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운 시인·서예가·전 교장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중략)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이라는 우리 국조 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지금부터 80년 전에 김구선생이 쓴 글이다. 문화의 힘이 얼마나 중요하고 위대한가를 강조하는 글이다.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한다. 의식주는 경제적인 분야이다. 그래서 경제가 인간의 삶에 원초적인 욕구를 충족해 준다. 수렵생활을 하던 우리 선조들이 농경생활을 하면서 정착하게 되고 모여 살게 되었다. 전기가 발명되고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부터 경제력을 대규모로 향상시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19세기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우리의 생활이 지금처럼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 시절에는 경제와 정치가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이제 먹고 살 만한 시절이 되었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문화가 인간의 행복을 좌우한다.
바스카스트는 <선택의 조건>에서 “국민소득 2만 불이 넘어가면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고 하였다. 국민소득 2만 불이 넘어가면 의식주는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행복의 요건이 된다는 것이다.
두 남녀가 데이트를 한다. 미술관에 갔다.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여성이 미술에 취미가 있어 미술관을 찾게 된 것이다.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남성은 그림을 보아도 어떤 의미인지, 왜 유명하다 하는지 알지 못한다. 건성으로 여성 곁에 따라다니지만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자기의 무식이 탄로 날까 봐 오히려 마음만 조마조마하다.
운전하면서 노래를 듣는다. 가사와 가락에서 오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부드러우면서도 호소력있는 목소리가 그간의 스트레스를 확 풀어준다. 이렇게 즐거운 음악을 감상하며 운전하는 사람과 음악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내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과 누가 더 행복하다 할 것인가.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을 물어보면 대다수가 탤런트나 가수라 한다. 남자들은 축구, 야구 등이다. 그렇다. 이런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운동경기 등이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세상이다.
그래서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분야가 문화 예술 분야인 것이다.
앞으로 사라지리라 예상하는 직업 1순위가 의사라 한다. 지금은 의사가 되고 판사가 되는 것이 대단한 꿈이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다. 물론 우리 아이들을 모두 문화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자기의 전문 분야를 갖고, 자기에게 알맞은 직업으로 살아가지만 문화 예술에 대한 감각을 가져야 행복하리라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문화와 예술을 접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여유로워진다는 점이다. 감성이 살아있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의 아픔도 내 아픔으로, 남의 즐거움도 내 즐거움으로 느낄 수 있는 바람직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미래의 시대는 이성의 시대가 아니라 감성의 시대이며, 남성적 성향보다는 여성적 성향의 시대가 된다고 한다. 인간은 인간과 어울려 살아가야만 하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책을 많이 읽고, 예술과 많이 접하면서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은 감성이 풍부하고, 인성이 바람직한 미래 인재가 될 것이다. 감성이 풍부하면 정신이 건강하고, 인간관계를 잘 할 수 있으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능력이 행복을 담보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