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래 14년간 어르신들 무료 점심 대접
2015 영광군 표창, 2019 ‘국무총리표창’(국민추천포상) 수상

영광터미널 인근에서 작은 찻집을 운영하면서 2008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어르신께 무료로 식사 제공해온 고려다방 양금님(64) 씨를 만났다.

 

 

14년 이어온 선행, 고려다방 양금님 씨

 

지난 1221, 올해 동짓날을 하루 앞둔 장날. 추운 겨울 날씨에도 훈훈한 동지팥죽의 온기와 따뜻한 인심으로 가득한 곳이 있다. 바로 영광터미널 상가 2층에 자리 잡은 고려다방이다.

구수한 커피향 가득해야 할 다방에서 팥죽이 가득한 커다란 냄비를 젓고 있는 다방 주인 양금님(64) 씨의 사연을 들어봤다.

이곳 고려다방은 2008년 다방을 열면서부터 1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어르신들을 위해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평소에는 밥과 국, 반찬으로 차려진 밥상이지만,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메뉴가 차려진다. 이날은 마침 장날이 동지 전날이라 단골손님들을 겸사겸사 모시기 위해 동지팥죽을 쒔다.

그냥 팥죽 사다가 드려블제 뭣한다고 잠도 못 자고 맹글고 있냐고 딸이 난리여, 지금. 해주고 싶어서 하는 거여 그냥. 몸이 되아 죽겄어도.”

단골 어르신들 유난히도 추운 올 겨울 따뜻하게 보내시라고 몇 인분인지도 모를 많은 양의 팥죽을 쑤기 위해 양 씨는 새벽4시부터 팥을 삶았다. 2년 만에 모처럼 딸이 해준 머리를 혹시나 자국이 남을까 묶지도 못하고 가스불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이다.

매일 식사를 준비하느라 몸이 고된 것도 있지만, 다방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건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단골손님들의 빈자리다. 때마다 다방이 꽉꽉 찰 정도로 찾아오시던 약 50명의 단골손님들이 지난 세월동안 20명도 넘게 돌아가시고 이제는 20명 정도의 발길만이 이어진다.

양 씨의 스마트폰에는 다방과 함께 해온 추억들로 가득하다. ‘오늘은 낮에 뭣 할랑가? 생선 사다가 하소말하시며, 그놈이라도 보탬이 되어야 한다고 만원짜리 하나 쥐어주시던 단골 어르신. 노인들한테 이렇게 봉사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유독 잘해주시던 분이었다. 지금은 요양병원에 계시는 어머니가 건강하실 때 다방에서 손님들과 얘기도 나누고 웃으며 박수 쳐주시던 모습들. 함평나비축제나 단오제가 열리면 어르신들 싹 모시고 김밥이며 먹을 것을 장만해서 이고지고 나들이 갔던 날들. 스마트폰에 기록된 사진과 영상을 바라보는 양 씨의 두 눈에 눈물이 맺힌다.

고생한다고 차 한잔씩 하라고 그럴 때가 제일로 행복하제. 고생한 만큼 말 한마디라도.”

18세라는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간 양 씨는 27세에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며 남겨진 다섯 아이를 길러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했다. 몇 년 전엔 교통사고로 고관절수술을 하며 다리도 불편한 데다 올해 설 막 쇠고 뇌경색 직전까지 이르며 수술을 겪은 터라 이제 몸도 예전 같지가 않다.

나는 영광이 객지여. 여기서 10년 하다가 광주가서 모텔 사갖고 하다가 다 까먹고 왔어. 아이고 난 인자 포기했어. 돈 버는 것 포기하고 봉사만 하다 죽을란다.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인 게. 이슬처럼 왔다 이슬처럼 가버리는 게 인생이잖아. 애기들 잘 살게 복 쌓고 그걸로 만족하제.”

10년만 이 일을 하겠다고 아들과 며느리와 했던 약속도 뒤로한 채로, 그래도 손님들께 베풀며 복을 쌓으면 그 복이 내 자식들에게 돌아가리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양금님 씨는 힘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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