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요즘 정치와 언론이 적당히 버무려지면서 큰 혼란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야의 정쟁에 심판을 맡아야 할 모든 커뮤니티는 자신들만의 이권을 좇아서 기울어진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여기엔 이성도 합리도 없으며 영역논리를 바닥에 깐 편협만 있을 뿐이다. 편견도 지독한 편견이다. 국가의 위상은 물론 국익 위에 존재하는 비논리적 판단은 때로 국제적인 창피를 사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의 가슴엔 양심과 체면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UN에서 문 대통령과 BTS를 초빙했다. 대부분의 메이저 언론은 대통령이 인기몰이를 위해 BTS를 데리고 갔다고 했다. 그리고 경비도 지불하지 않았다는 기사를 거침없이 썼다. 물론 모두 잘못된 기사들이지만 이를 강하게 어필하는 정치인도 없었고 언론도 없었다. 이젠 그러려니 넘어가는 모양새다. 국가의 명예와 위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젊은이들을 순간에 ‘정치적 이용의 대상’으로 재생산해 내는 세력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이들은 BTS가 얼마나 대단한 뮤지션인지 혹은 세계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전혀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 그리고 우리 문화가 어떻게 국제사회에서 평가를 받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기생충과 미나리 그리고 현재 오징어 게임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문화현상은 어쩌면 우리에게 문화충격으로 받아들여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염된 정치인의 시각으로 더럽히고 있다. 정치판은 그렇다 치더라도 문화판은 최소한 거국적인 시각으로 별도의 중립을 유지해야 맞다. 이젠 경제와 문화의 양면에서 소위 ‘국뽕’을 생각해도 된다는 의미다. 되돌아보면 우리의 시작은 김대중 대통령의 IT강국 지향 아니었던가. 이렇게 한국은 IT의 강국이 되었고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되었다. 현대사회는 아날로그가 아니다. 이른바 속도 전쟁이다. 세계 최초로 5G가 깔리고 인터넷은 초고속이다. 어느 순간 정치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 되어 있었다. 문득 돌아보니 선진국이다.
넷플릭스를 보는 83개국 전체를 오징어 게임이 1위를 차지했다. 쇼킹을 벗어나 일대 사건이다. 마지막으로 이질적 문화의 인도마저 점령했다. 알다시피 인도는 타국의 문화에는 전혀 융화하지 못하는 독특함을 갖고 있는 나라다. 구글과 페이스 북 등의 첨단산업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인력이 들어가 있는 곳이 바로 인도지만 ‘아바타’는 물론 ‘스타워즈’시리즈가 참패를 한 곳이 인도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오징어 게임이 시청률 1위를 만들어 낸 것이니 기적에 가깝다. 이유 없이 인도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인도를 우리는 너무 모르고 있다. 구글의 CEO ‘순다 피차이’도 인도 사람이고 포토샵(Photoshop)의 미국 어도비(Adobe)사 CEO도 인도인이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리’와 IBM의 CEO 역시 인도인이다. 첨단 기술의 정점에 서 있으며 타문화에 아주 인색한 나라에서 마지막 83번째의 1위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런데 문화한국을 이끌겠다는 대선 후보가 손바닥에 왕(王)을 새기고 토론회에 나타났다. 부인은 무속을 주제로 논문을 썼고 본인의 주위 역시 강한 무속의 기운이 맴돈다. 과거 그가 자리했던 곳에는 무속인이 같이 했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이제 그가 대통령이 되면 손에 왕이라는 글씨를 새겨준 사람이 국정을 결정할 것 같다. 우리나라 위기는 민비와 박근혜로 이어지는 무속이었다. 첨단을 달리는 세상에 무속이라니 발상이 신박하다. 한국은 이제 문화국가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문화는 국제적 위상을 좌우함을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