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선거가 끝나고 새롭게 당선된 교육감 당선인과 영광군수 당선인과의 공약에서 공통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김대중 교육감의 지자체, 의회, 교육청 상설 교육협치기구인 통합교육추진단구성이란 공약과 지속교육 발전재단 설립, 지식정보 인프라 강화 등 영광교육발전을 위한 공약에서 같은 결의 공약들이 눈에 띈다. 이에 필자는 영광교육발전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며, 지속가능한 영광교육발전조직과 기능, 사업방향과 사례제시 등을 통해 민관학이 함께 지역교육발전을 추진하는 네트워킹 거버넌스의 형태를 설명하고자 한다.
왜 교육 민관학 거버넌스인가?
오랫동안 영광군민은 교육은 학교라는 인식이 강해왔으며, 교육은 교육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인식 또한 지배적이다. 하지만 영광의 근대 교육을 살펴보면 대부분 사학자들이 말하는 과학문명이 들어오던 1894년 이후를 우리나라의 개화기로 보고 있고 이때부터 우리나라의 새로운 교육제도가 수립, 시행착오를 겪어왔다고 전해진다.
영광군지에 따르면 우리고장 영광군에서는 갑오개혁기의 소학고령에 의해 학교가 설립된 바는 없고 통감시대에 이르러야 영광과 법성포 두 곳의 사립학교가 설립되는데 영광초등학교의 전신인 사립 광흥학교가 1907년, 법성포초등학교의 전신인 법성 사립보통학교가 1908년에 설립되었고 이 두학교가 영광군 최초의 근대교육기관이었다.
이때 이 학교의 설립을 주도한 이가 이장섭, 이택섭 두 형제분 외 수인이 발기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이씨 형제들은 사재를 털어 ‘조대마당’에다 학교를 개설한 당시 신학문을 가르쳤으나 개설인가나 학제따위는 분명치 않은 서당같은 형식의 운영이 기록됐다. 이와같이 근대 교육의 시작 자체가 민간에 의해 시작된 것을 볼 때 교육의 지역내 자발적인 참여는 이미 서당 등의 중세 교육기관에서도 민간의 역할이 가장 근간이 되었다.
교육이 학교와 전문가만의 것으로 만들어진 이유
이렇게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시작된 영광의 근대 교육은 일제 강점기 우민화 교육, 동화주의 교육, 황국 식문화 교육으로 이어지는 식민사관교육을 목적으로 근대 학제와 적용과 민족 말살교육을 목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다양한 사립학교, 영광유치원 설립 등의 방법으로 민족교육을 민간의 힘으로 이어나갔다.
특히, 1920년대 영광의 교육계 인사들이 주축이 된 한글연구 및 한글교육운동은 총독보의 민족문화말살 정책이 기승을 부리던 그 시기에 영광에서 한글회를 조직, 운영하여 정기 발표회, 동요, 동화대회, 한글 강습회, 가갸날 기념식 등 노동야학과 부녀야학을 중심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에 대해서 중앙정부의 흐름과 다른 영광교육이라는 정통성과 정체성을 만들어왔다. 그뿐만 아니라 1921년부터 10년여간 영광공립보통학교와 법성포공립보통학교 학부형들을 중심으로 한 교육저항이 거세게 일어나 양교에서 학부형회를 구성하고 때로는 연대하며 당국의 부당하고 비교육적인 처사를 개선해달라 요구했다. 당시 이런 움직임이 지역신문에 15회가량 거론되며 잘못된 교육에 대한 직접 참여 학부모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미군정과 한국전쟁, 독재와 군사정권을 거치며 비로소 경제적 발전을 이룩한 대한민국은 급격한 도시화와 지역문화와 지방인구 소멸의 시대를 맞게 된다. 이에 따라 교육도 성공의 수단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도시 교육기관에 대한 지역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고등교육기관이 없는 농어촌지역은 교육이란 대학 입시의 과정으로 역할이 제한되면서 교육의 문제에 대해서 학부모들의 관심이 줄어든다. 영광교육이란 가치와 지역친화 교육에 대한 인식이 줄어드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점점 교육은 학교와 교육전문가(?)들만의 리그가 되어가고 주민참여 교육의 맥은 수십 년간 겨우 명맥만 유지한 채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우리가 교육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교육의 목적은 시대와 사람에 따라 달리 적용할 수 있겠지만, 개인은 일생을 통해 이런저런 교육을 받음으로써 개인의 삶과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품성과 소양도 교육을 통해 함양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을 통한 인격도야니 인성교육이니 하는 목표가 생기는 것이다. 또한 교육을 통해 생활방식을 이해하고 생활능력을 학습하게 된다.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할 줄 알며, 사고능력의 신장과 창의성도 교육을 통해 기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나아가 개인의 소질을 계발하고 역량을 증대하는 일도 교육을 통해 가능하다.
이런 개인적인 성장이 첫 번째 목표였다면 두 번째는 사회구성원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든지 그 사회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전수하고 그 사회가 중시하는 가치와 규범을 계승하도록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이것을 교육을 통해 실천하고자 한다. 그리고 교육을 통해 사회의 공동체의식을 공유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일체감을 형성하도록 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적자원 확보도 교육의 중요한 목적이다.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여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고, 개인이 직무능력이나 직업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실용적인 교육의 목적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인류 공영을 위한 소양과 실천을 중요시하는 교육의 공익적 목적이 있다. 개인과 사회의 교육적 목적을 초월하여 인류에게 보편타당한 가치와 상호 존중을 통한 공영의 필요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 요구된다. 인종과 성별 종교 등의 경계와 편견을 없애고 인류의 공존과 번영을 위한 다양한 가치를 존중할 수 있도록 교육을 통해 의식뿐만 아니라 실천도 길러져야 한다. 이를 위해 생명존중, 인권, 평과, 다문화, 국제이해, 봉사와 배려 등등의 교육이 최근 중요해진 것이 이런 공익적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을 더불어 살고 변화시키려는 교육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의 목적을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 영광의 교육은 다수 우려 섞인 점이 많이 있다. 우선 교육의 개인적 목적에 따른 인간의 삶과 존재의 본질적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교육이 부족하여 청소년 자살, 비행, 학교폭력 등 부적응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자아정체성의 약화에 대한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또한 사회적 목적에 해당하는 직무능력과 직업능력향상을 위한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국가 전체적으로 경기부진과 산업사회 변화를 적응하지 못한 청년실업률 증가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지역 내에서는 현재의 삶에 대한 행복의 해석이 왜곡되어 도시와 국제적인 삶만이 성공적이라는 모순적 명제가 고착되어 청소년들과 청년은 더이상 지역에서 행복을 찾지 않는다.
더불어 진학교육기능이 너무 충실한 나머지 지금의 삶에 대한 고찰보다 미래의 어느 곳에서의 행복한 삶을 찾아 청소년의 삶을 충동질하는 교육으로 변질되는 것을 우리는 보고도 느끼려 하지 않는다.
우리가 교육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은 과연 무엇인가?
개인의 성장과 지금 여기에서 고찰할 수 있는 지역에 대한 이해, 나아가 생각은 전 세계적으로 실천은 지역적으로 하며 배울 수 있는 가치에 대한 고민이 지역교육의 색깔로 드러나야 한다. 이런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지역과 미래의 삶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명료하고 단순한 목적이 아닐까?
공교육의 태생적인 역할과 지역의 역할 고민해야…
아무리 부르짖어도 학교는 학교의 기능을 충실히 해야 하는 운영 목적과 목표가 있다. 국가가 제시하는 교육과정은 인지적, 사회적 발달을 단계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잘 짜여진 교육체계이다. 언어, 수리, 과학, 기술, 예술이 총아된 교육과정의 운영은 국가가 미래세대에게 갖추어야 할 역량의 최소한의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는 이런 시대에 맞는 인지적, 사회적 발달을 이룰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충실히 운영하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학교에게 너무 많은 기능을 요구하게 된다면 그 기능이 필요한 것인지,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역의 고민이 부족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서비스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부처에서 진행되는 사업과 오히려 기능이 중복되고, 서비스 또한 중복 제공되는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결국 학교와 지역사회 교육관련기관과의 협업보다 부족한 참여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부추기는 상황까지 만들어 교육의 목적을 이루려는 것보다 교육행위를 수행하기 위한 수많은 중복과제를 서로 연관없이 진행하게 하는 교육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기관의 경우도 공교육과 사교육의 틈바구니에서 사교육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치중하게 된다. 대상이 사업목적에 맞지 않아도, 서비스 제공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서비스의 질과 과정의 발전을 꾀하기보다, 사업을 수행하는데 급급해지는 성장저해 환경에 처해 있다.
이는 공교육도 사교육도, 아동·청소년 기관도 성장을 어렵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이다. 이 악순환을 끊고,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공교육과 사교육, 그리고 마을교육의 역할에 대한 구분과 투자이다.
공교육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교육과정을 수행하는데 교사들에게 연구할 시간과 수업을 준비할 시간, 그리고 학생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과 잡무에서 해방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국가가 교육하고자 하는 큰 줄기의 방향인 교육과정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고, 느린학습자 또는 적응 애로 학생에 대한 생활관리에 집중하여 학생이 학교에서 받아야 하는 교육서비스의 큰 줄기를 잡을 수 있다.
그렇게 사교육은 공교육에서 성과가 부족한 학생 또는 추가적인 학습을 희망하는 학습에 욕구가 있는 학생들이 추가적으로 제공받는 부분에서의 역할과 학력증진에 목표를 가지고 집중하여 기능을 수행하면 된다.
그렇다면 마을교육은 어떤 역할이어야 하는가?
첫 번째 주민이 중심이 된 교육자치 기구의 설립을 위한 민간거버넌스의 조직화가 필요하다. 이름이 어떻든지 상관없다. 교육에 관심 있고, 참여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해야 한다. 학부모, 학생, 방과후 교사, 마을교육 담당자, 교육단체, 평생교육단체 등 모두의 생각으로 영광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 이런 사람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고, 토론해서 만들어낸 생각들을 우리 영광교육의 목적으로 분명하게 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실천과제를 정하여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민간 수행기구로서의 성장이 필요한 것이다.
두 번째 행·제정적 지원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최근 교육자치를 위한 조례가 지자체를 중심으로 제정되고 있다. 전라남도 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조례를 보면 목적, 기본이념, 정의, 책무, 협력체계구축, 기본계획수립, 위원회의 구성, 사업추진, 전문인력양성, 전담부서 설치, 지원센터 설치, 교육협동조합 지원·조사·평가관리 등 다양한 마을교육을 위한 규칙을 조례에 담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영광군도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조례를 제정하여 영광교육을 위한 추진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세 번째 교육당국과의 역할 구분과 협력관계 설계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한 충실한 운영과 이외의 기능 돌봄, 방과후, 진로체험 등 지역사회에서 얼마든지 기능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영광 마을교육협의회를 통해 추진할 수 있도록 업무에 대한 분리와 조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지역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예산과 책임에 대한 분담이 필요하다. 이는 용기있는 결심이 필요한 부분이며, 이를 통해 마을교육이 지역에 필요한 교육의 과정을 설계하여 아동,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성장과 지역의 관심, 나아가 세계를 품고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네 번째 민관학 거버넌스의 구축, 운영이다. 현재 예산과 행정적 지원이 가능한 지자체와 교육서비스의 분리와 협력이 가능한 교육청, 이를 받아 운영하고자 하는 전문 민간기구가 함께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공동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영광군의 교육자치담당과 교육청의 교육협력 담당팀, 그리고 실행을 맡은 민간기구가 함께 근무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구축하고, 업무를 추진하는데 있어 실시간 협의와 결정, 추진이 가능할 수 있는 민관학 공동 거버넌스의 구축은 최종 목표가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을에 민관학 거버넌스가 구축, 운영된다면 학교는 더욱 학교답게, 지역은 더욱 지역답게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은 어느 단위기관, 집단이 수행하는 특별함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보완하고, 지원하는 지역기반 민간의 활동, 보육, 돌봄, 체험, 상담 기능이 어우러져, 학교와 민간이 교육의 최고의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그리고 행정에서 이런 콜라보를 유지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는 것이 앞으로 교육자치가 만들어가야 할 주민이 주인이 되는 교육자치 실현 모델이 될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교육 자치 모델을 소개하고, 영광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국형진 시민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