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이웃이 모여 마을 문제를 고민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단절됐던 소통의 길이 열리고, 공동체가 회복됐고, 우리 마을이 살기 좋게 변해간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고립되고 소외된 이웃 돌봄을 실천하며 어려운 시기 지역사회에 힘이 되는 마을공동체가 주목받고 있다.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는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꼭 알아둬야 할 핵심 키워드 4가지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마을공동체 4번째 주제는 마을교육이다

영광읍 행복나누리 민화그리기
영광읍 행복나누리 민화그리기

마을교육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있어서,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 또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근무하며 명확한 개념을 잡기 어려웠다. ‘마을교육의 의미가 어떻게 다른지를 정리하며 시작하려 한다.

마을교육의 첫 번째 의미는 마을이라는 공간에서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이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개념이 아닐까 한다.

두 번째 의미는 아동·청소년·학생에 대한 교육에 마을(주민)이 지역교육의 주체로서 참여하는 교육이다. 더불어 생활공간이며 공동체생활의 기초 단위인 마을에 대한 교육을 하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에게 두 번째 의미의 마을교육이 익숙하지 않다. 작년 영광군 마을소식지’ ‘활동가 인터뷰에서 묘량 깨움마을학교 이민희 대표는 이렇게 얘기했다. “교육은 원래 지역 공동체의 의무였는데, 근대화 산업화를 거치면서 사회와 분리되어 학교에서만 고유하게 담당하는 영역이 되었다.”

우린 근대화의 산물로 생긴 학교를 통한 교육시스템에 너무 익숙해져서 교육의 주체도 학교로 한정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와 마을이 공교육의 주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고, 지역과 마을이 아이들에게 교육까지 해야 할 만큼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못 배우고 가난하던 시절, 우리 부모 세대는 교육을 통해 사회적 빈곤을 벗어나고 경제성장과 사회적 제도 발전을 동시에 이루었다. 우리 세대가 누리고 있는 풍요가 부모 세대의 절약과 헌신에 기반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신영복 교수는 담론에서 공부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키우는 세계 인식이자 자기성찰이며, 이제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공부이고 살아가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한국 사회 전반의 교육수요는 학령기에서 대학까지의 교육과정을 넘어 전 생애, 모든 지역에서 필요로 한다. 평생교육은 유아에서 시작하여 노년에 이르기까지 평생에 걸친 교육을 의미한다. 평생교육의 교육이념이 유네스코에서 채택된 것은 제3차 성인교육 국제회의(1972, 동경)에서 였다. 평생교육의 목적은 개인의 신체적·인격적인 성숙과 사회적·경제적·문화적인 성장 발달을 전 생애를 통하여 계속 시키는 데 있으며, 이러한 평생학습의 기회는 삶의 현장 어느 곳이든 어떤 방법으로든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신념에 근거한다.

군과 읍면 단위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있지만 마을 안에서 이뤄지는 교육과는 차이가 많다. 교육과 문화활동이 생활공간에서 이뤄져야 참여하기 쉽고, 이웃과 함께 할 수 있고, 삶과 공부를 자연스럽게 연계할 수 있다.

자녀교육을 위해 본인의 교육을 희생했던 부모 세대를 위한 교육과 문화활동이 마을에서 더 풍성해져야 한다. 어르신들을 위한 한글공부, 치매예방과 건강유지를 위한 건강체조, 공예교실 등 여러 가지 교육과 문화활동은 이제 교육활동이자 복지활동이기도 하다.

 

마을의 미래 작은 학교 살리기

향교마을회 작품 전시
향교마을회 작품 전시

행안부는 202189개 지역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였고, 올해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및 시행령 개정으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도입했다. 2022년부터 10년 동안 해마다 1조원(올해는 7500)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 광역자치단체에 25%, 기초자치단체에 75%의 재원을 배분한다고 발표했다.

농어촌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에 대한 가장 중요한 활동이 작은 학교 살리기라고 생각한다. 학교가 사라진 지역에서 미래를 계획할 수 있을까? 교육이 사라진 마을에서 더 나은 삶의 방식에 대한 희망을 논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과 학교가 없는 지역에서 어떤 미래와 지속가능성을 준비할 수 있는가?

지금까지의 교육이 우수하고 성실한 국민을 키우는 게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지역의 시민을 키우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역주민과 마을이 학교 교육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묘량면의 깨움마을학교는 2019년부터 묘량중앙초등학교와 교육과정 연계방안을 모색하여 마을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1회 농촌마을교육포럼 지방소멸 시대, 지역과 학교 상생의 길을 찾다발제 자료집에서 발췌한 2021년 운영한 마을교육과정을 보면 우리 마을 역사탐험대(분기 1), 어린이 농부학교(2), 마을생태과학교실(2), 와글와글 마을기자단(2), 우리마을 천문대까지 이렇게 5가지의 과정을 함께 운영했다. 이런 다양한 활동이 작은 농촌 마을 안에서 실현 가능하다는 점이 놀랍다. 묘량의 마을교육과정은 2009년 묘량중앙초등학교 폐교 위기에서 시작한 작은 학교 살리기활동과 2015년 시작한 마을학교(깨움마을학교)가 있어서 가능했다.

지역마다의 상황과 문제가 다르기 때문에 마을과 지역마다 어떤 마을교육이 필요한지는 다를 것이다.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어떤 사람들이 마을교육을 필요로 하는지와 누가 마을교육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가이다. 결국 주체(主體)의 문제이고 이런 주체들이 어떤 틀로 구성되어 활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적 선택이다. 관심이 있는 사람, 필요한 사람, 해보고 싶은 사람을 어떻게 만나게 할지, 이런 만남이 어떤 목적의 활동으로 지속가능한지 함께 고민할 단위가 필요하다.

마을공동체활동, 마을교육활동 모두 자발적 의지에 의한 봉사활동이다. 급여가 있는 전업으로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는 없다. 지역의 공익활동을 수행하는 활동가에 대한 보상체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역에 의미있는 다양한 일자리가 생겨나면 새로운 인구를 유입하고 청년들의 지역이탈을 막을 수도 있다.

3의 장소는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가 제1의 장소인 가정, 2의 장소인 직장(혹은 학교)에 이어, 목적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리는 제3의 장소의 중요성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사람은 가정과 직장에서 주어지는 사회적 역할만으로는 스스로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어 끊임없이 다른 교류 활동을 추구한다. 레이 올덴버그는 이를 비공식적 공공생활이라고 칭하고 이런 활동에 필수적 공간을 3의 장소’(Third Place)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 우리는 가정과 직장 외의 공간, 일과 기본적 생존활동 이외의 활동이 필요하다.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자 노는 공간, 마을과 지역의 일을 공유하고 새로운 행동을 모색하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3의 장소이다. 카페, 도서관, 커뮤니티 센터, 독립서점, 마을회관 등의 공간들이 그런 역할을 제공한다.

영광지역에 마을공동체들이 한해 한해 여러 가지 모습으로 쌓이고 있다. 아직은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기초적 활동의 수준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지역과 마을에도 교류와 협력의 공간 3의 장소들이 생겨날 것이다.

/영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 사무국장 류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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