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시인
베푸는 것보다 더 행복한 것은 나눔의 삶이다.
베푸는 것은 보람이고 나누는 것은 행복이다.
타율이 아닌 자율이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믿고, 네가 나를 믿고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어 따뜻한 시간들. 그렇게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들은 나누고 베푸는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서로서로의 가슴과 가슴에 마음의 무지개로 다리를 놓는 참행복의 시간들이다.
불모의 땅 설한의 차가움 속에서 꽃대궁 치켜세운 난의 향기처럼 요란스럽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인정이고 혼자이지 않아서 매서운 툰드라의 계절풍도 당당하게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함이다.
봄비에 오얏꽃 피어나던 밤의 꿈도, 초록이 뚝 뚝 장맛비로 떨어지던 습도 높은 여름날의 불쾌지수도, 가을비에 오동잎 지던 때의 쓸쓸함도…
년중행사로 찾아드는 구시월 도지기와 함께 세월의 저편으로 흘러가서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지금, 2021년도 이젠 겨울의 절기만이 남아서 또 하나의 지난날이 되기 위해 시간을 재촉하고 있다.
그 겨울의 초입에서 언천의농(言淺意濃:평범한 말 속에 풍부한 뜻)을 생각한다.
“이기려고 싸우는건 아니다.
다만
나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누가 한 말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판의 상황을 뉴스로 통해 보면서 필자가 생각해낸 말이다.
여(민주당) 야(국민의 힘) 대선 후보들과 양당은 지금 전쟁중이다.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는 경쟁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상대방 죽이기 전투다.
서로가 서로를 고발해놓고 치고 패고 두들겨 맞고 난리가 아니다.
아마도 양쪽 모두가 “대권을 장악하지 못하면 이는 곧 죽음이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대권을 뺏기면 패(敗)자는 패(霸)자의 법에 의해 자신들의 부정이 드러나고 더이상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신들의 죄를 스스럼 없이 국민들과 만천하에 드러내놓고 자인하는 꼴이다.
사실이라면 참으로 암담한 일이며 나라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범죄자들에게 국가 운영을 맡겨야 할 판이니…
千計萬思量
천계만사량
紅爐一點雪
홍로일점설
泥牛水上行
니우수상행
大地虛空裂
대지허공렬
천 가지 만 가지 생각이
붉은 화로에서 녹아지는
한 점 눈이구나.
진흙소가 물 위를
가로질러 가니
대지는 허공서 찢겨져 나간다.
서산대사의 입적 시처럼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송이에 불과한 생각들로 양심이 돌덩어리 된 채 헛된 욕심 욕망에만 사로잡혀 잔머리 굴려 가며 국민을 기만하고 아랫도리 가랫톹이 서도록 ‘메타버스’ ‘청소차’ 타고 헛수고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논갈이하며 천지를 구분할 줄 아는 황소의 성실함과 농부의 지혜부터 배우라.
살아남기 위해 정쟁하지 말고 국가와 민족을 위한 진정한 승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
그 결과는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모두가 기쁨이고 행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