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많은 관심을 받으며 국민의힘 당 대표로 뽑혔던 이준석 대표가 최대 위기에 처했다. 당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맞으며 일찌감치 정치권의 쓴맛을 보고 있다. 이 현상은 이준석이라는 젊은 정치인의 개인 사안이 아니라는 데에 의미가 있다. 우리 정치사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젊은 정치인의 등극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당당하게 당내의 투표를 통해서 만들어 낸 결과이니 이변이었고, 젊은이들의 지지는 그에게 후광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결과는 당내 기성 권력층에 의한 축출로 가는 형국이다. 다른 유력 당 역시 젊은 피 수혈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젊은 세대를 유입했지만 이미 실패로 가는 모양새다. 실패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어디에도 젊음의 참신함은 없었고 밥풀에 끼얹어진 콩가루가 되어 분열과 개인 정치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의 특징은 분수를 모른다는 것이다. 정당하고 공정한 선출을 통하지 않은 이들에게 주어진 착각은 과대망상이라는 선물이었다. 중진급 정치인도 쉽게 앉지 못하는 최고위원이나 비대위원장 등 주요 요직이 갑자기 주어지니 특별한 자신을 발견하고 과대망상은 중증으로 치닫는다. 정치가 젊어져야 한다는 데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분명히 젊어져야 하고 소위 꼰대 정치는 젊은 정치와 타협을 통해 융화하고 소통을 해야 함이 맞다. 하지만 지금의 방법은 아니다. 정치에는 경험이라는 필수 요소가 필요하다. 다른 영역에서도 경험은 필요하지만, 실패와 좌절 없는 성장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는 직접 국민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연습을 통한 성장은 위험하다. 최근 민주당의 지방선거를 사익을 위해 기꺼이 망친 젊은 정치인 역시 멋지게 역할을 해냈다. 심지어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를 저지하는 당규에 정면 저항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신입 사원을 뽑아 1일 사장 역할을 맡겼더니 선출직 사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형국이다. 자신이 사장을 하면 회사가 어떻게 될지는 뒷전이다. 우선 자신의 영달이 중요하다. 정의당 역시 비례대표 의원을 젊은 여성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내세운 정책은 오직 페미이다. 역시 정치의 경험 부재에서 오는 현상이다. 무경험의 인물을 단지 젊다는 이유로 고위 당직과 국회의원에 올려버린 결과의 참담함을 지켜봐야 하는 형벌은 국민이 몫이다. 젊은 정치라는 단어가 주는 좋은 울림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치를 하고 싶으면 다른 정치 선진국처럼 학교에서부터 시작함이 옳다. 그리고 자치의회에서 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국의 시진핑이 그 자리까지 올라가는 데에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정치는 과정이 그만큼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젊은 피는 정치를 결코 젊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무경험의 전사들이다. 그것도 국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정치가 아닌 지극히 개인이라는 사익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젊은 정치인들이다. 신선한 피와 젊은 육체를 가졌지만, 정신은 꼰대의 찌들은 욕심을 가득 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정치판에 데뷔하는 방법의 잘못에서 기인한다. 젊은 정치인의 요건은 발탁이 아닌 경험을 위한 진입이어야 하는 이유다. 영광군이라는 지방정치 역시 크게 다른 궤도를 그리진 않는다. 다시 말해 젊은이들이 낄 자리가 아니다. 청년 사업이니 농업이니 적당하게 풀어주고 리드는 어르신들의 몫이다. 다른 지역도 별로 다르지 않다. 중앙에서 지방까지 끈끈하게 이어지는 어르신 정치는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를 MZ 세대 자체에서 찾으려함은 착각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전체의 구성 기반을 살펴야 한다. 선거 때마다 젊은 표의 필요로 인해 검증 없이 큰 의자에 앉혀 놓고, 과대망상에 젖은 젊은 영웅으로 양산하는 기존 정치인의 행태가 더욱 나쁜 이유이다. 현재의 교육 제도와 정치 구조로 젊은 정치를 추구하는 자체가 무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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