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시인

태양도 못 다 비친 구석진 자리에/꽃이여 피어라/

꽃이여 피어라.”

1970년대 중반 주간잡지에 연재되었던 고 최인호 작가의 장편소설 바보들의 행진을 읽고 나서 그 감동을 쓴 필자의 시 한 구절이다.

세상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고 살아가는 바보가 아니고서야 햇살 한 줌 비추지 않는 곳에 꽃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소망이 어찌 가능 하겠는가?

그러나 그런 바보들의 간절하고 진실한 소망이 있어서 세상은 타락하지 않고 진정한 삶과 사회적 가치가 유지된다.

소설에 나오는 바보들의 이야기는 바보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조롱이나 비웃음이 아니라 그들의 때묻지 않은 영혼과 치열한 삶의 아름다움과 용기와 철학에 대한 존경이며 사회적 가치에 대한 평가이다.

바보 ㅇㅇㅇ

푸르스름 한 한 장 지폐에도

이름 못 짓는

바보 우리 ㅇㅇ이.

죄인인 듯 엷은 웃음 반쯤 감추는

남루한 가슴의 시인.

금빛의 햇살에도

역도산 같은괴력에도

빛바랜 종이장 같은 하얀 미소로 지나쳐버린다. 태산 같은 파도 앞에 맨 몸 내어주고

초라한 붓을 들어 피울음 울었더냐?

구차한 숨결 못 다 한 붓 끝

그러함에도 네가 있었구나 .

항시 가난하고 항시 슬퍼,

뜨건 내 눈물 초라한 가슴으로 받아주는,

네가 있었구나.

거기 그 땅에 우리의 ㅇㅇ이가 살고 있구나.

영광에서 시 창작을 하며 살아가는 김옥자 시인의 시 바보 ㅇㅇ이 전문이다.

1970년대 최인호의 소설 "바보들의 행진"과 같은 맥락이다.

소설 바보들의 행진1975년도부터 80년 초반까지 한국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 그리고 좌절을 그린, 최인호 특유의 재기 넘치는 신문 사설(社說)적 풍자 소설로써 당시의 한국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했었다.

당시의 억압적 현실에서 스스로를 바보로 치부하며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고뇌가 생생하게 가슴에 파고들었던 작품이었다. 이 소설을 원 작으로 한 하길종 감독의 영화에서는 주인공 병태가 장발 단속을 피해 달아날 때 들려오던 송창식의 노래 왜 불러가 압권이었고, 이 노래는 최작가의 동창 작가인 장부일 교수가 서울대학신문에 발표했던 고래사냥과 함께 당시 대학생들이 술 자리에서 빠짐없이 즐겨 부르던 최고의 안주거리였다.

우리들 가슴 속엔 뚜렷이 있다 한 마리 예쁜 고래 하나가, , 떠나자 동해바다로...” 이 곡들은 지금도 시대를 뛰어 넘어 우리 가요의 대표적 노래로 남아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어째서 작가들에겐 변함 없이 바보들의 가치가 이토록 아름답고 소중한 가치로 구체화 되어 나타나고 있을까?

또 다른 바보들의 행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의 바보들은 민주화투쟁을 바탕으로 한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진 군부독재에 대한 규탄이었고, 그래서 젊은이들이 반발하고 대학가가 뭉쳤고, 우여곡절 끝에 그 꿈을 이루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이룩해 낸 민주주의가 위정자들의 독선과 악용으로 인한 신종 민주정치독재에 대한 반발로써의 바보들의 행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재난 지원금 지급 해 준다고 수급자 모두가 은근히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데도 그 혜택 한 푼 못 받는 주제에 내일의 국가 경제를 걱정 하는 바보들, 나라가 망하든 말든 정권 장악의 수단으로 청년들의 창의적이고 본질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삶의 기반 조성 보다는, 포퓰리즘적 청년머니케어 정책에 대해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바보들...등등.

그런 바보들의 비현실적(?) 바보 같은 걱정들이 당대에선 바보취급 받는데도 불과 10년도 안돼서 어쩌면 그리도 현실의 문제로 직면하게 되는지...?

그래서 바보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소중하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재난 지원금 준다고, ·어민 수당 준다고, 놀고 먹는 사람에게 실업수당이니 청년 수당이니 뭐니 뭐니 거저 준다고 무조건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옛 가요의 가삿말 처럼 제 아무리 풍진 세상이라도 어른은 어른대로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스스로의 미래를 위해,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바보들처럼 행진 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국가와 건전한 사회가 유지되고, 민족과 나의 미래도 보장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바보들이 많을수록 나라는 부강해지고 안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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