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요즘 우리 영광의 정치를 보면서 도덕이라는 개념을 다시 정리해 봤다. 현 군수가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군민은 없다. 지역인으로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선출직에서 전혀 없는 일도 아니기에 재판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연말 이내에 결과가 나오기 쉽다는 말도 나오지만, 문제는 결과가 아니다. 온전히 사법 판단에 따라야 하는 게 군민이고, 개인의 감정이나 이에 따르는 딴지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정작 중요한 게 있다면 작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이다. 한 단계만 거치면 인연이 닿을 수밖에 없는 좁은 동네에서 염치와 체면을 버리면 바로 도덕성의 바닥을 보게 마련이다. 대도시가 아닌 인구 5만여 명의 작은 소도시에서 도덕성이 중요한 이유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다. 장사에도 상도덕이 있고 스포츠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이 규칙 또한 도덕성과 상식의 합리성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최근 영광에선 정치 도덕이 사라지고 있다. 현 군수가 재판에 휘말리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보궐 선거에 관심을 두고 움직이기 시작한 인물들이 있다는 소문이다. 이를 거론하는 건 입지자들의 진영 논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만 인성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아니다. 같은 동네의 선후배 사이에서 상도덕보다 더 엄중한 정치 도덕을 어기면서까지 정치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무죄가 나오면 축하를, 유죄가 나오면 그때 움직여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문이 진실이 아닐 거라는 개인적 생각을 밝힌다.

최근 정치계의 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건 오히려 중앙이다. 정치인들의 인성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 이재명 대표의 단식을 보면서 느낌이 확고해졌다. 국민 생각에는 여당과 야당이라는 진영 프레임보다는 국가의 운영을 책임지고 상대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정책을 구사하는 게 정치겠지만 현실은 너무 다르기만 하다. 이들에게 최종 목적은 국민과 국가를 위한 헌신의 정치가 아니라 공천과 영달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금칠을 한 상자 내부에는 탐욕만 가득하고 인간이 꼭 갖춰야 하는 체면과 염치 그리고 측은지심은 한 톨도 남기지 않고 폐기처분 했다. 인간성을 버린 인간이 인간을 위한 정책을 세우고 정치를 하겠다는 발상이 경이롭다. 최대 정당이자 제1야당의 대표가 긴 날을 단식하며 요구하는 사항이 있으면 귀를 기울이고 소통의 장을 열어 주는 게 상식이다. 그리고 가식적이라도 그렇게 해 왔던 게 정치계의 관습이었고 예의였다. 적어도 지금 국힘당처럼 놀리고 희롱하지는 않았다. 단식은 작게는 자신의 건강을, 크게는 목숨을 건 행동이다. 개인의 욕심을 위한 행동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설혹 있더라도 정치적 욕망은 다음이다. 건강을 버린 영달은 무용지물이다. 국힘당 안모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식 출구 전략이라며 국회에서 진행하는 수산물 판촉 행사에 방문해서 고등어와 전복을 드시길 바란다는 글을 올려 비꼬았고, 국힘당 대표는 지금 단식을 정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말과 마음대로 안 된다고 단식하는 건 땡깡이라고도 했다. 여당 대표가 제1야당 대표의 목숨 건 단식에 던지는 발언치곤 치졸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인간의 수준은 언어와 행위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 이유는 윤 대통령이 정책을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공산 전체주의라는 사전에도 없는 이념을 내세워 싸움판으로 몰고 간 데에 따른 반항과 무너지는 정부의 민생 문제이다. 영장 방탄용이라는 주장과 의미 없는 땡깡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현 정부의 실패를 덮기 위한 쉴드치기에 불과하다. 국가를 대표하는 정치인들의 수준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추락했을까. ·야의 소통이 없는 정치는 균형을 잡을 수 없다. 더욱이 일방적이면 국민 삶은 무너진다. 대통령은 이번에도 외교를 한답시고 국내의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한 기금 3조를 삭감하고 우크라이나에는 3조를 주겠다고 했다. R&D 기금은 IMF 정부에서도 삭감했던 적이 없다. 한국의 과학 기술 발전엔 큰 제동이 걸렸다. 내 자식 굶는데 옆집 아이에게 빵 가져다주는 것은 미덕도 도덕도 아니다. 국민을 위한다는 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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