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가 방아찧는 이야기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백수해안도로 하원미술관서 김정은 화가 초대전

백수해안도로 중턱에 자리잡은 하원미술관에서 김정은 화가 초대전 ‘달을 보며 꿈꾸는 旅程에서’를 15일까지 진행한다.       

 

아름다운 달이 위안이 됐으면…

백수해안도로를 달리는 도중이라면 꼭 방문해야 할 명소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하원미술관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하원미술관에 전시된 김정은 화가의 개성 넘치는 30여 점의 작품이 미술관을 방문한 관람객들과 미술애호가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넓은 천에 번진 먹물이 그린 절경 속에서 달이 떠오른 작품이 눈에 띈다. 검은 먹으로부터 밝은 빛을 향하여 피어오르듯 그려낸 작품이 인상적이다.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위로해 주는 것만 같은 형상을 화폭에 옮긴 김정은 화가와 지난 4일 대화를 나눴다.
‘사람은 죽어서 하늘에 별이 된단다’, ‘달에는 방아 찧는 토끼가 살고 있어’, ‘너는 별나라에서 온 아기천사야’…. 어렸을 적 부모님께 한 번쯤 들어봤을 동화 같은 이야기들이다. 김정은 화가는 유년시절 엄마와 엄마에게서 전해져 내려온 이런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하는 궁금증을 화폭에 담았다. 약 7~8년간 설화의 근원을 찾고자 역사를 추적하면서 아주 멀리서부터 전해져 오는 중국 고대 최초의 사적 자료를 토대로 논문을 작성했고 거기서 얻은 영감을 그림으로 표출했다. 논문을 위해 깊게 조사하면서 그는 상상 속에나 가능할 것만 같은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사실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것이란 걸 깨닫게 된다. 
‘조선후기에 표현된 생명관’이란 논문을 쓴 성균관대 예술철학박사 김정은 화가는 단국대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한 뒤 다수의 개인전과 초대전에 참여했다. 또한, 대한민국 미술대전 등에서 다수의 수상을 하였으며 다양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름다운 달을 보며 이어져왔던 우리의 정서를 잃어버리고 지금은 생명을 단순히 생물학적으로만 바라보고 있잖아요. 현대인들에게 생명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인식을 다시 한번 깨우치고 감흥을 불어일으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표현하는 것이 꼭 옳은 것이 아닐 수 있지만, 지금 이 시대에 느낄 수 있는 현재의 모습, ‘김정은 화가’ 저만의 세계를 표현한 거죠.” 
김정은 화가는 신비로우면서 영원한 생명을 상징하는 달에 주목했다. 음과 양이 만나 조화를 이룬 것처럼 씨줄과 날줄이 만나 완성된 넓은 천은 작가만의 작은 세계다. 토끼가 방아를 찧는 이야기 속에서 달은 예로부터 여성성을 상징했으며, 여성은 생명을 잉태한다. 그는 작품을 통해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신비로운 것인지 전하고 싶었다. 또한, 먹빛으로 새까맣게 물든 천에서 피어오르는 꽃을 표현함으로써 ‘나타나 있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보기에만 아름다운 그림이 아니라 그림을 읽을 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림 속에 재밌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하원미술관에서 김정은 화가의 예술적 감성이 그대로 녹아 있는 작품을 보고 미술과 한걸음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어두운 먹빛에서 피어오른 밝은 달처럼 각박한 삶에 미술이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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