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미깡

영광군민들의 역량강화와 지역사회의 성장을 돕기 위해 진행하는 영광 미래 리더스 아카데미가 영광신문 지면을 통해 찾아왔다. <편집자 주>

 

5강 내안의 창조성 깨우기

술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데 우리는 왜 그런 글이 없지?”

그렇게 시작한 글이 술꾼 도시 처녀들의 시작이었다. 포토샵도 못해서 그림판으로 그리고, 글도 참 어렵게 썼던 것 같다. 나는 최근 트랜드의 언어를 글에 쓰지 않는다.

당시 국정농단사건이 유명해서 이야기에 넣은 적이 있었는데, 지금 유행어는 조금만 지나도 나이들고 재미없는 글이 되더라. 그러면서 두 번째 썼던 책의 제목이 하면 좋습니까?’이다. 비혼주의가 처음 나온 말이었지만 비혼주의라는 말보다는 시간이 가도 계속 생각할 수 있는 제목을 만든 것이다. 그 뒤에 나온 그림책이 잘 노는 숲속의 공주, 해장음식(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날에는), 거짓말들이라는 작품을 계속 쓰게 되었다.

나는 딸을 낳고 성별에 치우치지 않는 교육을 하고 싶었다. 분홍색 옷을 사주거나 인형을 사주거나 얌전해야 한다는 말보다, 공구 장난감을 사주고 쾌활하게 키웠는데, 유치원에 보내자마자 공주 옷을 사달라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핑크 공주기의 어린이들을 위해 쓴 글이 잘노는 숲속의 공주들이다.

 

다음 에세이는 음식 에세이 시리즈가 있었는데, 내가 참여한 부분이 해장음식이다. 전국의 해장음식자랑이라는 코너에서 전라도의 해장음식은 너무 많아서 하나 뽑을 수 없어서 설탕 국수를 뽑았다. 그런데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반응을 보여주었고, 그런 음식을 모르는 사람들은 믿을 수 없었으며, 나이가 든 사람들만 아는 음식을 어떻게 아는지 신기하기도 했다. 내 어린시절 설탕국수와 감주라는 경험이 가장 특별한 주제가 된 것이다.

가장 최근 작업한 단편 만화집 거짓말들은 오리지날 출판 만화라고 표현을 했다. 대부분의 요즘 만화들은 웹툰에서 시작하여 만화로 출판이 되는데, 거짓말들은 웹툰을 건너뛰고 바로 출판으로 진행되었다. 당시 회당 5~60컷이던 웹툰이 최근에는 100컷에 육박하다 보니 웹툰은 건너 뛰고 바로 책으로 내보았다. 거짓말이라는 주제에 다섯 개의 단편을 모은 작품집이다. 이렇게 다섯 작품을 쓰고 여섯편째를 준비 중이다.

밖에서 보기에는 웹툰도 하고, 에세이도 하다보니 재능이 많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부끄러운 것이 작가의 작품은 한 분야에서 아주 잘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은 다른 장르를 통해 엿보기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시 나는 웹툰으로 돌아와 다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의 재능은 타고난 것일까?

어쩜 그렇게 대단한 작품을 계속 낼까? 라는 서로의 부러움이 존재하는 것이 웹툰 작가들의 세상이다. 다른 작품을 보면서 영향을 받을까 걱정하기도 하고, 부러울까봐 조심스럽기도 하다. 이렇게 질투 많고 고민 많은 작가들의 우상이 있다.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는 미래소년코난, 이웃집 토토로, 붉은 돼지,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 등등등. 하지만 다큐멘터리에 나온 하야오 작가의 삶은 줄담배와 고민 속에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백편의 음악 영화를 작곡한 한스 짐머도 인터스텔라, 인셉션, 다크나이트, 덩케르크, 라이온 킹 등의 영화 음악가이지만,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마다 다른 사람에게 미루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단다. 이렇게 대단한 사람들도 이렇게 힘들어 하는데, 나는 오죽하랴?

 

 

 

 

 

타고난 천재들이 있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머리를 쥐어 뜯으며 간신히 얻어낸 결과물들인 것이다. 따라서 평범한 우리도 꾸준히 노력하면 창조적인 작품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내 안에 창조성을 깨우는 몇가지 방법

모두 작가가 되란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곳에서 새로운 생각을 통한 기획, 제안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창조성은 그래서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1. 창조성의 토대가 되는 좋은 걸 모아라. 최대한 많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수집, 영향, 조합, 발전, 창조의 과정으로 만들어 진다. 만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글을 쓰고 싶지만,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작품이 있는데,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다. 같은 소재이더라도 새로운 관점과 시각으로 보면 얼마든지 같은 소재로도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관점을 갖기 위해서는 평소 인상적이었던 것, 울림이 있는 것,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등의 사건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소재는 책, 영화, 음악, 그림, 사진, 간판, 신문기사, 카페 옆자리 대화 등 다양한 매체로 만날 수 있고, 이런 많은 매체의 정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록이 많을수록 내 창조적 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소재가 많아진다.

만일 한 드라마에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딸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라는 사건을 기억해 둔다면, 나중에 노트북에 대한 소재로 글을 쓸 일이 있다면, 엄마의 마지막 선물로 노트북에 기록해 놓은 편지를 융합하더라도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또는 오래된 간판 중 기억에 남는 카피를 기록해 놓는다면, 노트북의 마케팅에 레트로 감성을 활용해서 노트북을 홍보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많은 매체의 정보들을 조합하고, 섞으면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나는 무조건 기록하는데 그 방법은 클라우드 노트라는 앱을 이용해서 내가 만들어 놓은 다양한 소재별로 기록해서 정리해 놓으며, 종이 노트는 이런 소재를 다양한 의견으로 적어서 확장하는 생각을 정리하는 노트이다.

만일 노트가 안 되면 술집 냅킨에라도, 폰이 있으면 셀프 카톡으로라도 무조건 기록해 둔다.

이렇게 기록광에 가깝게 기록을 해두면, 이 기록이 하나하나는 의미가 없지만 서로 상관없어 보였던 것들이 연결되고, 충돌하면서 새로운 것을 파생시킨다.

예로 거짓말들 중에 고양이를 건들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복권을 이용해 사기를 치려는 남자와 그에 맞서기 위해 거짓말을 한 남자, 그리고 지금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남자의 거짓말 이야기이다. 창작 과정을 공개하면 길몽을 꾸고 복권을 구매했지만 실망스러운 마음을 기록했다. 그날 복권이 당첨되면 어떻게 하지? 라는 고민을 밤새 했으며, 당첨 공개 범위에 대한 고민도 함께였다. 당연히 낙첨한 뒤 너무 실망스러웠는데, 백일몽을 꾸고 산 마음은 1등 당첨금액을 날린 마음이었다. 그 충격이 너무 컸고, 이런 내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일기를 썼다.

두 번째 사건은 당시 부동산 분양 사기에 대한 뉴스를 보았는데, 투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는 사건이었다. 세 번째 사건은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자는 믿을 수 없다는 게시물을 보았고, 네 번째 사건은 거짓말에 맞서기 위한 거짓말은 정당한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길몽, 부동산, 동물, 윤리적 문제 이 네가지 사건을 빅 노트에 써 놓고, 서로 전혀 관심이 없는 이야기가 스토리로 만들어져서 작품이 되었다.

뉴스에서 얻은 소재로 영화를 만든 사례도 있다. 어느 특별한 중독가족 이야기가 2018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는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첫 번째 노부부가 사망하자 자녀들이 사망처리하지 않고 연금을 받아 생활했다는 뉴스와 두 번째 처분하지 않은 낚시대 때문에 검거된 좀도둑의 뉴스 두가지 이야기를 믹싱하여 만들어낸 이야기이다.

왜 낚시대를 처분하지 않았을까?’ ‘남자 어른과 남자 아이가 낚시를 하는 모습’ ‘그런데 그 둘이 부자가 아니라면?’질문은 끝도 없이 확장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2. 평소에 하지 않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답하라

있는 걸 없다고 생각해보기(치킨을 먹으면서 지구에서 닭이 전부 사라진다면?)

반대로 없는 걸 있다고 생각해보기(초능력이 있다면 어떤걸? 뭘 하지?)

다음은 디자인 해보기(내가 지지하는 생각을 티셔츠에 인쇄한다면?) 낮에 홍어를 먹고 홍어를 디자인해서 홍어를 두 번만 먹어 보세요?’라는 카피를 넣을 수도 있지 않을까?, 리모콘이 불편하다면 불편하다는 생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능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집요하게 생각해보는 것이다. (지우개로 할 수 있는 20가지 일을 생각해본다면?)

관습적 사고에서 벗어난 질문들로 창의적 자극을 통해 글쓰기 능력의 향상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3. 내가 가장 창조적일수 있는 나만의 루틴을 찾아내라

새벽형, 올빼미형, 수시로, 정해진 시간에개인마다 다르다. 자신의 가정을 보이는 시간을 내놓으면 된다. 매일 일정작업형, 미루고 미루다 몰아서 작업하는 형도 있다. 하지만 작업량을 조절하는 것도 개인의 취향이 다르다. 또한 환경적 측면에서도 사람들 많은 곳에서 에너지를 받는 광장형과 혼자가 좋은 은둔형처럼 관계를 활용하는 것도 다르다.

그리고 프로젝트 하나씩 집중해서 하는 사람과 동시에 여러 가지 진행이 가능한 사람처럼 직렬, 병렬 방식의 접근도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따라서 나는 정신이 맑은 아침시간, 매일 일정한 양으로, 가장 중요한 일부터 집중해서, 적당히 고독한 시간을 확보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4. 창조성이 살아나는 잘쉬는 10가지 방법

소크라테스가 바쁜 삶의 황폐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휴식 결핍의 시대를 살고 있다. 번아웃 세대들을 보면 서로의 인사가 바쁘지? 라는 이야기이다. 바쁘다는 이야기는 상대에게 인정을 받고, 요청을 많이 받는 능력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금의 20대 세대들은 번아웃세대의 선두주자들이다.

과거 1~20년전 세대들은 대학을 나오면 어느정도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벌고, 저축을 하며 살았지만, 지금의 청년들은 학교를 나와도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높은 주거비를 감당해야 하며 가장 힘든 시대를 살고 그들에게 쉬어라는 말도 어쩌면 사치인 것 같다. 속지 말자, 바쁨은 언제나 과대평가되어 있다. 일 잘하는 사람일수록 휴식을 소중하게 관리한다. 잠과는 좀 다르고, 쉬는 것도 방법이 있다. 일 안 하는 시간이 다 쉬는 시간은 아니다.

영국 더럼대학교 연구진이 135개국의 18,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휴식 연구에서 순서로 독서, 자연 속에 있기, 혼자 있기, 음악 듣기, 아무것도 하지 않기(디지털 디톡스), 산책, 목욕, 잡념, 영상보기, 명상 등 10가지 순위를 발표하였다.

공통점이 무엇일까? 모두 혼자서 하는 활동이다. 함께 하는 것은 휴식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독서가 1위인 이유는 나를 옭아매는 현실에서 책 속의 세계로 뛰어 들어서 나의 문제보다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한 부분인 다른사람의 삶을 살아 보는 것에서 가장 큰 만족을 보이는 것 같다. 젊은이들이 게임이나 웹툰에 심취하는 이유도 독서와 같은 디지털 세상의 도피처로 자신을 옮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결론

창조성을 키우는 일은 잘 쉬는 것이다. 세상이 가장 잘 될 때는 그 행위를 뭔가 다른 행위로 위장할 때이다. 가장 효과적인 위장행위가 바로 산책이다. (레베카 솔닛, 걷기의 인문학)

많이 보고, 듣고, 생각하고, 도처에 널린 소재를 모아서 새롭게 만들어 보세요.

여러분의 생각 속에서 새로운 많은 영감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국형진 시민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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