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시인

강구현 시인
강구현 시인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가슴에 금이 갔다./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하느님의 광장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널직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사람 가까이서/사람과 같이 사랑하고/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ㅡ김광섭 "성북동비둘기 전문ㅡ

비둘기는 자유와 평화의 상징이다.

이 시는 사랑과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1960년대 말 문명과 도시 개발에 의한 자연 파괴로 보금자리를 상실한 채 쫓기는 신세로 전락해 버린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도시화, 산업화로 인해 성북동 산에까지 문명이 침투하면서 본래 그곳에 살던 비둘기는 보금자리를 잃고 떠돌이 신세가 된다. 결국 비둘기는 가는 곳마다 인간 문명에 쫓기는 신세가 되어 사랑과 평화가 있던 옛날을 그리워하게 된다. 시인은 비둘기가 처한 그런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무분별한 개발이 우리 인간의 삶에 끼칠 악영향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칠산바다. 수많은 어종을 비롯해 백로, 청둥오리, 기러기, 두루미, 고니(백조) 등 철새와 괭이갈매기·바다직박구리, 가마우지, 재갈매기, 흰꼬리수리, 흰 물떼새, 도요새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새들이 서식하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천연기념물 제 419호로 지정된 세계적 보호종인 저어새가 서식하고 있으며 넓은 갯벌과 저조시 얕은 갯고랑이 많기때문에 저어새의 서식지로는 최적환경이다.

그런 천혜의 환경 조건을 갖춘 곳인 염산 백수 일대 바닷가에 태양광 발전소 및 풍력발전 단지가 조성되면서 양질의 생태환경 파괴로 인한 부정적 현상들이 벌써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백수읍 하사리 일대와 염산면 신성, 두우, 송암리 주변의 육상풍력 발전소가 가동되면서부터는 해마다 찾아오던 겨울철새의 진객인 백조들이 발길을 끊었고, 해마다 수 만마리씩 찾아오던 청둥오리, 기러기 등 겨울철새들의 개체수는 발전소 가동 이전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몇 십만평의 염전과 간척지 주변 습지가 태양광 발전소 건설로 인해 이미 사라져버림으로써 백로 왜가리 등 텃새들의 보금자리도 함께 사라져버렸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정책이 또 다른 환경파괴의 요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201012162,500규모의 서남해안 해상풍력단지 개발을 위한 지식경제부 해상풍력 추진단을 발족하고 지난해 1111일에는 서남해 2,500해상풍력 종합추진 계획발표와 함께 해당 지자체 및 발전회사와 풍력설비개발사들이 참여하는 해상풍력 추진 협약식을 체결했다.

이정도의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무려 여의도(8.4) 60배와 맞먹는 500의 어마어마한 면적이 필요하다.

이는 각종 어류와 물새들의 서식환경이 최적의 조건을 갖춘 칠산바다와 그 연안을 온통 풍력발전으로 뒤덮어서 모든 생태환경을 완전히 파괴해버리고자 하는 환경파괴정책에 다름 아니다.

추측컨대 이 사업이 계획대로 완료되고 나면 칠산바다 일대의 모든 생태환경은 회복 불가능한 불모지로 전락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며 더 이상은 우리지역을 친환경 청정지역이라 자랑할 수도 없게 될 것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약 5.200여 마리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멸종 위기에 놓인 국제 보호종으로 지정되었지만 우리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저어새의 보금자리 또한 사라질 것이다.

동식물의 생태환경은 인간 삶의 생태환경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우리 지역에서 수 천년 동안 서식해오던 동식물들이 생태환경의 파괴로 인해 그 모습을 감추게 된다면 우리 인간들의 생태환경 또한 척박해지고 삶도 그만큼 피폐해진다.

그런 현상은 이미 발전소 사업 주변에서부터 발생되고 있다.

단순히 가시적 자연환경 파괴뿐만이 아니라. 그 사업으로 인한 정부의 정책편의주의, 사업자 사업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인해 지역 발전기금이니, 피해보상이니 하는 유인책으로 지역민들의 갈등을 유발시킴으로써 마을공동체 파괴, 지역공동체 파괴 등은 물론 자유와 평화, 인정, 의리, 화합, 배려 등 전통적 가치관이나 인간적 윤리관까지도 파괴시키고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이제 우리 지역에서 삶의 주체인 지역민 모두가 우리들 삶의 원형이 형질 변경되지 않도록 마음을 모아야 하고 자연적 생태환경의 보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모든 것을 잃고 나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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