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첨단 시대로 진입하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게 있다면 기계의 사용이다. 아직 남아 있는 아날로그도 있지만 대부분 반도체를 바탕으로 하는 디지털이 대세다. 매일 만지는 휴대전화는 최근 급변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휴대전화의 가장 기본 역할은 통화이다. 단순 통화는 조선 말 고종이 했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으며 전음 방식과 질만 바뀌었다. 전화(電話機)의 본 어의가 ‘전기로 대화를 전하는 기계’로 본다면 이미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요즘 쏟아져 나오는 최신 핸드폰들을 보면 통화의 질은 말하지 않으며 제품 홍보에서도 전혀 다루지 않는다. 휴대전화기는 이미 전화기만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 당연한 통화의 기능은 살필 필요가 없어졌다. 신상품이 출시되면 가장 중점을 두고 홍보하는 게 사진과 동영상 기능이다. 전화기의 신기능 판단이 거의 영상으로 넘어간 것이다. 하지만 최신 휴대전화의 기능을 모두 활용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의문이다.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휴대전화의 기능은 천차만별이 된다. 백만 원을 지급하고 산 휴대전화라면 사용 능력에 따라 가치는 많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100%를 사용하면 그 가치를 하는 것이고 20%밖에 활용하지 못한다면 20만 원의 가치를 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사용 능력에 따른 구매보다는 비용 능력에 따라 고액의 휴대전화를 구매한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노인층은 전화와 문자, 유튜브 시청 정도의 사용에 그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핸드폰의 기종을 보면 최고급이 의외로 많다. 그 정도의 사용은 그냥 가입만 하면 주는 무료 핸드폰으로 충분함을 거의 망각하고 있다. 알다시피 휴대전화는 이미 전화기의 수준을 벗어난 종합 컴퓨터로 도약했다. 그것도 ‘만능’이라는 별칭까지 달았다. 한동안 잘 나가던 카메라 회사들이 요즘 죽을 맛이다. 높은 사양의 영상기를 탑재한 휴대전화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카메라 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최근 회사의 유지가 힘들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고 있다. 물론 전문가 용도의 카메라는 아직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지만, 판매량이 2000년대 초반의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위기라는 말은 맞다. 단순히 촬영하고 보는 역할의 카메라는 휴대전화에 들어가 있는 수준이면 준수하다. 전문가 입장이라면 폰 카메라 표현의 한계를 DSLR이나 미러리스의 10% 정도로 보기 때문에 휴대폰 사진기로 작품을 촬영하진 않겠지만 일반인이라면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만큼이나 혁신 발전을 한 분야가 카메라이다. 기능이 사용자의 상상을 벗어나고 화소가 깡패라는 속어를 증명하듯 1억 이상의 화소를 만들어 내는 카메라가 출시되고 있다. 영상은 4K를 이미 넘어 8K를 탑재했고, 4.2.2, 10bit 영상을 기록 카드가 찰 때까지 끊기지 않고 찍는다. 하지만 역시 휴대폰처럼 천차만별의 가격이 문제다. 사진 생활 40년에 가까운 개인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초고가의 카메라 시장은 문제가 많다. 화소를 올리고 엔진을 새로 개발해 바꿔가면서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심장에 해당하는 센서는 업그레이드가 아닌 옆그레이드만 하고 있다. 여기에 DSLR 중심에서 미러리스로 축이 바뀌면서 급격하게 변한 건 가격이다. 내가 회원들에게 미러리스를 권장하던 시기가 8년 전이다. 당시 DSLR이 아닌 미러리스는 기능이 떨어진다고 우기던 사용자들이 이젠 훨씬 비싸진 미러리스와 렌즈에 투자하고 있다. 휴대가 편하고 기능은 이미 DSLR을 넘었다. 특히 동영상은 넘사벽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미러리스로 방향을 바꿨던 소니(Sony) 카메라가 전체 카메라 시장의 절반을 장악해버렸다. 기계는 사용자의 능력만큼만 반응한다. 그 한도에서 나쁜 기계는 없으며 나쁜 사용자만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