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민들의 역량강화와 지역사회의 성장을 돕기 위해 진행하는 영광 미래 리더스 아카데미가 영광신문 지면을 통해 찾아왔다. <편집자 주>

 

3강 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화식열전 이야기

 

사마천의 경제학 화식열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현명한 부자들의 이야기에 그친 것이 아니라 태사공(사마천)이 살았던 시대 각 지방의 생산물이나 지방의 습관과 풍속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당시 경제활동을 짐작할 자료가 된다. 법 테두리 내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 이야기에서 ,태사공에 의하면, 나도 부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부유해지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거나 현인이 묘당에서 심모원려(深謀遠慮)하는 것, 은자가 숨어 사는 것은 부귀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사마천의 주장에 동조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

중국인 상술의 근원을 알 수 있다. 향후 중국의 두려운 경제대국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마천의 말은 오직 부()가 인생 최대의 목표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점이다. 예를 들어 1년 대여액의 10배 이자로 큰 부자가 된 무염씨가 탁월한 부호였다고 보는 시각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다. 오늘날 시각에선 무염씨는 고리대금업자인 것이다. 순수한 경제적 안목으로 돈을 번 사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도 굳이 열전에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아울러 그는 행상이 사나이 대장부에게는 천업(賤業)이오라는 표현은 수긍이 어려운 점이다.

 

<청명상하도, 중국 청명절 도성 내외의 번화한 정경으로 다양한 직업들이 묘사됨>

 

사람이 살면서 웬만큼 산전수전을 겪지 않고서는 사마천 앞에서 입도 벙긋할 수 없을 것 같다. 황제의 총신에서 하루아침에 사형수로 신분이 떨어지고, 결국 치욕의 극치인 궁형까지 당했던 사마천. 그의 불멸의 역사서 사기는 제왕의 연대기인 본기(本紀) 12, 제후와 왕을 중심으로 한 세가(世家) 30, 역대 제도 문물이 연혁에 관한 서() 8, 연표인 표()10, 시대를 상징하는 뛰어난 개인의 활동을 다룬 전기 열전(列傳) 70, 130편으로 구성됐다.

태사공 왈 정치를 가장 잘하는 자는 자연스러움을 따르고, 그 다음으로는 이익으로써 백성들을 이끌고, 그 다음은 깨우치도록 가르치고, 또 그 다음은 백성들을 가지런히 바로잡는 사람이고, 가장 못하는 자는 백성들과 다투는 사람이다.”

기교 있는 자는 여유 있게 되고 영리하지 못한 자는 부족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창고가 꽉 차야 예절을 알고, 옷과 음식이 넉넉해야 영욕을 안다라고 하는 것이다.

범려는 생업에 종사하여 물건을 사서 쟁여두고, 때에 맞추어 물건을 팔아넘겼지, 사람의 노력으로 경영하지 않았다.

자공은 무릇 공자의 이름이 천하에 골고루 알려지게 된 것은, 자공이 그를 앞뒤로 모시고 도왔기 때문이다. 이야말로 이른바 세력을 얻으면 세상에 더욱 드러난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백규는 나와 더불어 임기응변을 취할 지혜가 없거나, 결단할 용기가 없거나, 확실하게 버리고 취하는 면이 없거나, 지킬 바를 끝까지 지키는 강단도 없는 사람은 비록 내 방법을 배우고자 해도 절대 가르쳐주지 않았다라고 말하였다.

관중 전체 땅은 천하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인구는 10분의 3에 불과하였지만, 그들의 부를 계산해보면 천하의 10분의 6을 차지하고 있었다. 무릇 천하에는 물자가 적은 곳도 있고 많은 곳도 있으며, 백성의 풍습 또한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현인이 조정에 들어가 일을 깊게 도모하거나 정사를 토론하고 믿음을 지켜 절개에 죽는 것이나, 선비가 바위 동굴에 은거하여 세상에 명성을 드러내는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결국은 부귀를 위한 것이다. 턱없이 비싼 값을 부르지 않는 공정한 장사꾼도 결국은 신용을 얻어 부자가 되는 법이다.

재산이 없는 사람은 힘써서 생활하고, 약간 있는 사람은 지혜를 써서 더 불리고, 이미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은 시기를 노려 이익을 더 보려고 한다. 이것이 삶의 진리이다. 생활을 꾸려나가는 데에 몸을 위태롭지 않게 하고서 돈을 버는 것은 현인이 힘쓰는 바이다.

무릇 보통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열배 부자이면 그를 헐뜯고, 백배가 되면 그를 두려워하며, 천배가 되면 그의 일을 해주고, 만배가 되면 그의 하인이 되니, 이것은 사물의 이치이다. 그들은 모두 사물의 이치를 추측하여 거취를 결정한 것으로, 시운에 순응하여 이익을 얻고, 상업을 하여 재물을 얻고, 농업에 힘써 재산을 지켰다.

즉 그들은 강력한 무의 방법으로 모든 것을 얻었고, 점쟎은 문의 방법으로 재산을 지켰던 것이다. 이러한 방법의 변화에는 절도가 있고 순서가 있어, 이야기할 만한 것이었다.

이로써 미루어볼 때, 부자가 되는 것에는 정해진 직업이 없고, 재물에는 일정한 주인이 없는 것이다. 재능이 있는 자에게는 재물이 모이고, 못난 사람에게는 기왓장 흩어지듯 재물이 흩어져 버린다.

 

중국인의 삶의 뜻은 비즈니스 개념

열전의 첫머리에는 이념과 원칙에 순사(殉死)한 백이(伯夷)와 숙제(叔齊)가 등장한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지식층의 존경과 흠모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두 위인인데도 중국에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상하다? 소장하고 있는 많은 책들이 첫 부분은 손때가 묻고 귀퉁이가 닳아 너덜너덜하나 뒷부분은 마치 방금 구입한 새 책처럼 순결(?)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옛사람들도 열전을 펼쳐놓고 아마 첫 부분만 열심히 공부한 것 같다. 사기중 백미는 열전이고 그 백미 중의 백미는 제일 끝 부분에 있는데.

열전의 대미는 작가의 후기 격인 태사공 자서’(太史公自序) 바로 앞에 있는 화식열전’(貨殖列傳)이 장식한다. ‘는 재산, ‘은 재산이 불어난다는 뜻으로, 이 열전은 춘추시대 말기부터 한() 나라 초까지 상공업으로 부를 쌓은 사람들의 활동을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오늘날의 상공인, 즉 기업가에 해당한다.

신약성경의 맨 마지막에 요한계시록이 있다. 흔히 요한계시록은 신·구약 성경의 완성이자 결론이다. 마찬가지로 화식열전사기의 완성이자 결론이다. ‘화식열전을 읽지 않고서는 사기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약 2100년 전 쓰인 열전은 역사서이자 예언서이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엄숙주의와 도덕적 교조주의에 의해 오랜 세월 매몰되고 망각되어 왔지만 화식열전은 인간본성에 대한 통찰력이 가장 첨예하게 빛나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열전의 앞머리인 백이숙제 부문만 읽었거나 그런 류만 달달 외운 도덕론자나, 공자의 유학이 아닌 주자의 성리학을 유교라는 종교의 일종(철저한 비종교적인 사상내지 생활철학인 유학을 종교로 떠받드는 신비한 아침의 나라, 대한민국)으로 떠받들며 격식과 체통을 중시하는 유교(주자학)의 문화적 토양에서 살아온 우리나라 지식층에게는 사기의 맨 끝의 '화식열전'은 어쩌면 이욕에 눈 먼 시정잡배들의 잡설이라는 부제라도 달아 비난하지 않고서는 배겨낼 수 없는 악마 같은 글이다.

<중국인의 상술 중 하나는 중국인은 하나라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탄생한 부자 사계명

<부자가 되는 네 가지 방법>

(부유할 부), (사람 자), (넉 사), (경계할 계), (목숨 명)

부자사계명(富者四誡命) - 사기(史記), 화식열전(貨殖列傳)

사마천의 사기화식열전부자가 되기 위해 4가지 필수 조건

첫째, 지혜는 변화를 살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인격은 남에게 가진 것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용기는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강단은 가진 걸 지킬 수 있어야 한다.

, 상황을 읽어내는 지혜, 베푸는 인격, 결단의 용기, 지킴의 강함(, , , ). 이 네 가지만 있다면 천하의 부자가 될 수 있다. 부자가 되는 것은 운이 아니라 노력에 의해서이다.

 

결론

부자가 된다는 것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의 자식들이라고 불리우는 요즘 청년들에게는 돈을 본다는 것에 대한 인문학적인 배경이 필요하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인 것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아직도 약간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있다. 너무 돈을 밝히는 것은 수전노의 이미지 때문일까?

하지만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우리가 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노력으로 누구나 될 수 있다는 작은 부자가 되는 방법을 화식열전에서 부자 사계명으로 명료하게 말해주는 것 같다. 주변에 관심이 있고, 나눌 수 있으며, 자신의 신념과 객관적 정보에 따른 결단과 그 결심을 오래 지킬수 있는 강단이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많은 경제서적, 기사, 주식투자에 관한 온라인 매체들에서 장기투자, 포트폴리오를 강조하는 것이 서양과 동양의 부자가 되는 방식에 관한 공통점을 설파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관된 신념을 지켜 경제적 부를 일으킬 때는 그 스토리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국형진 시민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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