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단연 의식주이다. 여기에 색깔로 치면 간색에 해당하는 게 언어와 시각 그리고 맛, 후각 등이다. 이들 중에서 하나만 잃어도 우리는 엄청난 불편은 물론 상실분야의 모든 느낌을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 흔히 농아자라고 하는 사람은 귀가 들리지 않아 언어를 배우지 못한 선천성이 대부분이다. 언어의 중요함은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다. 가장 빠른 의사소통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소통의 중심을 이루는 언어가 잘못 전달되었을 경우다. 사안이 중요할수록 피해는 커진다. 언어는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에 바탕엔 신뢰를 깔고 있다. 언어가 신뢰를 잃으면 인격까지 무너지는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된다. 그래서 말은 당사자의 인격을 대신하기도 하고 지식을 대변하기도 한다. 글로 표현을 하면 잘 되는데 말은 안 된다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글은 말이고 말이 곧 글이라는 등식과 맞지 않는 상황이다. 문제는 글과 말을 정립시키는 속도에 있겠지만 지식을 순간에 말로 내보내는 것도 능력이다. 특히 국가를 대변하는 직에서 활동하는 사람의 언변은 대단히 중요하다. 대화 앞에 유난히 추임새를 많이 붙이며 눈동자가 안정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신뢰적 대화를 이어 나갈 수가 없다. 대화의 양상만으로도 이러한데 자신이 과거에 했던 말과 전혀 다른 소신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는 말이 수시로 튀어나오면 불신을 넘어 인격 자체가 무너진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본인이 뒤늦게라도 인지하면 부끄러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정치인과는 무관하다. 그들의 말과 약속은 수시로 변하고 과거의 발언엔 소위 깐다. 국민과의 약속으로 시작하는 게 정치라면 이상한 현상이다. 결국 거짓말 약속으로 유권자를 속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부끄러움이나 체면을 이들에게선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욕망과 거짓은 정비례한다는 등식이 성립한다. 평소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열심히 살던 사람도 일단 국회에 들어가면 거짓말과 몰염치의 무리에 시나브로 동참하고 만다. 물론 모두 그렇다는 전제는 무리이다. 열심히 몸과 마음으로 뛰는 의원도 몇 분은 있다. 하지만 23선으로 가면서 역시 같은 색으로 동화 된다. 자신의 발언에 책임지지 않는 곳, 대한민국의 정치판이다. 그래서 거짓말이 난무하고 조금이라도 정직을 추구하는 정치인은 도태되는 이상한 나라가 되었다. 요즘 대선판에서 불거지는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선거캠프가 비정상이니 주자도 흔들리고 국민도 흔들린다. 진실과 거짓의 혼돈이다. 이른바 카오스 정치다. 여기에 대선주자는 총론 공약만 외치고 있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사안을 다루는 각론 공약이다. 대한민국 정치판의 후퇴를 보여주는 2022대선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든다. 모든 것이 선진국 대열로 들어선 현실에서 정치만 퇴보하고 있다. 진영이라는 프레임은 국민의 눈을 가리고 귀를 왜곡하고 있다. 국민을 위해 어떻게 일을 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온갖 거짓말로 나라를 흔들어 판단력을 상실시키고 있는 것이다. 언어의 순행역할을 역 이용하고 있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언어는 신뢰를 무너뜨리는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으며 판단력을 흩어지게 만들어 오직 편짜기의 굴레로 몰아간다. 이젠 정치판에서 나오는 누구의 말도 절대적인 믿음을 갖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성경에서도 가장 중요한 화두는 거짓말이다. 하와(Eve)뱀에게 속아서 따 먹었습니다.”고 했다. 거짓말의 시작이기에 앞서 가장 원천적인 재앙이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가. 영국 작가 ‘Ian Leslie’항상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다.”고 했다. 한국 정치판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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