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이웃이 모여 마을 문제를 고민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단절됐던 소통의 길이 열리고, 공동체가 회복됐고, 우리 마을이 살기 좋게 변해간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고립되고 소외된 이웃 돌봄을 실천하며 어려운 시기 지역사회에 힘이 되는 ‘마을공동체’가 주목받고 있다.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는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꼭 알아둬야 할 핵심 키워드 4가지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마을공동체 핵심 키워드① 마을돌봄과 사회적농업
‘마을공동체’ 가야 할 길은 멀지만 당장 함께할 수 있는 첫걸음
고구마 공동텃밭 운영 사례, ‘묘량면 장동마을’ ‘백수읍 장동마을’
마을공동체 특집 두 번째 주제는 마을돌봄과 사회적농업이다. 두 가지 주제 모두 농촌공동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주제이다.
2018년 3월 보건복지부는 취약층의 돌봄체계를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로 전환한다고 하며 커뮤니티 케어를 다음으로 정의했다. ‘돌봄(Care)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Community)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자아실현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혁신적인 사회서비스 체계를 의미’(2018,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20년 주민등록 연앙인구’를 보면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은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발표했다. 고령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 의성군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8%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전남 고흥(40.5%), 경북 군위(39.7%), 경남 합천(38.9%), 전남 보성(37.9%), 경남 남해(37.3%), 경북 청도(37.1%), 경북 영덕(37.0%)의 순서였다.
영광군은 28.2%로 전남 22개 시군중 14번째였고, 전남 고령인구 비율인 22.4%보다 6%정도 높은 수치였다. 영광군에서 면으로 마을로 들어가면 고령화의 체감율은 매우 높다. 농촌마을에서 경제활동이 가능한 사람은 매우 적고, 고령화 비율은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이 많은 노인들을 마을에서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돌봐야 할지가 앞으로도 큰 과제이다. 우리의 농촌현실에서 커뮤니티 케어는 구현되어 있지 않다. 2008년 시작한 장기요양보험제도는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요양이 필요하다는 등급을 받고 요양원 시설에 입소하면 자부담비율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장기요양보험에서 요양원에 지급하는 제도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노인돌봄은 철저하게 대규모 시설중심이고 요양원과 요양병원으로 대표되는 시장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마을에서 긴 시간을 살아온 노인의 입장에서는 삶의 마지막을 익숙한 마을에서 보내길 원한다. 하지만 그런 바램을 뒷받침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제도적 체계, 돌봄을 담당할 지역주체, 지역사회의 공론 등 어떤 분야에서도 커뮤니티 케어에 대한 구상과 준비가 없다.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1970년~1990년대에 탈시설과 정상화(normalization)운동을 통해서 대규모 시설들이 거의 사라졌고, 원래 살던 집에서 돌봄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게 지원하는 복지정책을 펴고 있다. 50년 이상의 시간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던 서구 복지국가의 커뮤니티 케어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느리더라도 우리의 현실에 맞는 속도로 추진되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4~2015년 낡은 경로당을 개보수해 공동시설로 이용하는 ‘독거노인 공동생활홈’을 시범사업으로 진행한 바 있다. 동절기에 경로당을 활용해 독거노인들이 공동생활을 할 수 있는 사업도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다. 의미 있는 시도이고 어르신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지만 전체 농촌지역으로 적용하기 쉽지 않다.
영광군의 많은 마을공동체에서도 마을돌봄은 외면할 수 없는 핵심 이슈일 수밖에 없다. 마을돌봄을 위한 생활공간, 돌봄인력, 운영체계, 운영비 등 준비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많아 공동체활동을 잘해온 마을들도 쉽게 시작하기 어렵다. 홍농읍 진덕리 산덕마을에서도 동절기 독거노인 공동생활홈을 준비하다 포기한 사례가 있다. 생활공간에 대한 준비는 농림부 마을만들기 자율개발 사업에 선정되며 가능했는데, 운영에 대한 어려움, 어르신 건강과 안전사고에 관련한 부담 때문에 결국은 다른 내용으로 사업이 추진되었다. 커뮤니티 케어에서 케어(care)는 돌봄(수발), 치료(간호), 관심(지원) 3가지를 의미한다. 노인을 지역에서 돌보자 하면 이 3가지 케어가 모두 필요하다. 지금 마을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케어는 관심(지원)과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제한적 돌봄이다. 이 정도를 시도해볼 수 있는 마을은 이미 공동체활동의 경험을 통해 마을 자치능력을 확보한 마을들이다. 우리가 가진 자원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구현 가능한 마을돌봄의 방식을 함께 찾아보는 활동이 필요하다.
사회적농업은 사실 마을돌봄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사회적농업의 정의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기반을 두어 다양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다. 사회적농업의 실천유형을 구분하면 일자리를 제공하는 노동통합형, 정신적·신체적 장애가 있는 이에게 농업 치료적 돌봄을 제공하는 돌봄형, 직업훈련으로 농업을 배우는 교육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영광군 지역에서는 여민동락영농조합법인이 2020년 사회적 농업 활성화 거점농장으로 선정되어 사회적농업 참여농장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민동락사회적농장의 주된 활동은 지역 어르신들에게 농업을 통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학생, 청년, 귀농인에게 농업교육을 제공한다.
2021년 영광에서 고구마 공동텃밭을 운영한 2개의 마을공동체가 있다. 마을의 밭에 고구마을 심어 함께 경작했던 동일한 활동이였지만 구성하고 있는 내용은 매우 다르다. 첫 번째 묘량면 장동마을은 고구마 텃밭을 조성해 도시민들에게 체험텃밭으로 분양했다. 고구마을 심고 키우는 방법은 동네 어르신들이 알려주고 도시민들은 소풍오듯 텃밭에 와 고구마를 키우는 과정을 경험하고, 나아가 귀촌이나 귀농에 대한 정보를 함께 공유하는 활동이였다. 두 번째 마을은 백수읍 장동마을이다.(우연의 일치인지 마을이름도 같았다) 백수장동마을은 주민들이 함께 고구마를 심고 관리해서 수확했다. 마을에서 농사를 짓지 못하는 어르신들 가구에 고구마를 나눠드리고, 남은 고구마를 일했던 공동체 회원들에게 나눴다. 두 가지의 고구마 농사 모두 마을에 필요한 활동들이다. 사회적농업이란 농사를 기반으로 마을, 지역에 필요한 일들을 만들어내는 활동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이 농업을 기반으로 하기에 농업은 우리에게 가장 큰 경쟁력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 주변에 이토록 많은 농사전문가들과 농지가 있으니 말이다.
내가 생활하던 지역에서 마지막 여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건 복 받은 일이다. 나이 들어도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고, 나에게 농사를 배우는 학생들이 있다는 건 어르신들에게 참 행복한 일이 되겠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가야할 길은 멀겠지만 당장 함께할 수 있는 첫걸음이 마을공동체활동이라 생각한다.
/영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 사무국장 류일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