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이웃이 모여 마을 문제를 고민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단절됐던 소통의 길이 열리고, 공동체가 회복됐고, 우리 마을이 살기 좋게 변해간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고립되고 소외된 이웃 돌봄을 실천하며 어려운 시기 지역사회에 힘이 되는 ‘마을공동체’가 주목받고 있다.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는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꼭 알아둬야 할 핵심 키워드 4가지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마을공동체지원센터를 소개합니다
2019년 10월에 업무를 시작한 영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운영기간의 대부분을 코로나19와 함께 했다. 많은 주민들이 만나고 소통해야 하는 마을공동체 활동이 확산하기 어려운 시기였지만, 마을주민과 리더, 마을활동가들의 적극적 노력으로 매년 30개 안팎의 마을공동체들이 영광군 곳곳에서 성장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활동은 처음 얘기를 꺼낸 사람, 책임을 느끼고 일을 벌리는 사람들이 항상 고생할 수 밖에 없는 활동이다. 어려운 시기에도 그 고생을 기꺼이 감내해주신 마을리더, 이장님들께 특히 수고하셨다는 감사를 전하고 싶다.
이번 마을공동체 특집에서는 마을공동체활동을 둘러싼 핵심 이슈들을 통해 마을공동체의 나아갈 길을 찾아보려 한다. 농어촌 마을들은 끊임없는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인구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한 생활권의 붕괴, 도시지역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소득, 열악한 주거환경, 기후악화와 환경파괴 등 복합적인 사회문제들에 직면해있다. 영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매해 4가지 주제(농촌쓰레기, 사회적농업, 사회적경제, 마을지도)를 선정해 각 주제와 연관된 마을공동체들과 함께 교육과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마을들은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마을의 문제들이 개별 마을만의 문제가 아닌 동일한 범주의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년 10월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추진위’(이하 추진위)는 “국민의 행복과 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3농(농어민·농어업·농어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8도를 순회하는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이하 대행진)’을 10월~12월까지 8개도 16개 시·군 행진을 마치고 2022년 1월 서울에서 전체 행진을 종합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도올 김용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전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 정우성 배우 등 학계와 종교계, 예술계, 농업계 인사 50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농촌주민을 행복하게 할 3가지 주장과 6가지 제안이라는 ‘삼강육략(三綱六略) 공동정책을 제안하며 마무리되었다. 대선을 앞둔 시기에 두 달여 전국을 순회하는 대행진의 진행상황을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온 나라의 신문, 방송은 대선관련 이슈에 집중되어 있었고 농촌을 살려보자는 ’대행진‘은 몇 줄의 단신기사가 전부였다. 농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정도를 반영하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 언제부터인가 농촌은 도시의 하위 혹은 부속 정도의 개념으로 전락했다. 도시에 쓰고 남은 걸 농촌에, 도시에 못쓰는 것도 농촌에, 도시에 있어선 안 되는 것은 더더욱 농촌으로.. 농촌이 잘 살아야 도시도 잘 산다. 농촌이 행복해야 도시도 행복하다. 식량 자급률 22%인 나라가 선진국인 경우는 한국을 제외하곤 어디에도 없다.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가 이토록 크게 차이 나는 나라도 없다. 박정희 시대 개발독재를 거치며 산업화와 도시화를 위해 농촌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수십년동안 강제했다면 이젠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나. 이젠 그 산업화 개발국가의 결실을 농촌에도 나눠줄 때가 되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대행진에서 제안한 정책과제 중 하나인 ’지역소멸위험 농어촌주민 수당 월30만원 지급 정책‘에 적극 동의한다. 농민과 농촌지역 주민들이 살기에 우리나라 전 국토가 촘촘히 관리되고 있다. “국토환경문화지역 지킴이 수당”은 꼭 제도화 시켜야 한다.
마을공동체 핵심 키워드① 쓰레기
마을공동체를 둘러싼 핵심 이슈 중 첫 번째는 농촌지역의 환경, 쓰레기 문제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 쓰레기가 나온다. 쓰레기 수집처리, 쓰레기소각과 관련한 이슈는 거의 모든 농촌지역에 존재한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고자 하는 많은 마을들과 컨설팅을 진행하면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이기도 하다. 많은 지자체에서 고심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해결방안이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는가는 주거환경과도 직결되는 문제라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고 처리방법에 대한 개인별 차이 때문에 많은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장 극명한 차이는 귀촌인과 원주민의 쓰레기 처리방식의 차이이다. 도시에 살았던 귀촌인은 종량제봉투를 통한 배출에 익숙하고 원주민들은 소각으로 처리하는데 익숙하다. 각자의 방식을 존중하며 지내면 다툴 일은 없지만 자신의 방식을 상대방에게 강권하기 시작하면 다툼이 시작된다.
백수읍 장동마을에서는 마을공동체활동으로 농업폐기물 수거장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농사에 쓰인 폐비닐과 농약병들을 분류 보관하고 인근 고물상에 팔아서 마을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수거장을 만들 공용부지를 확보하는 것, 이용하기 편리하되 눈에는 잘 띄지 않아야 하는 상이한 조건에 부합해야 하는 등 수거장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진짜 어려움은 마을 주민들을 끊임없이 교육하고 설득해야 하는 점이다. 환경을 아끼는 일이 왜 중요한지 직접 실천하고 보여주며 설득해야 한다. 어떤 마을에 수거장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그 마을은 심각한 잔소리꾼 2~3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쓰레기 문제는 고스란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조건 환경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또한 개인 몇 명의 문제, 몇 개 마을의 문제가 아닌 국가 전체, 나아가 전 지구적 문제에 모두가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6월 영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는 농촌쓰레기문제의 마을 별 해법을 찾는 워크숍을 진행 한적이 있다. 6개 마을의 대표, 주민들 16명이 모여서 쓰레기문제의 마을별 현상을 공유하고 마을별 실천활동을 찾아보는 워크숍이였다. 그날 채택한 실천활동은 종량제 봉투 사용, 소각금지 안내, 일회용품 줄이기, 가정에서 환경교육, 장바구니 사용, 분리수거 및 농업쓰레기 분리 수집 등의 활동을 함께 실천하기로 약속했다.
쓰레기와 환경 관련 이슈들은 모든 마을이 동일한 문제에 처해있고 해결책도 비슷하다. 마을에서의 실천으로 가능한 영역이 있고 행정에서 직접 개입해야만 해결 가능한 영역이 있다. 마을공동체활동을 통한 마을활동을 실행하고 그 결과들을 모아 함께 공유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는 네트워크 활동이 주제별로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인간의 입장에서 볼 때 해로운 바이러스이다. 그런데 코로나19를 지구적 관점에서 보면 이로운 면역체계일 수 있다. 지구환경을 가장 해치는 생물은 단연 인간이다. 그런 인간의 수를 감소시키고 생산과 소비활동의 위축으로 환경오염을 줄이는 코로나19가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이로운 바이러스일 것이다. 우리의 활동이 자연을 해롭지 않게 하는 방법, 태어나 잠시 머물다 가는 지구라는 행성에 우린 어떤 감사를 표하며 살아야 할지 같이 고민해보면 좋겠다. 혼자 하는 실천보다는 마을에서 공동체를 일구어 함께 공부하며 실천하면 지구를 위한 길을 더 쉽게 찾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영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 사무국장 류일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