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요즘 제1야당 대표가 역대 최소 나이로 선출 되었다. 시대적 변화를 요구하는 사회의 요구에서 드러난 현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젊은 정당대표가 표방한 것은 공정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경쟁이었다. 나이라는 이상한 가림막을 거둬내고 능력을 위주로 하는 평가는 결코 나쁘지 않은 모양새다. 그래서 바람은 세게 불었고 변화와 낡은 정치의 혁신이라는 기대감은 우리를 설레게 했다. 특히 공정을 말하는 젊은 정치인을 이미 많은 허점을 드러낸 기성 정치인들이 견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당직의 시작에서 출발하는 검증의 단계다. 중책만큼 무거워진 책임감은 공인이라는 의미를 실감케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바로 젊은 지도자의 병역문제가 떠올랐다. 문제는 병역의 의무보다 우선하는 불공정이다. 공정한 경쟁을 주장하며 깨끗한 젊음의 바람으로 당대표라는 막중한 자리를 차지한 인물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누렸다면 상당히 치명적이다. 물론 본인은 이미 검증을 받은 문제로 치부하며 가볍게 넘기려하지만 법리를 떠나 도덕적인 문제가 남는다. 군 대체복무시절 정부의 연수생(SW 마에스트로) 선발과정에서 불거진 이번 일은 상식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모집대상이 재학생이라고 명백하게 나와 있는데 3년 전에 이미 졸업한 사람이 응모했다는 사실과 더욱이 군 대체복무중인 사람은 제외 된다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음에도 응모를 해서 선정이 되었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지 못하다. 통상의 학생들이라면 모집대상이 아니면 응모하지 않는다. 그런데 굳이 응모를 했고 당시 담당 모집관은 특별한 정부의 지침을 말하며 문제없음을 주장했다. 응모자격을 확정해서 공고해 놓고 다른 지침을 뒤에서 만들어 놓았다는 말로 들린다. 물론 빡센 선발자들의 일정으로 인해 방위산업체의 군무를 소홀했음을 예상하지만 본인의 말대로 허락을 받은 사항이니 따질 마음은 없지만 튀어나오는 문제는 역시 불공정을 바탕에 깐 특혜이다. 특별히 받은 권리에서 공정한 경쟁을 찾을 수는 없다. 최종 선발 엔트리에는 졸업생은 그나마 없었고 모두 재학생으로 표기가 되어 있었다. 졸업생은 모집대상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자격요건을 갖췄던 재학생 누군가는 정부 지침의 특권을 하사 받은 사람에게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본인은 이 사안을 자꾸 병역의무로 끌고 가려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공정한 경쟁과 도덕성에 있다. 물론 특별한 지침을 동원해서 군 복무 중에도 고급 컴퓨터와 연구시설 그리고 매달 일이백씩 주어지는 장학금까지 받을 수 있는 능력을 경쟁으로 생각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공정한 경쟁이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다. 어쩌면 빈부의 격차가 만들어내는 여건이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공정한 경쟁의 룰(rule)은 이미 깨졌는지도 모른다.

이제 사회적 구속은 80%의 현실에서 시작해야 한다. 부모의 영향력은 우리 인생의 80%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공정한 경쟁력을 찾는다는 것은 망상이다. 우리 자신 혹은 아이들이 특별한 어떤 계층의 사람들과 대등한 것은 시간외에는 없다. 시간은 불공정하지도 특권을 주지도 않는다. 그나마 특별한 사람들과 죽음이라는 중요한 사안을 공평하게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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