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며칠 전 고위 공직자가 사퇴를 하고 정치권으로 들어왔다. 그것도 자그마치 대통령 출마 선언과 함께 출발했다. 문제는 역임했던 공직이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검찰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판사출신 감사원장이 돌연 사퇴를 하고 역시 대통령 출마를 예고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감사원도 사정기관이다. 다시 말해 위법행위를 조사하고 수사하는 기관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권은 고민이 많다. 현재의 법을 고쳐서라도 사정과 수사기관의 수장들이 임기 내에 사퇴를 하고 출마선언을 하는 경우는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상식적으로 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정치적 의도를 갖는다면 현직에서 얼마든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상대의 비리를 수사하고 약점을 잡아 비축해 둘만한 힘을 가진 수사력과 사찰력을 가진 기관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검찰의 수장이 현직을 버리고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다. 고의였든 고의가 아니었든 간에 자신의 상관이었던 장관을 수사로 엮어 가족까지 매장시켰다. 문제는 그 장관이 당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르던 시기라는 점이다. 만일 이 시점에서 본인이 정치를 생각하고 있었다면 의도적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고개를 든다. 그래서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은 정치성을 배재해야 맞는 것이고 임기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두 사람이 모두 임기 전에 사표를 내고 대선에 출마를 한다는 말이 기정사실이 되고 있으며 한 사람은 이미 기자회견까지 마쳤다. 상식적인 입장에서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모두 현 정권에서 간택되어 벼슬을 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방법은 살아 있는 권력인 현 정권에 저항하는 연출을 선택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항하는 정의를 보여 준다는 형식이다. 엄격히 말해 목적을 위한 배신이요 신뢰의 저버림이다.

특히 며칠 전 기자회견장에서 이루어진 윤 전 총장의 발언은 몇 군데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우리 서민의 입장에선 정치만 잘해주면 인물을 진영논리로 가리진 않지만 민족성을 부정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일본과의 대치관계를 우리 정부 탓으로 돌렸으며 그것도 일본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2년 전 일본이 수출규제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공격했고 우리는 최선을 다해 방어에 성공했으며 일본 의존도를 당시보다 절반으로 끌어내리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여기에 이젠 일본을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부를 갖게 해준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자연스럽게 부친이 일본 문무성 1호 장학생으로 유학을 다녀왔다는 소문으로 연결이 된다. 더욱이 그가 대선출마를 발표한 자리는 윤봉길 의사 기념관이다. 그런데 일본 옹호 발언과 죽창가를 폄하한 발언을 했다. 알다시피 죽창가는 동학농민운동 당시에 불렸던 노래다. 동학운동에 일본군이 개입했고 이때부터 죽창가는 일본을 대상으로 하는 척왜의 노래가 되었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자신의 조상인 윤봉길 기념관에서 공식적으로 이를 폄하했다. 이러한 그의 행동을 다수의 평론가는 일본의 극우를 넘어서고 있다고 했다. 윤봉길 의사의 손녀는 자신의 조부가 목숨을 바쳐 지켰던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당에서 국회의원 감투를 썼다. 그리고 그의 후손인 윤 전 총장은 기념관에서 오히려 일본을 옹호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였다. 물론 자신들은 의미 없다는 손사래를 치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다수의 국민은 불편하다. 총장과 원장은 출마 변을 국가가 망가지는 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 전에 공직자의 윤리가 망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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