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 영광카운슬러아카데미 대표·송원대학교 명예교수

52천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이 발생한 지 6일로 한 달을 맞았다. 지금도 강도 5를 넘나드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으니 인명과 재산 피해는 더 늘어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심지어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튀르키예 돕기 대열에 동참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발빠르게 역대 최대 규모의 긴급구호대 파견과 구호 성금을 지원했다. 전남도도 10만 달러를 구호 성금으로 기탁했으며, 우리 군도 자체적으로 지난 달 말까지 튀르키예 돕기 모금 운동을 펼쳤고, 영광대교회는 길거리에서 모금운동을 전개하는 등 재난에 처한 튀르키예 국민을 돕기 위해 전 세계인이 인류애로 함께 하고 있다. 필자는 튀르키예 지진 발생 당일 오전에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구호 성금을 기탁해 우리나라 1호 기부를 한 당사자로서 튀르키예의 재난에 함께 해야만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 우리 군민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튀르키예는 우리 민족과 같은 우랄 알타이족으로 오랜 역사에 걸쳐 우호적인 관계로 교류를 해왔다. 고조선과 교류하던 흉노족이 투르크족의 기원이라는 설까지 올라가면 튀르키예와 우리나라의 관계는 2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튀르키예의 전신인 오스만투르크 제국을 세운 `투르크족`의 한자 음차표기가 `돌궐`(突厥)인 바, 돌궐과 고구려가 동맹을 맺어 당나라군에 대항한 시기가 6~7세기였으니 적어도 양국가는 1,400년의 우호적인 교류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둘째, 튀르키예가 6.25 한국전쟁 때 14,936 병력을 파병해 규모로는 미국영국캐나다 다음으로 4번째이고, 전사자는  미국에 이어  번째로  전사 721 , 실종 245명에 2,147명이 부상당했다. 전사자 비율은 미국과 영국의 2배 수준이다. ‘용감하다는 뜻을 가진튀르크인답게 전선의 최선봉에 서서 후퇴하지 않고 싸웠기 때문에 희생자가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5011월 청천강 인근의 군우리 전투에서 튀르키예 장병 200여명이 전사하면서 적의 공세를 지연시켜 유엔군의 피해를 막았으며, 511월 용인의 김량장·151고지 전투에서 튀르키예군은 중공군을 상대로 백병전을 벌여 중공군을 물리치는 등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셋째, 한국 정부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뒤 튀르키예를 '최우선 수교 대상국'으로 지정하고 1957년 외교관계를 맺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과 터키는 3 · 4위전에서 맞붙었는데 당시 홈팀 한국과의 경기에서 압도적인 응원전 열세가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하던 튀르키예 국민들의 분위기는 경기가 시작되자 감동과 충격으로뒤바뀌었다. 붉은 악마들의 손에는 태극기와 터키의 ‘월성기(月星旗)’가함께 들려 있었고 관중석에는 양국의 초대형 국기가 함께 펼쳐진 것이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양국 선수들이 유니폼을 바꿔 입고국기를 바꿔 들고어깨동무하며 그라운드를 뛰어 이 경기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감동깊은 3 · 4위전이라는 평가가 붙기도 했으며 이때의 대형 월성기는 튀르키예의 앙카라 국립박물관에 보존되고 있다. 당시 튀르키예에서는 한국을 위해 다시 한번  흘릴 각오가 돼있다’, ‘한국전쟁에서 1,000 가까운 용사를 잃었지만 5,000만의 한국인을 얻었다라는 언론보도가 잇따랐으며 이후 삼성전자를 포함한 한국산 제품의 판매가 급증했다.

이러한 역사적 우호 관계 속에서 우리나라가 최악의 재난을 당한 형제국가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첫째, 일반론적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10위 경제 강국으로서 국격에 걸맞는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 나라가 부유하고, 국민들 교육 수준이 높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에 맞은 역할을 할 때 선진국인 것이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 국가를 돕고, 인류의 위기에 함께 맞서며, 국제사회에서 자기 역할을 수행할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둘째, 위에서 살펴본 튀르키예와 특별한 관계 측면에서, 한국은 튀르키예의 재난 극복에 주도적 역할을 해나가야 할 책무가 있다. 대한민국이 국난에 처했을 때 튀르키예가 목숨 바쳐 우리를 도왔듯이 우리도 최소한 그에 걸맞는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서 앞으로 경제문제, 인권문제 등에서 국제사회로부터 더 많은 책임과 의무를 요구 받을 것인바,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의 비공식 측면에서도 선진국으로서의 책무에 더해 빚을 갚는 자세로 은혜에 보답하는 보은(報恩)에 정성을 쏟아야 할 것이다. 특히 22개국 유엔 참전국에 대해서는 그렇다.

셋째, 국익 측면에서도 우리의 미래를 위해 통 큰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인들은 은혜를 입은 사람에게는 반드시 그 은혜를 되갚는다는 윤리적인 인간성을 지닌 성숙한 민족임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킬 기회다. '형제의 나라튀르키예의 아픔을  크게 돕는다고 이를 비난하거나 원망할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이기에 아낄 것은 아끼지만 생색 내기식의 피동적인 참여나 결정보다 때로는 통큰 결단이 필요한데 지금이 바로 그 때라고 본다.

구호 인력 면에서 일본의 75, 독일의 43명 보다 많고, 미국의 156명 보다 적은 118명이었고, 복구 기금도 500만 달러(65)로 중국의 4000만 위안(74)과 큰 차이 없기에 별로 뒤지지 않다지만 보다 통  결단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전세기에 탈 수 있는 최대 인원(200명 이상)의 구조대에 1,000만 달러 구호 기금을 보냈으면 튀르키예인들과 세계 언론의 한국에 대한 시선이 어땠을까전 세계적으로 한국은 은혜를 갚는 보은의 나라’, '의리의 나라' 각인됨은 물론 경제적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훨씬 높은 가성비가 창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우리 국민들이 ‘통큰 지원 가져올 수 있는 ·무형의 성과를 계산하기에 앞서 적어도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도와준 국가에 대해서는 한 발 앞서 돕고, 생각 보다 한 단위 더 많이 쓰는 통 큰 보은의 마음가짐을 갖길 소망한다. 선진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의 국격을 위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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