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요즘 세간의 화두는 이다.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다름의 가장 큰 차이는 구체화한 언어에 있다. 말의 기본은 소통이다. 모든 감정과 의사 전달은 말로 전해지며 분위기와 표정은 보조 수단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표정과 분위기는 가식이라는 연기로 상대를 속이기도 한다. 문제는 공인의 말이다. 특히 국가의 지도자급이 남기는 말은 어록으로 남아 강한 책임감을 동반한다. 공인에겐 사생활이라는 개념이 전혀 다르다는 의미이다. 이를 인지하지 못하면 큰 곤경에 처하기 마련이다. 말실수를 인정하면 결함이 되고 인정하지 않으면 거짓이 되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 역시 비양심을 바탕에 깐 무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거짓이라 말하지 않는 다른 거짓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파생된 게 태극기를 든 노인들이다. 같이 나이가 들어가는 처지에서 노인 운운하기가 민망하지만, 태극기로 상징되는 노인들의 정신세계는 자기기만으로 자신까지 속이는 기이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현상은 그들이 추종하는 세력을 추적하면 보인다. 스스로 보수를 자칭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극렬 지지하던 그들은 유승민 전 의원을 배신자 색깔을 씌워 배척했다. 그리고 아직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자신의 우상이던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중심에서 주도하고 감옥에까지 보냈던 세력을 그들은 다시 열렬히 지지하는 기이한 모습을 보였다. 현 정부와 윤핵관이 그들이다. 탄핵 5년이 지나지 않아 그렇게 지지했던 추종자를 탄핵한 세력을 다시 지지하고 있다. 상식적인 모습이 아니다. 더욱이 이러한 상황이 선택적이라면, 원인이 추정되지 않으니 더 이상하다. 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은 이제 이들 노인층만 남았다. 과거엔 노인의 현명함을 도서관 열 개에 비유했지만 이젠 상황 판단이 더딘 우매함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생각을 바꾸지 않고, 듣지 않는 고집에서 기인한 결과이다. 윤 대통령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부분이다. 최근 대통령은 노인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형태는 말이지만 이는 약속이요 공약이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경로당 식비와 냉난방비를 삭감했고 노인 일자리를 없앴다. 또한, 노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역사랑 상품권 국비지원과 지역 화폐 예산을 삭감해버렸다. 그래도 노인층의 일편단심 짝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이쯤이면 대단한 소신이다. 현 정부의 정책을 부자 정책이라고 한다. 초점이 기업과 부자 법인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부자에게만 해당하는 보유세, 상속세, 증여세, 취득세를 인하 혹은 완화해 주었고 국내 기업 소재 부품·장비를 삭감해 주었지만 6억 이하 1주택 소유자의 재산세는 오히려 인상했다. 서민 사랑엔 가혹하다. 미숙아 지원예산 21억 삭감, 초등학교 돌봄교실 간식 지원예산 72억 전액 삭감, 임산부와 초등생 친환경 농산물 지원예산 전액 삭감,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 소상공인 지원 지역 화폐 예산 6천억 원 전액 삭감, 무주택 서민 지원예산 1조 상당 삭감, 청년 내일채움 공제 전액 삭감, 고용유지 지원금 4천억 삭감, 일자리 안정자금 전액 삭감 등 여기에 모두 적을 수가 없다. 가장 충격적인 건 역시 고공행진의 물가이다. 올라도 너무 오른다. 더 힘든 건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이다. 경제는 위험으로 빠지고 있는데 정치권은 온통 쌈박질로 진흙탕이다. 특히 최근엔 책임 있는 공인들의 이 국민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어려운 정국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고의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져보는 이유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일국을 끌고 가는 지도자들의 입에서 나올 말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말은 품격이며 국민을 향한 약속이다. 그리고 약속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전기요금, 수도요금, 가스요금, 건보료, 국민연금 등 치솟는 공공요금 청구서를 앞에 두고 한숨 짓는 국민이 보이지 않으면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말이나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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