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때를 안다는 것은 가장 큰 지혜를 의미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시간이라는 틀의 속에서 여행을 한다. 상상으로 미래를 그리던 어린 시절을 지나고 세상을 바꾸고 싶은 야망을 가슴에 품고 살던 젊은 시절도 겪었다. 하지만 중년으로 접어들면 현실적인 시각으로 바뀌고 노년이 되면 가정이라도 지키고 싶은 작은 바람이 생각의 중심에 선다. 정작 길었던 과거의 여정을 힘겹게 걸어온 자신의 모습은 돌아보지 않는다. 자신의 삶에 자신이 없다는 이상한 현상을 자신만 모르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한국인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평생 일 속에서 일만하다 일로 과로사하는 생활의 패턴이 거의 무의식적이다. 인생을 한창 일을 할 때와 멈출 때 그리고 자신을 돌아볼 때로 나눈다면 첫 단계에서 전혀 나아가지 않는 후진형이 아직 주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물질의 풍족에서 마음의 만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습관적인 빈곤의 자기최면이다. 요즘 MZ세대의 세태는 많이 달라졌지만 기성층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으며 드물게 자신 위주로 세상을 느끼고 보고 실행에 옮기는 장년이나 노년층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그만큼 생활관습에서 벗어나 멈추고 돌아보는 중장년 혹은 노년층이 드물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여기에 개입할 생각도 설득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각자의 생활이요 삶인데 이런 종류의 충고나 권유는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뿐이라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연말이다. 2022년은 대한민국과 영광군의 운명이 걸린 해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헌정이래 처음으로 선진국 대열에 끼어 들었고 UN과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았다. 잘못 된 지도자의 선출은 순식간에 몇 십 년을 퇴보하고 온통 도둑으로 내우외환을 겪게 된다는 사실을 직전에 치가 떨리게 경험했다. 말단 지방의 정치도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규모만 다르지 모양새는 거의 동일하게 이뤄지는 것이 시군의 정치다. 군수 일인의 선출이 군의 위상을 바꾼다는 것은 상식이다. 흔히 말하는 시군의 규모는 아무 의미가 없다. 물질의 풍요는 풍요가 아니다. 문화예술이라는 삶의 절대적 요소가 시설기반의 미흡으로 30년이라는 긴 기간을 표류하고 있지만 행정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규모가 작다는 이웃 함평에도 문화복합관은 반듯하게 들어서 있으며 고창은 좋은 시설들을 갖추고 있음에도 다시 군립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문화복합관을 건축하고 있다. 전국에서 몇 안 되는 공공미술관 한 곳 없는 곳이 영광군임을 부끄러워하지도 안타까워하지도 않는 현실 속에서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하다. 사람은 나아갈 때와 멈출 때, 돌아볼 때가 있다고 했다. 나이로 구분지어지는 게 아니다. 치열하게 세상과 삶의 게임을 하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도 가끔은 멈추고 돌아 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지배하는 것은 문화이다. 때로는 차박과 캠핑으로 또는 공연관람과 취미생활로 이어지는 모든 문화의 영향은 자신을 찾고 행적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새로운 삶의 주제를 찾아 나아가는 것이다. 멈추고 돌아보는 문화의 지혜가 없으면 평생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감이 기다린다. 물론 그것이 좋다는 사람을 말릴 생각은 없다. 본인의 선택적 삶에 끼어들 생각은 없으며 나는 개인주의를 지극히 지향한다.

2022년은 대선과 지방선거가 겹쳐있다. 영광을 영광답게 만들어가는 방법은 문화의 새로운 계획이다. 풍족한 문화예술의 인적자원은 큰 자산이며 가능성이다. 예술의전당이라는 대소공연장에 걸 맞는 시각예술용의 문화복합관이 절실한 현실에서 영광군의 문화예술인들이 한 목소리를 내야할 이유는 많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