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

금상 / 김양근  

꾸준한 관심과 배려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관심과 배려가 불편한 요즘. 친절한 말과 공손한 태도는 장사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어 버렸고, 이유없는 봉사와 솔선수범 또한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하게 되는 세상이다.

반대로 남의 실수를 지적하고 거만한 태도로 독설을 날리는 사람이 인기를 끌고, 상대방을 디스하는 랩으로 인격과 약점을 후벼 파는 가수가 추앙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폭풍처럼 거센 말과 완력이 아니라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한 말과 관심이라는 것을. 꾸준한 관심과 배려가 쌓이고 쌓이면 사람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온도가 만들어 지는 것 같다.

책에 등장하는 경만이라는 사람도 독고 씨의 친절과 배려를 의심했었다. 술 대신 옥수수 수염차를 마셔보라는 걱정 어린 말조차 편의점에 오는 것도 싫은가보다고 오해를 한다. 그러나 독고 씨의 꾸준한 관심과 배려에 어느 순간 경만 씨는 모든 의심과 경계를 풀어버린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히팅 포인트처럼 감동과 힐링이 되는 온도가 있는 것 같다. 경만씨의 딸들이 아빠가 힘들게 번 돈 아껴야 된다고 하며 원플러스 원 상품만을 사려고 했다는 독고씨의 말을 들은 경만씨는 그동안의 힘들었던 삶이 가벼워지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됨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경만씨는 앞으로 노력할 것이다. 술 대신 옥수수 수염차를 마시며 더 열심히 의료장비를 팔고, 맑은 정신으로 집에 들어갈 것이다. 딸들을 안고 입 맞추며 맛있는 저녁을 부인과 함께 준비하는 경만 씨를 기대해 본다.

한 번의 친절과 배려는 무심히 그런가 보다 하지만 꾸준한 관심과 진정성 있는 배려는 사람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마음을 받아드린다. 영혼까지 치유한다.

주인공 독고 씨가 그랬다. 열심히 친절했고 꾸준히 배려했다. 사람 대신 개를 더 믿던 오선숙 아주머니도 노숙자 독거씨의 친절과 배려에 마음 문을 연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 편한 일은 아니다. 어쩌면 불편한 상황이 더 많다. 나와 부대끼고 있는 사람들, 내 주변의 사건들, 불편한 일상의 연속이다.

내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연상 마누라, 아홉의 아들딸들, 자의반 타의반으로 공동체가 되어 살고 있는 마을 식구들, 교회 식구들, 게임을 공부하듯 열심히 잘하는 아들, 엉덩이는 없고 입으로만 공부하는 딸.

그들을 위해 나는 오늘 독고씨를 모셔와야 겠다. 아들도 만나게 하고 애들 때문에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마누라와도 대면시켜야겠다. 독고씨와 함께 분리수거를 하고 아이들의 안색을 살피며 부드럽게 타이르는 법을 배워야겠다.

내가 사는 마을은 편의점이 없다. 우리집 아이들은 한번씩 말한다. 우리 마을에 편의점 하나만 있으면 좋겠다고, 늦은 밤, 이른 새벽 슬리퍼 신고 내려가 인스턴트 음식 사먹을 편의점이 필요하다고. 우리 마을에 그런 편의점이 있다면 어떨까?

독고씨가 있는 조금 불편한 편의점이.

 

은상 / 임유정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일으켜 세우는 힘

우리 집 밑에도, 거기서 5분만 더 걸어 내려가도 편의점이 있다. 상호명도 다양해 골라가는 재미가 있다. 이처럼 편의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지는 꽤 됐다. 면 단위 시골에도 편의점이 있을 정도니. 말 그대로 일상의 편리함을 다 모아놓은 이 가게는 식품부터 생필품까지 없는 게 없다. , 1+1, 2+1 상품을 구매하면 괜히 더 현명하게 알뜰한 소비를 한 것 같은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그런 편의점을 불편한 편의점이라 일컫는 제목이 참 재밌다. 이 책의 배경인 청파동의 ALWAYS 편의점에는 불편한 편의점을 몸소 인생의 안식처이자 치료소로 만드는 독고씨가 있다. 그의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쓸쓸함과 외로움처럼 그는 서울역 노숙자다. 노숙하던 때, 편의점 주인인 염여사의 도둑맞은 파우치를 찾아주게 된 인연을 계기로 편의점의 야간 알바를 시작하게 된다. 말은 더듬고, 싹싹함은 부족하고 사회성이 많이 떨어져 보이는 이 독고씨로 인해 청파동의 없는 것 많고, 불편함 가득했던 편의점은 세상으로부터,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놓고 싶어 하던 사람들을 다시금 일으켜 세워주고, 가족을 이어줘 함께 나아가게 만드는 그런 치유의 공간이 된다.

대형마트, 백화점이 아닌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이웃들이다. 청춘을 아르바이트와 공무원 시험과 맞바꾼 20대 젊은이, 남편과 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중년 여성,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뚜렷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어깨가 무거운 가장, 한탕의 꿈을 버리지 못해 부모의 재산을 노리는 철없는 나이 든 자식까지. 각박하고 힘든 세상 속을 살아가는 그저 평범한 이 사람들이 편의점에서 독고씨를 만나 불안을 다독이고, 때로는 자기 모습을 되돌아보며 부끄러움을 발판 삼아 더 나은 삶을 위해 다시금 두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들은 읽는 내내 감동과 여운을 준다. 독고씨로 인해 편의점의 오전 시간은 조금씩 햇살의 방향이 바뀌듯 그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었다.’는 표현이 참 인상 깊다.

이 책을 읽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 나름의 방식대로 치열하게 살다 보니, 시현씨의 말처럼 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다른 사람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선의와 인정과 배려를 베풀며 사는 것이 쉽지 않다. 불안한 내 현실에서 옆을 둘러볼 여력이 없었고, 누군가의 선의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저변에 깔린 이면의 의미를 자꾸만 생각하게 됐다고 하면 조금은 비겁한 변명일까. ‘불편한 누군가를 조금이나마 편하게해주고 싶은 마음이 선뜻 행동으로 나오지 않는 오늘이 더욱 쓸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삼각김밥으로 대화가 단절된 모자에게 진심을 전하는 통로를 만들어주고, 원 플러스 원 상품을 권하며 고된 삶에 찌들어 가족에게도 외면받는 가장에게 다시 가족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게 하며, 네 캔의 만원인 맥주로 철없는 아들에게 어머니와 단란한 시간을 보내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 독고씨가 너무나 멋지다.

때로는 무던하고 우직하게, 조금 느리더라도 정직하게, 세상에 때가 아직은 덜 묻은 순수함으로 편의점을 찾는 손님들에게 진심의 마음을 전하는 그의 삶의 방식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았다. 불편함이 때로는 가슴 저리는 따스함으로 되돌아온다. 그러니 불편하다고 불평하지 말고, 불편하다고 외면하지 않겠다.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든 이들에게 지치지 않고, 어느 때고 두 주먹 불끈 쥐고 힘차게 일어날 힘을 건네는 그런 사람이 되자 다짐해 본다. 나 하나로 인해 산이 온통 꽃밭으로 물들진 않더라도 선함이 언젠가 꽃향기처럼 널리 퍼져 봄날의 햇살이 가득한 그런 날들이 될 때, 그 시작에 조금이나마 마음을 더했다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동상 / 조현우- 긴긴밤을 읽고

어린인 청소년 추천도서 긴긴밤 어린이 문학 대상 수상작이기 때문에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진 책이었지만 어른들에게 교훈을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우선, 노든은 코뿔소 한 마리 없는 코끼리 고아원에서 생활한다. 그곳은 평화롭고 완벽한 곳이다.

눈이 보이지 않은면 눈이 보이는 코끼리와 다리가 불편하면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와 같이 있으면서 서로가 서로를 돕고 산다. 하지만 노든은 고아원에 있을지, 바깥세상으로 나갈지 결정해야 할 순간에 할머니 코끼리의 조건으로 바깥세상으로 나가기로 결정한다.

나는 여기 이부분에서 강조하고 싶은 말은 편안함에 안주하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여 안정적인 코끼리 고아원을 떠나지 않았다면 노든은 코뿔소 자신의 가치를 깨우치지 못했을 것이다.

노든은 코끼리 무리에서 나와 초원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고 아주 귀여운 딸과 함께 가족을 이룬다. 찬란하게 아름다운 순간 인간들의 욕심으로 아내와 딸은 목숨을 잃게 되고, 동물원으로 이송되어 간다. 동물원에서 앙가부를 만나고 앙가부와 함께 동물원에서 나갈 계획을 세우던 중 앙가부도 코뿔소의 뿔을 노리던 사람에게 죽게 된다. 그리고 앙가부가 죽자 노든은 유일하게 남은 흰바위 코뿔소로 혼자 남게 된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흰바위 코뿔소 노든을 소개합니다.’라는 대목은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지 다시 한번 느껴지게 한다. 뿔을 자르는 이들만큼 그 오직을 이용하는 이기적으로 자신만을 위해 산다고 생각이 든다.

새옹지마 변방에 사는 노인의 말이라는 뜻인데, 세상만사는 변화가 많아 어느 것이 가 되고, 어느 것이 이 될지 예측하기 어려워 재앙도 슬퍼할게 못되고 복도 기뻐할 것이 아님을 이르는 말이다. 무엇이든 분수를 지키며 적당함을 추구할 때 새옹지마라는 말도 벗겨가지 않을 것이다. 방탕하거나 헛된 것을 고집하지 않으며 겸손하고 정직하게 살아간다면 대단한 사람이 되지 못하더라도 호수에 편안히 떠다니며 삶을 누리는 돛단배가 될 수 있다. 인간들의 욕심만 아니었다면 노든, 노든의 아내, 어린 딸, 그리고 앙가부도 호수에 편안히 떠다니는 돛단배처럼 가장 평범한 행복을 누리면서 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동물원에는 펭귄인 치쿠와 윔보가 있다. 자신이 살던 동물원 안에 검은 점이 있는 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알을 치쿠와 윔보가 돌보던 중 전쟁이 일어나면서 윔보는 죽게 되고 치쿠는 노든과 함께 알을 가지고 바깥세상으로 나가게 된다. 둘은 알 속에 있는 펭귄을 위해 펭귄아 사는 곳인 바다로 향한다. 양동이에 알을 담고 노든과 걸어가던 치쿠는 초원에서 죽게 되고, 노든은 알에서 깨어난 이름 없는 펭귄과 바다로 향한다. 결국 이름 없는 펭귄은 노든과 헤어지게 되고, 혼자서 바다로 향하고 드디어 바다로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평안하게 따뜻했던 코끼리 고아원서의 노든의 삶처럼 어머니 뱃 속은 우리에게 완벽한 곳이었을 것이다. 배고프지도 춥지도 덥지도 않던 곳이었으나 바깥세상에 나와 우리는 점점 세상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부모의 품이 따뜻하고 완벽하지만 우리는 노든처럼 바깥세상에 나아가기를 선택하고 세상 속으로 걸아가게 된다. 바깥세상 속에서 노든의 삶이 편안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내와 어린 딸과 헤어지고, 앙가부와 헤어진다. 치쿠와 윔보도 알을 지키려다 목숨을 잃게 된다. 이름 없는 작은 펭귄과도 이별하고 혼자 남게 된다. 동물들처럼 우리도 인생에서 많은 고난과 시련을 만나게 된다. 그럼에도 자기만의 길을 나서는 동물들을 보며 우리의 인생을 힘차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행복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지 않다. 누구나 한 번은 아름답고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화려한 꽃을 피우지 않는다. 확고한 믿음, 간절한 열망, 꿋꿋한 추진력, 불굴의 의지, 강인한 노력을 후회 없이 다 쏟아붓고 겸손하게 가다리면 된다. 만족하든 만족하지 못하든 간에 결과물에 대한 보상은 있다. 대단한 결과물을 얻으면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고 결과물이 좋지 않더라도 과정이 즐거웠다면 다시 도전을 하게 된다. 어떤 도전이든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 어떤 가슴 아픈 시련을 마주하더라도 자존감을 갖고 꿋꿋이 맞서야 한다. 잔인한 운명이 닥치더라도 고결한 태도를 가지고 이겨내야 한다. 확고한 신념이 있으면 느리게 천천히 다가가더라도 결국은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조은선 - 나는 오늘도 불편한 용기를 내어본다

<불편한 편의점>2022년 한 책 읽기 운동의 책으로 각종 독서사이트에서 베스트셀러이다. 우리 주변의 흔한 편의점과 20대부터 70대의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오면서 그들의 삶의 고독과 불안을 자연스레 펼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연민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품이다. 소설의 목적이 그렇듯 간접경험을 통해서 우리 자신을 살피고 통찰력을 유도하기엔 더없이 좋은 작품이였다.

관찰자의 시점으로 쓰여진 총 7개의 에피소드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여진 1개의 독백으로 구성된 옴니버스식 소설이며, 다양한 등장인물의 모습이 나를 생각하고 우리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친숙하고 쉽게 읽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독고라는 주인공을 전지전능한 존재로 환타지화 시킨 부분은 좀 억지스럽고, 현실적으로 편의점 사장인 염 여사(70)가 노령의 나이로 노숙자와 불편함 없이 친해지고 돕는 과정은 다소 개연성이 떨어져서 아쉽기도 했다.

가장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독고가 자신의 과거를 인정하고 바로 잡으려고 움직이는 용기가 감동적이였고 주변 사람들과 다름을 인정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조용하고 묵묵하게 소통하려는 모습. 그래서 좋은 삶을 탐구하고 자기 연민을 극복하려는 자세 즉, 용기가 참 가슴에 와닿았다.

3인칭 관찰자로 나오는 편의점 사장 염영숙의 삶을 바라보는 소박하고 정갈하지만 결코 좁지 않은 안목과 깊이 있는 신념은 지금 50대인 나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었다.

우리는 관계의 중요성과 소통과 나눔이 얼마나 큰 힘인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혼자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을 만큼 각종 생활적 인프라가 발달하였다. 물론 풍요 속의 빈곤처럼 개인의 고독과 불안이 간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생활 속에서 우리는 주변과 관계나 소통을 하려고 하지만, 막상 자신의 성찰 및 성장에 대한 반성과 살핌을 소홀히 할 때도 있다. 편의점 사장이자 전직 역사 교사였던 염 여사가 조언했듯이 역사는 지난 일을 가지고 평가받는 거라고 고립은 스스로 만들고 인생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삶과 죽음의 평균대 - 균형을 잡고 있어야 한다고 심연을 흔드는 깊고 강한 메세지를 주고 있다.

<불편한 편의점> 이 책을 읽고, 나는 나의 지나온 삶과 현재의 삶을 둘러보고 앞으로의 삶을 균형 있게 설계하는, 내 삶의 불편함 속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용기를 내어보고 싶다. "편해지기 위해 불편해야한다" 나는 오늘도 처음처럼 불편함 속에서 특별함과 소중함을 향하여 한발 한발 조심스레 걸음을 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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