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철 前 광주광역시 문화경제부시장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그러나 우리 농촌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 농촌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그나마 급속한 고령화로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농촌의 대부분이 위치한 8()의 인구는 1972년부터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5~2020년 동안 군()단위지역 82개중 67개 군에서 인구가 감소하였다. 이런 추세라면 2040년에는 군단위지역 40%정도는 인구가 2만명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농촌의 인구 고령화와 감소는 더욱 심화하고 있어, 머지않아 상당수의 군단위지역이 소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국내 인구구조 변화를 보면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출생아 수보다 사망한 사람의 수가 더 많아 인구가 줄어드는 데드 코로스(Dead Cross)가 발생했다. 농촌인구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농가인구가 2000400만명수준에서 21년에는 220만명 수준으로 거의 절반이 감소하였다.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은 40세 미만의 청년농업인이 3.9만명으로 2%가 채 되지 않으며, 특히 농촌 읍면지역에 거주하는 청년 농가 경영주는 0.4%수준(10,264)에 불과하다. 청년농업인이 감소하면서 우리의 오랜 삶의 터전이었던 농촌이 붕괴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농촌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는 얼마나 기여하고 있을까? 매년 농림부가 발표하는 농림업 부가가치를 보면 그 비중이 국내총생산(GDP)대비해서 지속적으로 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년대후반 4%였으나 2005년에 2%(2.6%)로 떨어진 후 급기야 2016년에는 1%(1.8%)로 떨어져 답보하고 있다. 2018년 농가소득은 년 4천만원대를 기록한 후 여전히 4,600만원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농가소득 중 농업활동을 통해 나오는 농업소득은 2000년부터 20여년간 년 1000-1200만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비록 농촌의 존재가치를 경제적 가치로만 측정할 수는 없지만, 농촌은 도시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고 그 경제사회적 비중은 낮아지고 있다.

우리 영광군의 현실은 어떤가? 예로부터 영광은 넓은 평야와 바다를 끼고 있어 물산이 풍부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현재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지역내 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20165.5만명 수준에서 2021년에는 5.2만명으로 5년만에 3천명 정도가 줄어 조만간 5만명도 깨질 것으로 보인다. 인구구조면에서도 65세이상 고령인구가 20211.5만명이상으로 거의 30% 수준에 이르는 반면, 20-39세미만 청년세대는 9.5천명으로 채 1만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영광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지역에서 들리는 바에 따르면 영광의 대표적 해산물인 굴비와 근자에 들어 특화산업으로 성공한 모시떡산업에서만 근 1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통계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영광군의 지역내총생산(GRDP) 규모는 답보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52.2조원에서 20191.9조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렇듯 영광지역도 여타 다른 군지역에 비해 심했으면 심했지 양호한 편은 아니다. 그나마 가능성을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의 초저출산기조(2020년 전국합계출산율 0.84)에도 불구하고 영광군은 2.15로 전국평균을 훨씬 상회하여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T) 등 신기술의 발달은 농어촌의 일손 부족에 대한 대처수단으로서 기회인 반면 전통적 기술이나 경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고령 농업인 등에게는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최근 IT와 접목된 스마트한 기술이 도입되면서 농축산물 등의 생산지로서의 농촌의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농촌에서 농부들에 의해 재배되는 농산물이 도시농부들이 도시의 여러 공간을 활용하여 재배하고 있다. 도시내 거미줄처럼 펼쳐진 지하철의 지하공간은 도시농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바른팜은 농촌진흥청의 지원을 받아 20221월부터 광주광역시 금남로4가 지하철역 300여평에 스마트팜 공장을 설치하여 상추, 배추 등 무농약 농작물을 일평균 100kg365일 매일 출하하고 있다. 또한, 주식회사 넥스트온은 서울지하철 남부터미널역의 지하공간에 수직형 인도어팜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농장을 만들어 딸기 상추 등을 키워 출하함으로써 상당한 매출을 이루고 있다. 심지어 넥스트온은 그 곳에서 출하되는 농산물을 가공하여 바쁜 도시 샐러리맨들을 위한 야채 샐러드자판기사업으로 진출하는 방안까지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축산업분야는 어떤가? 축산업에도 스마트 바람이 거세고 불고 있다. 실례로 충북 천안에 있는 모 축산농장은 기존 농장에 팜매니저(SW) 돈사환경관리기 등을 자체 개발하여 적용함으로써 생산성을 크게 향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모돈 출하두수는 약 21% 이상 향상하였으며 사료는 약 9% 정도를 절감하였다고 한다. 어업분야에 있어서도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변화의 방향과 세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사례로 보여준 스마트팜과 축산농장에서 특기할만한 것은 대표들이 대부분 젊고 대학에서 농업 등 관련분야 전공자라기보다는 주로 전자공학 등 비전공자였다.

우리는 이들에게서 농어촌의 지속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농어촌 지역의 주력산업에 대한 스마트화는 청년 유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청년세대는 IT기술에 대한 적응속도가 빠르고 농업 등에 대한 응용도 기성세대에 비해 뛰어나다. 농업 등에 대한 스마트화의 바람이 거셀수록 청년세대의 유입 노력을 통해 농어촌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청년세대가 농어촌에 들어와 살기에는 주거여건 교육여건 등 넘어야 할 많은 장벽이 있다. 기본적으로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는 삶에 대한 눈높이가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기성세대는 1인당 국민소득 2천불이하 수준의 경제사회적 삶을 살았다면 청년세대는 최소 10배가 넘는 2만불이상 시대와 어울리는 경험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주거수준 교육여건 가치관 등 모든 면에서 그 기준이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 다른 새로운 인류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청년세대가 그들의 눈높이를 만족하는 쾌적한 삶을 살 수 있는 농촌 등의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한다. 나아가 그곳에서의 삶이 그들의 미래에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청년들이 농촌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인구감소 등으로 비효율적으로 변한 농촌 등의 공간을 쾌적한 삶과 휴식의 공간으로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 농촌 등 지역의 인구 고령화와 감소는 넓은 지역에 인구가 희소하게 산재함으로써 교육 의료 문화 등 기본적인 생활인프라를 붕괴시키고 있다. 또한 넓은 지역에 희소한 인구 배치는 행정 보건복지 등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전달하지 못하게 한다. 내가 어린시절을 보낸 고향 마을에는 농사일에 필수적인 막걸리 필수적인 잡화를 파는 점방그리고 무자격이긴하나 주사 등 간단한 응급치료가 가능한 동네어르신 등이 있어 주민들이 긴급히 필요한 것은 마을내에서 응급 해결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점방도 무자격 동네어르신도 없는 고향 어르신들은 간단한 물건하나라도 사려면 10리길을 떠나야 한다. 따라서 농어촌이 청년새대의 유입으로 그들에게 새로운 생활양식을 제공할 수 있는 삶터 일터 쉼터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공간의 재배치가 필요하다. 나는 이러한 고민 속에서 기획재정부(예산실)에 재직하면서 농촌공간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농림축산부 예산에 반영한 바 있다. 다행히 농림축산부는 지난 3년간 공간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와 시범사업을 마치고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농림축산부는 2020년 전국 12개 시군을 대상으로 농촌공간계획을 시범적으로 수립하였다. 이러한 농촌공간계획 수립을 위한 제도화 작업이 조속히 마무리되어 농촌 인구의 노령화와 감소로 악화된 교육 의료 문화 등 생활인프라를 재구축하여 안락한 삶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현재 국내 총인구의 1%가 매년 농촌으로 이주하고 있으며 이들 중 절반가량이 40세미만 청년들이라고 한다. 이들을 위해서도 조속히 공간계획이 마련되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청년농업인이 들어와서 생활비 걱정없이 살 수 있도록 다양한 소득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IT기술의 발달로 농축산업에 대한 스마트화와 6차산업의 활성화는 좋은 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도 말해주듯이 응답자의 64.8%가 스마트팜의 도입은 필요하나 시설설치비와 운영비가 과다한 것이 문제라고 답하고 있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농축협 등 관계기관이 협력체계를 마련하여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상황을 감안하여 국고 보조금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지방자치단체는 농협 등 관계기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현장에서 치밀하게 운영하는 모델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귀농청년들이 적은 비용으로 스마트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농림축산부나 농협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확대하여 실습공간을 충분히 제공해 주어야 한다. 실습후에는 창농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도록 세밀한 컨설팅과 자금이 없어 창농을 못하는 일이 없도록 자금 융자 보조 등을 확대하고 종합관리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있어 귀농과 귀촌이 엄격하게 구별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농어업소득 이외의 소득원도 적극적으로 발굴해 주어야 한다. 농어업과 함께 할 수 있는 6차산업은 지친 도시민에게 쉼터를 제공하거나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현장으로써 체험공간을 제공하는 등 농어업외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농업농촌 등과 관련한 정책은 사라져가고 있는 농촌 등을 재건하는 데에서부터 그 시발을 찾아야 한다. 농촌 등을 삶의 터전으로 재건하기 위해서는 청년세대의 탈촌(脫村)을 막고 귀농귀촌 등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혼자의 노력만으로는 이 난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여 추진하되 중앙정부는 지원하고 농협 축협 등 관계기관이 보조를 맞추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 또한 이러한 문제들은 짧은 기간내에 대안을 마련하여 실천하기가 어려우므로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1961년 농협중앙회가 설립된 뒤 전국에 총 4,800여개의 지점과 188만여명의 회원을 가진 농어촌과 함께 성장해 온 농협 축협 등 농어촌정책을 현장에서 같이 실천해 나갈 조직을 갖추고 있다. 내년 3월에 있을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청년세대의 유입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안되고 공론화되기를 바란다. 농어촌의 재건은 장기적으로 보면 농협 축협 등 협동조합의 잠재적 회원을 늘리는 것으로 서로 윈윈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조인철(영광군 군서면 가사리) 부시장은...,

1977년 영광 군서초등학교 졸

1980년 영광 해룡중학교 졸

1983년 광주서석고등학교 졸

1991년 고려대학교(서문학 학사)

1998년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경제학 석사)

2010() 버밍엄대학교(정책학 박사)

1996년 행정고시 합격(40)

20002003년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 사무관

20032005년 기획예산처 예산실 사무관

20052007년 기획예산처 성과관리본부 성과관리제도팀(서기관)

20112012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부이사관)

20142016년 국무총리실 영유아교육·보육통합추진단 기획조정과장

2016년 기획재정부 예산실 총사업비관리과장

2017문화예산과장

2018농림해양예산과장

2019년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사무부국장(고위공무원)

20192022.6 광주광역시 문화경제부시장

2022.9~현재 조선대학교 일반대학원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특임교수

2004년 대통령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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