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이웃이 모여 마을 문제를 고민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단절됐던 소통의 길이 열리고, 공동체가 회복됐고, 우리 마을이 살기 좋게 변해간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고립되고 소외된 이웃 돌봄을 실천하며 어려운 시기 지역사회에 힘이 되는 ‘마을공동체’가 주목받고 있다.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는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꼭 알아둬야 할 핵심 키워드 4가지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마을공동체 핵심 키워드③
사회적 경제(마을소득)
지난 특집 주제 마을돌봄과 사회적 농업에 이어 세 번째 주제는 사회적 경제가 무엇이고 이를 통해 마을소득으로 연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최근 들어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가 자주 쓰이고 있으며 여러 분야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 사회적 경제의 정의와 의미는 무엇일까.
❙ 사회적경제
‘사회적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보통 ‘사회적’이라는 의미와 ‘경제’라는 의미를 나누어 생각해 봐야 한다.
#사회적= ‘사회적’이라는 말을 생각했을 때 우리는 보통 저 사람은 ‘사회적이야’ 또는 ‘활동적이야’라는 표현을 자주한다. 이렇게 자주 사용할 정도로 익숙한 표현이지만 막상 설명하기에는 힘든 표현이다.
‘사회적이다’라는 것을 상상해 보면 집단 내에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사전적 의미는 ‘공동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조직화된 집단이나 세계와 관계된 것(출처: 다음 한국어사전)’이다. 이렇듯 ‘사회적인 인간’은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교적인 사람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고 ‘사회적 경제’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개인들의 상호 관계, 더 나아가 마을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경제= ‘경제’에 대해 대부분 사람들은 이윤, 시장, 효율성, 돈 등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인간의 모든 활동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언제나 우선적인 이익과 합리적인 선택, 다시 말해서 ‘경제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가령 포스코는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기로 유명한 기업이다. 그들은 임직원 급여의 1%를 기부해 다문화 가정이나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긴급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업의 이러한 활동은 과연 경제적이라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대답은 다음과 같은 관점으로 설명해 볼 수 있다.
사회적 경제는 이전 시장경제와 다르게 사람은 서로 특별한 편의와 이익을 주고받는다는 관점에서 시작된다. 이윤의 극대화를 기대하지만 그 외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집단이 있으며 협력을 통해 공동체적 문제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듯 ‘사회적 경제’는 ‘사람중심의 경제’라고 칭해지며 자본주의 경제가 낳은 부작용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된다.
❙ 사람 중심의 경제
최근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발생하는 시장의 실패, 정부정책의 실패에서 비롯한 빈부의 격차, 환경의 파괴, 개인간 불평등, 삶의 질의 저하 등 사회전체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사회적 경제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사람이 먼저다’라는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람 중심의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목적과 민주적 운영원리를 가진 호혜적 경제활동”
사회적 경제란 ‘사회적 목적과 민주적 운영원리를 가진 호혜적 경제활동’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즉, 개인에서 머물지 않고 사회적인 목적을 지향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민주적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며 돈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간의 호혜성과 협력을 기반으로 한 경제활동을 사회적 경제라 하겠다.
예를들어, 한국의 ‘사회적경제(Social Economy)’를 이야기할 때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도시가 있다. 인구 9만4000명의 소도시 전북 완주다. 군민의 약 10%에 해당하는 9000여 명이 사회적 경제 조직에 몸담고 있다. 완주의 사회적 경제는 ‘로컬푸드’ 사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 또는 조직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구조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지역에서 모두 소비한다’는 로컬푸드 개념을 2012년 국내에 처음 들여와 전국에 영향을 끼쳤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18년 완주를 로컬푸드 정책 우수 사례로 선정하며 “대한민국 최초로 사회적 농업정책을 펼쳐 여러 가지 혁신을 낳았다. 소규모 농가에 지속가능한 생계를 보장했고, 로컬푸드와 관련한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수백개 생겨나 지역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완주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끼어드는 중간 유통망을 없애고 협동조합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중개한다. 또한 판매대에는 농산물우수관리제도(GAP) 인증 기준을 만족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만 납품할 수 있다고 한다. 농가는 기존 유통망을 이용하는 것보다 소득이 두 배 이상 높아지고, 소비자는 30% 정도 싼 가격에 안전한 먹을거리를 살 수 있으니 모두에게 이득이다.
다시 말해, 개인의 문제는 이해관계에 있는 공동의 문제가 될 수 있고, 공동체 구성원들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공공의 이익을 발생시키는 효과가 나타난다.
❙ 사회적 경제 조직의 유형
국내 사회적 경제 조직들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의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제조직 중 공동체와 관련이 높은 것은 마을기업,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순으로 나열해 볼 수 있다.
특히 마을기업은 마을공동체를 기반으로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협동으로 주민 욕구와 지역문제 해결을 구하는 기업이다. 그러기에 더욱 구성원들의 친밀도가 높을 수 밖에 없고 좋은 사업 아이템만 보장된다면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여기에는 간과해서는 안되는 몇 가지 갈등요인이 있다. 그것은 바로 ①목표의 차이 ②형평성·공평성의 불균형 ③독단적인 리더의 문제 ④의사결정의 문제(대표를 제외한 수평적 구조)이다. 이러한 갈등요소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 좋은 사례의 마을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갈등을 잘 관리 할 수 있을까? 우선 마을공동체이기에 가능한 갈등완화 방법으로는 서로 알기, 대화하기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간의 신뢰의 과정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마을기업은 조직을 더욱 강화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소득도 향상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치며 사회적 경제조직을 통해 소득 창출뿐만 아니라, 점점 약해져 가는 마을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기업을 이용할 줄 아는 현명한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박병도 마을공동체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