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IMF 금융위기가 있던 해에 넘버3’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26년이 지난 영화지만 출연 배우들의 독특한 캐릭터와 코미디에 가까운 내용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특히 초출의 송강호는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의 뇌리에 깊게 자리를 잡는 연기를 남겼다. 갑자기 26년이나 지난 영화를 거론하는 이유는 요즘 대한민국이 넘버3’의 태주(한석규)를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극 중의 태주는 보스와 넘버2를 넘어보려는 야심이라도 품었다. 나름 눈치를 살피고 머리를 굴려보지만 능력에서 밀릴 뿐이다. 단지 위험에서 두목을 피신시켰다는 공으로 얻은 넘버3 위치는 그에게 벅찬 자리지만 정작 본인은 망상의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현대인의 고질적 착각이다. 어쩌면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내의 모든 혼돈이 여기서 비롯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속어로 이 못 되는 인물의 등장과 사익을 위해 이들을 밀어 올리는 무리의 불균형 교합은 결국 국제 문제를 만들고 경제와 외교는 참혹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3.1절 연설을 비롯해 강점기 배상 관련 대처 방안은 내용만 봐서는 우리 정부의 발표가 아니었다. 그대로 일본 극우의 입장을 발표했고 일본이 담당할 짐은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일본의 극한 상황까지 살펴 주었다. 배상은 우리 기업이 하고 구상권은 상대 일본의 뜻에 맡겼다. 당연히 모두 대한민국 대통령의 의지이다. 하지만 정작 일본 내의 여론은 불만이다. 배상을 한국 기업이 대신 한다는 문구에서 왜 대신이라는 단어를 쓰느냐는 것이다. 일본을 대신한다는 어의는 일본이 잘못이 없기에 맞지 않으며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의미이다. 여기에 일본 기성 언론들은 오히려 한국 정부를 걱정하는 이상한 모습까지 보였다. 일본을 위해 최선의 발언을 하고 극우를 대변하는 해결책을 준 윤 정부가 한국에서 받을 타격을 걱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스스로 자존 하는 착각을 즐긴다는 사실이다. 윤 정권이 출발하고 1년을 돌아보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정부의 모든 부서에 검찰 출신을 심어 장악하고 야당 대표를 330번이나 압수수색을 하는 등 노골적으로 핍박함은 물론 군정 독재에서도 하지 않았던 금융권까지 검찰 출신이 영역을 넓혀 장악하고 있다. 검찰 공화국의 완성 단계이다. 여기에 한미일의 군사협정을 통한 최악의 안보 방향은 경제까지 엉망으로 만들고 있지만 이를 말하는 언론은 없다. 아무리 엉뚱한 정책을 지시해도 잘못을 설명하는 공무원 역시 없으며 그의 발언이 떨어지는 발부리에 엎드려 충성만을 맹세하고 있다. 이번 일본 관련 대통령의 정책은 큰형님 미국의 오더에 따른 것이라는 평이 야권에선 주를 이루고 있다. ‘넘버2’인 일본을 잘 모시고 중국과 러시아를 잘 견제하라는 바이든의 뜻을 잘 받들어 아시아권의 넘버3’을 황송하게 받들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자신의 아버지가 일본의 장학금으로 일본에서 공부한 초대 유학생임을 생각하면 이번 일본과 한국의 경제단체(전경련)에서 부담하는 일본과 한국의 유학생을 교류하자는 정책은 한편 이해가 간다. 자연스럽게 일본과 친해지고 그들의 사상에 가스라이팅 되는 방법치곤 최상이다. 과거 IMF 금융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닫는 수출 위기를 극복할 의지는 없는 걸까. 의지가 없는 게 아니라 아마 방법을 모를 것이다. 방법을 아는 늘공들은 넘버1’의 기세에 눌려 입을 열지 못할 것이고 핵관들은 자아도취에 빠져 권력만 탐하고 있으니 주인인 국민은 죽을 지경이다. ‘넘버3’의 작은 열매를 위해 주인인 국민의 안위와 생활고를 팽개친 무리의 앞길은 험난할 것이다. 일본의 그늘에서 미국을 모시고 지켜야 할 넘버3’의 위치는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경제라는 호된 채찍질을 주인인 국민에게 안길 각오를 해야 하고, 그대로 맞아 죽을 국민 또한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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