 인구 늘리기 정책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 체감도와 실효성을 평가해 볼 때 결코 높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지금의 단기처방이나 땜질식 대안으로는 사라져가는 대한민국을 회생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내 주변의 미혼자도 결혼 생각이 있으나 출산은 않겠다고 한다. 아이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 것 같다는 말이다. 물론 이 사례가 모든 청년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나 가볍게 간과할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고 해서 미래를 어둡게 만 볼 것은 아니다. 일자리, 교육, 의료 등의 인프라와 정책 전환이 절실한 때다. 우리나라처럼 저 출산을 경험하다 적극적인 정책 추진으로 0명대 출산율에서 반등에 성공한 프랑스, 스웨덴, 일본들의 해외 사례에서 벤치마킹도 필요하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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