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앞서 치러지는 경선장이 뜨겁다. 정책보다는 네거티브가 우선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진 않지만 이재명 후보에 이어 이낙연 후보도 네거티브 중단 선언을 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다. 네거티브에 비례해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모습은 다른 캠프 곳곳에서도 일어났던 현상이다. 이는 일반인 눈에도 너무 확연하게 보였다. 아무튼 남은 기회 중에서는 가장 빠른 판단이니 다행이다.
요즘 불거진 소위 ‘고발사주’라는 뜨거운 이슈는 사실 대선의 전초전이었다. 사전공작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대선정국으로 돌입하기 전에 유력한 상대를 제거해야 한다는 공식으로 받아들여야하는 현상이다. 특히 우리 역사에서 많이 나타나는 이러한 정적제거공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쩌면 정당한 경쟁을 통한 등극보다는 암수와 모략 혹은 공작으로 상대를 제거해버리는 방법이 훨씬 간단하고 쉬웠기 때문일 것으로 예상이 된다. 조선왕조의 역대 27명의 임금 중에서 독살설에 오른 숫자가 무려 8명이다. 거의 삼인 중 한 명이다. 흔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왕권에 비유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르다는 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당시 왕권이 현재 대통령보다 약했다는 것이 역사가들의 통설이다. 왕의 의미는 붕당을 이룬 거대 세력의 상징적 의미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중앙정부의 왕권을 확립하기 위한 시도를 했던 왕은 거의 독살을 당했다. 현군 세종 역시 한글을 창제하면서 신하들의 반대에 부딪혀 혼자 숨어서 일을 하다시피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왕의 정책이란 세도가들의 ‘아니 되옵니다.’로 거의 좌절되기 마련이었다. 그래도 고집을 피우는 왕은 독살을 하거나 반정으로 갈아치웠다. 결국 영조는 친아들인 사도를 뒤주에 가둬 굶겨 죽이는 퍼포먼스까지 벌리며 정권을 유지해야 했다. 자신이 경종의 독살설을 딛고 왕의 자리에 앉았다는 약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선 최악의 반정은 인조반정이라는 것이 사가들의 통설이다.
현대사로 들어와서도 ‘제거’의 정치는 계속되었다. 정권을 잡기 위한 정적의 제거는 ‘암살’이라는 방법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김구는 당시 정적이었던 자유당 세력에 의해 암살을 당했고, 박헌영은 김일성에 의해 제거 되었다. 여운형은 극우파 한지근에게 암살당했으며 장준하는 군사정권에 의해 암살 되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군사정권에 의해 암살 직전 구출되었던 적이 있다. 이러한 암살 제거는 이제 정치공작으로 모습을 바꿔 정가를 달구고 있다. 정적이 될만한 인물을 사전에 감찰이라는 올가미로 엮어 법의 이름으로 매장을 시키는 방법이다. 목숨은 끊지 않지만 인격살인이라는 더욱 잔인한 방법이다. 사람이 인격이 짓밟히면 스스로 죽는다. 이렇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노회찬 전 의원, 박원순 전 시장이 다시 희생 되었다. 본인들이 죽을만한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굳이 평하면 조금 거친 네거티브가 큰 회오리를 만든 것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고발사주 역시 사실이라면 검찰의 정권장악을 위한 정적제거의 방법이다. 그렇게 한명숙이 당했고 이재명이 당했을 것이다.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김경수, 안희정, 박원순, 조국 역시 한 묶음이라는 생각이다. 정권창출에는 정의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비겁과 공작이 오히려 난무한다. 하지만 이들이 정치의 기본으로 내미는 외침이 정의와 공정이다. 이를 판단하고 선택하는 역할은 국민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