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시인

강구현 시인
강구현 시인

추석명절을 품은 9월이 되면 산과 들엔 오곡이 알알이 영글어가고 온갖 과일들도 익어가듯 바다도 마찬가지로 풍성해진다.

가을 전어와 농어를 비롯해 고기마다 살이 오르고 지방질이 풍부해진다.

칠팔월의 뜨거운 태양빛에 의해 높아진 수온 때문에 바닷 속 고기들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맥을 못추고 있다가 815일을 전후해서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수심 깊은 곳의 피서지를 벗어나 먹이활동이 활발해지고 활성도가 높아진다.

서해안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오묘한 자연의 섭리(攝理])

돌아온 계절을 놓칠세라 서둘러 채비를 갖추고 출조를 한다. 대상 어종은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붕장어.

일단 출조를 하게 되면 일촌광음(一寸光陰)이 불가경(不可輕)이다. 고기들이 제아무리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한다해도 밀물과 날물에 따라 입질을 하는 시간대가 따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적당한 포인트를 골라 닻을 내리고 원투(遠投)를 하자 이내 입질이 온다. 한 마리 두마리 세마리...연신 올라오는 붕장어들. 그런데 함께 온 친구는 아직 한마리도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못잡는 것이 아니라 입질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가 없을리 없다. 채비가 틀렸기 때문이다, 바다의 모든 어구어법은 대상어종의 특성이나 습성, 생태, 바다 환경, 식성, 활동양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그 특성에 맞게 채비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는 대상어종인 붕장어를 자기 방식대로 낚아보겠노라고 엉뚱한 채비만을 고집하니 몇 시간 째 입질 한 번 받지 못함은 당연한 현상이다.

"채비를 대상어종에 맞도록 바꾸라"고 권유해도 끝내 고집을 꺾지 않는다. 그 고집은 끝내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당연한 조과로 끝이 났다.

사소한 것이지만 섭리에 따르지 않은 결과다.

바다 낚시엔 왕도(王道)가 없다.

그러나 제아무리 채비를 잘 갖추고 낚시를 던져도 하루종일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 생각해보면 날씨, 수온. 물 때. 물 색, 유속, 물흐름의 방향, 바람...등 낚시 하기엔 최상의 조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종일 대상어종으로부터 입질 한 번 받아보지 못함은 아직도 그 오묘한 자연의 섭리를 파악하지 못 한 미혹(迷惑)함 때문이리라.

오로지 성심(誠心)을 다할 수 밖에.

바다낚시를 농사에 견주어볼 때, 하급농부는 풀농사를 짖고(하농작초:下農作草), 중급농부는 곡식농사를 지으며(중농작곡:中農作穀), 상급농부는 땅농사를 짖는다(상농작토上農作土)

는 옛 섬현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필자의 첨언을 하자면 성농작인(聖農作人:성인급 농부는 사람 농사를 짖고 ), 선농작심( 仙農作心:신선의 경지에 도달한 농부는 마음농사를 짖는다 )의 경지를 생각하게 된다.

자연의 바다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인간의 바다다

자연의 바다는 기상조건이나 지구환경 변화에 따라 변화하기에 그런 조건이나 환경을 잘 파악해서 대처하면 별 무리가 따르지 않지만 인간의 바다는 그 자연적 섭리로도 파악할 수 없어 그 깊이와 넓이를 헤아릴 수가 없다.

빛의 속도보다 빠른 것이 있다면 그 것은 인간의 상상력이고,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넓은 것이 있다면 그 것은 인간의 뇌와 심리구조이리라.

그 것들이 어찌보면 뻔 한 것이기도 한데 문제는 그 변화무쌍함이 어떤 패턴이나 구조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극단적 이기심에 의한 무작위적 행동양식으로 나타나는 것이기에 더욱 난해하다.

요즈음 각 정당마다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고 있는 행태를 보면 여야가 한치의 차이도 없이 똑같이 일치하는 모습이 있다.

첫째가 검증이란 명분으로 상대 당 후보에 대한 생트집 잡기, 두번째가 같은 당 경쟁자 흠집내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느 후보에게서든 자신의 진정성이나 내적 아름다움, 정의감이 보이지 않고 외형의 치장된 모습만 보일 뿐이다.

진정한 대선후보가 되려거든 상대방 깎아내리기에 목숨 걸지 말고 성농의 작법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고, 선농의 작법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라.

금년 추석 연후에도 수많은 유권자들은 호수로 바다로 나가 낚싯대 드리우고 생각할 것이다,

어느후보가 하농이고 중농이고 상농이고 성농이고 선농인지를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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