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어느 부자 사형수의 후회

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고봉주 영광군가족센터장·영광신문 편집위원

다시 인생을 산다면 작은 가게를 차리고 가족들을 돌보며 살고 싶다. 내 야망이 너무 컸다.

인생은 모든 게 잠깐인 것을 그렇게 모질게 살지 않아도 될 것을, 바람에 귀를 기울이며 물처럼 흐르며 살아도 될 것을, 악쓰고 소리 지르며 악착같이 살지 않아도 될 것을, 말 한마디 참고 물 한 모금 건네며 잘난 것만 재지 말고 못난 것도 쓰다듬으며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듯 서로 불쌍히 여기며 원망 말고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며 살 걸 그랬다.

세월의 흐름이 모든 게 잠깐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흐르는 물은 늘 그 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을, 왜 나만 모르고 살았을꼬?

낙락장송이 아니더라도 그저 잡목림 근처에 찔레나무 되어 살아도 좋을 것을, 근처에 도랑물 시냇물 졸졸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는 그냥 소나무 한 그루가 되면 그만이었던 것을, 무엇을 얼마나 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동안 아등바등 살아왔는지 몰라.

사랑도 예쁘게 익어야 한다는 것을, 덜 익은 사랑은 쓰고 아프다는 것을, 예쁜 맘으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젊은 날에 나는 왜 몰랐나 몰라.

감나무의 '홍시'처럼 내가 내 안에서 무르도록 익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프더라도 겨울 감나무 가지 끝에 남아있다가, 마지막 지나는 바람이 전하는 말이라도 들었으면 좋았을 걸.

7조원대의 재산을 가진 재벌가였지만 살인혐의 등으로 사형언도를 받은 중국 한룽그룹의 류한(劉漢) 회장이 사형집행을 앞두고 오열하며 남긴 글이라고 한다.

쓰촨성 출신으로 운송업과 건축자재 무역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1997년 법인회사 한룽그룹을 설립한 류한 회장은 호주, 미국 등에서 광산 지분을 사들여 막대한 돈을 벌었다.

그는 권력에도 욕심이 많아 쓰촨성 인민정치협상회의 3선 위원과 상무위원 등을 역임하며 부와 권력을 모두 쥐고 호화로운 생활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조폭을 동원해 살인을 저지르고 정치인들을 매수하는 등 수많은 범죄를 저질렀다.

결국 2014년 중급인민법원에서 살인, 조직 폭력, 공갈 등의 혐의로 동생인 류웨이와 함께 사형을 선고받으면서 영원할 것 같았던 그의 부와 권력도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100채의 집과 100명의 내연녀?

왕조시대도 아닌 현대에 100여채가 넘는 집을 소유하고 있으며 내연녀 또한 100여명을 거느렸던 중국의 한 졸부가 사형을 당했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중국의 라이샤오민(58)이라는 사업가는 기업의 회장 재직 동안 투자, 건설 수주, 진급 등 특혜를 제공해준 대가로 모두 18억 위안(3,000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데 한 번에 6억 위안(1050억원)의 천문학적인 뇌물을 받은 적도 있었다.

중국 인터넷에는 라이샤오민 전 회장이 주택만 100채가 넘으며 첩도 100여 명이나 두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공산당 감찰기구가 그의 집에서 발견한 현금이 27,000만 위안으로 돈다발의 무게만 무려 3톤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중국 정부의 자산 관리 책임자이기도 했던 그는 2008년부터 10년간 18억 위안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는데 톈진 인민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지 24일 만에 사형이 집행되었다.

부란 나누면 두배의 행복

부와 권력을 거머쥔 사람들이 그것을 내려놓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시간의 지배를 받는 것 중에 삼라만상을 통털어 영원한 삶이 없는 것처럼 부와 권력도 결코 영원할 수는 없다.

죽음앞에 이르러서야 나누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통탄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란 움켜쥐면 불행의 씨앗이 되지만 나누면 행복이 배가 된다는 것이 평범한 진리임에도 말이다.

튀르키예 대지진에 따른 사망자가 3만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의 사망자 수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21세기 들어 6번째 대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모든 자연재앙이 그렇듯 언제나 큰 피해를 보는 쪽은 재앙을 대비할만한 여유가 없었던 가난한 사람들이다.

주체할 수 없는 부를 움켜쥐려 하지만 말고 이럴 때 이재민들을 위해 쾌척한다면 죽음의 길에 이르러 고개를 떨구거나 오열하며 후회의 글을 남기지 않아도 될텐데....

이번 지진참사에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아직도 참화의 잿더미 속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이재민들의 조속한 구호와 함께 빠른 일상으로의 복귀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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