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앞으로 4년을 끌고 갈 영광군의 운전기사가 바뀌었다. 예측 불가의 접전을 치렀던 만큼 등청의 카타르시스 또한 클 것이다. 잃었던 운전대를 가까스로 되찾은 와신상담의 15년 세월을 감안하면 공감이 가는 심정이다. 본인의 의도와 다른 이유로 하차해야만 했던 버스의 운전대를 다시 맡겨준 군민의 마음을 더욱 헤아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선 8기가 칠전팔기의 의지로 새로운 출발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평생 영광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입장에서 오늘 취임식을 하는 선출직 모두에게 바라는 바는 많다. 그만큼 민선 지방정부에서 남긴 뚜렷한 업적이 없다는 말이다. 길을 뚫고 토목공사를 통한 둘레길과 산 밑까지 시멘트 포장을 해 놓은 것도 업적이라면 업적이겠지만 눈에 보이는 가시적 결과는 누가 지방 정치를 해도 특별한 성과는 아니다. 계속 이어진 이러한 물질적 성과가 군민의 정신 만족도까지 끌어 올려주지는 못한다. 지역의 위상은 길과 건물의 건축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정신문화의 척도와 위상을 같이한다. 30년이 넘는 민선 행정을 되돌아보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무려 30년을 제자리걸음이다. 요즘 10년은 과거의 100년이다. 하지만 심각한 현실을 걱정하고 살피는 행정을 영광군에서 한 적이 없다. 원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동안 문화예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군수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기간을 영광군 30년 문화 암흑기라고 표현한다. 비교 불가였던 고창과 함평은 이미 영광군 대비 선진문화를 구축했지만 우리는 아직 멍석도 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니 안타까움은 거의 절망적이다. 행정에선 영광 문화예술인의 활동이 활발하지 않음을 지적하지만, 현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의 방증이다. 여기서 묻고 싶다. 과연 영광군의 문화관광예술 담당자가 지역의 문예인과 단체를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를. 짐작이지만 사이비 단체들은 조금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행정에 접근하려고 의도적 노력을 하는 부류는 어느 지역이나 존재한다. 그래서 행정은 정확한 실상의 파악이 중요한 것이다. 타 지역과 비교하면 수준이 월등하고 많은 인적 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영광군의 문화예술인이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 년에 1~3회 이상을 치르는 단체전과 개인전을 스스로 호주머니를 털어서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년만 해도 참가 예술인 200여 명에 일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협조가 없는 행정에서만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가장 가슴이 아픈 현실은 내 고향에 문화복합관한 군데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군세가 훨씬 작은 함평에도 번듯한 문화 복합관이 지어진 지 오래다. 이는 영광스러운 영광에 산다는 긍지가 자괴감으로 변해버렸다. 특히 한빛원전에서 나오는 세금 수입은 분해되어 아무런 형태도 남기지 못했다. 문학관이나 미술관, 생태와 역사 자료실 등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에 지금까지와는 성격이 조금은 다른 지방정부가 새롭게 출발했다. 그래서 불씨만 남았던 기대감을 다시 되살려 보는 것이다. 지역 문예인의 활동을 핑계 삼아 기반시설이라는 멍석을 깔지 않은 행위는 지역의 현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무능의 결과이다. 출산이 많다고 상을 받아도 줄어드는 인구는 따라잡지 못한다. 인구는 살만한 곳, 문화를 찾아 이동한다. 요즘 가장 중요한 삶의 토대는 문화예술이다. 고창이 인구가 빠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영광군에도 문화 복합관이 지어져야 한다. 예술의전당은 공연장이지 미술관이 아니다. 미술관이 필요한 시각예술을 하는 문예인이 70% 이상임을 감안한다면 무엇이 중한지모르고 있는 것이다. 문예인들이 어우러져 지역의 정신문화를 개도할 공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군수와 의원에게 간절히 바란다. 영광의 과거 영광(榮光)을 찾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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