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사람은 평생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산다. 흔히 말하는 인연이다. 불가에서는 인과 연을 따로 나누어서 의미를 부여하고 설명을 하지만 인간관계라는 뜻을 벗어나진 않는 말이니 굳이 구분할 필요 없이 하나의 단어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상호간 신뢰이다. 신뢰는 평소의 언행에서 드러나기 마련인데 말과 행동의 일치는 중요한 판단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주위에서 쉽게 찾아지는 언행의 불일치는 당사자에 대한 믿음을 무너뜨리고 인격의 범위까지 침범한다. 약속 역시 중요한 믿음의 요소로 작용한다. 약속이라는 의미 자체가 상호간의 신뢰로 이루어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속을 쉽게 잡고 쉽게 어기는 사람과는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 종류의 사람과 관계유지를 위해 금쪽같은 내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없다. 아무렇게나 던지고 지키지 않는 약속은 시간절도이며 관계를 가볍게 생각하는 아주 좋지 않은 행동이다. 그런 상대를 위해 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신뢰와 믿음은 상호작용이지 일방작용이 아니다. 결국 가장 먼저 주변에서 정리가 되어야할 인연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다.

최근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유력 후보가 약속을 어겼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다. 젊은이들과의 소통을 위한 토론장에 무려 한 시간을 지각을 한 것이다. 문제는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임을 인지하지 못한 그의 행동이다. 심각한 사회성 결핍이다. 물론 토론의 내용은 토론이 아닌 팬 미팅에 불과한 음식과 학창시절 추억 되새김의 수준에 그쳤지만 당사자의 수준이니 거론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 시간을 넘게 기다린 많은 젊은이들의 귀중한 시간은 약속에 무감각한 개인의 행위로 인해 허비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방송국의 출연에 다시 20분 정도를 늦게 도착했다. 국제포럼에서의 2분에 가까운 무언의 방송 사고를 내더니 다시 시간을 철칙으로 하는 방송에 지각 사고를 냈다. 이쯤이면 인성(人性)의 문제다. 약속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이다. 공직에서도 국가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데 약속이라는 개념의 부재는 무척 심각한 문제가 된다.

대선의 후보라면 일반인이 넘보지 못할 나름의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특히 정치철학은 확고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모든 공약은 작성이 되고 인물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런데 정치의 목적이 정권탈환이라는 단순 명제에 휘둘리게 되면 진영을 위한 투사 외에는 아무것도 성립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정권을 탈취해간 상대를 향한 적개심의 발로로 나타나는 복수 말고는 할 게 없다. 결국 정치보복으로 이름지어지는 후진국 형으로 후퇴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국민의 수준이다. 아직 깨침과는 거리가 멀다. 공인의 위치에선 할 수 없는 표현이기에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뼛속 깊이 느끼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을 굳이 언론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자신의 안일함에서 찾아야 한다. 문제를 의심과 의혹으로 풀지 않고 직관적인 여론에서 찾는 행위는 그래서 위험하다. 언론은 자신을 위한 선동자이며 3의 정치를 하는 기관이기에 쉼 없이 사실을 왜곡하고 호도한다. 그들의 선택은 언론의 자유를 위한 외침이 아니며 자신들이 필요한 권력을 선택하고 편승해서 이권을 향한 일정한 지향점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에겐 약속이라는 중요한 신뢰와 정치철학을 바탕으로 한 정책공약은 중요치가 않다. 약속은 배신의 대치점이며 배신은 다시 배신을 낳는다는 것이 진리라면 선택의 기준점은 분명해진다. 참고로 나는 약속을 세 번 어기는 사람의 전화번호는 망설임 없이 지워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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