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식 (사)항일여성독립운동연구소 연구소장·국제관계학 박사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지난 10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무장 정파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선제공격했다.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은 다음날 8일 전쟁을 선포했다. 16일까지 기준으로 양측 사망자가 총 42,00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팔 분쟁은 한마디로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격이 근본 배경의 구도다. 즉 여기서 굴러들어온 돌은 제1차 유대-로마전쟁(AD.66~73)에서 패배한 유대인이 전 세계로 흩어져 디아스포라를 형성했다가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슬람 주민을 몰아내고 1948년 이스라엘을 건국한 디아스포라 유대인를 의미한다면, ‘박힌 돌은 원래부터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살고 있던 원주민 이슬람 아랍인들을 가리킨다. 이스라에일 건국 후부터 4차까지 중동전쟁이 발발했고, 오늘날까지 중동의 화약고가 되어왔다.

이번 분쟁은 성격과 규모 면에서 이전과 다른 무력분쟁으로 인해 한반도 경제와 안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인 미국은 전쟁이 일어나자 아이젠하워 항모을 즉각 파견했고, 팔레스타인의 지원국인 이란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파견을 반대하고 있다. 이어서 미국은 이란과 헤즈볼라가 분쟁 개입을 막기 위해 동지중해에 제럴드 R. 포드항모 전단을 2차로 파견했다.

유엔 주재 이란대표부는 이스라엘이 인종차별적 전쟁 범죄와 대량학살이 즉각 중단되지 않으면 상황은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광범위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유엔 총회 결의안의 이행과 팔레스타인의 주권 국가 수립을 옹호하면서 항공모함 지원은 중동 분쟁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ABC방송도 미국의 항공모함 파견은 전쟁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공격을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고 맹비난했다. 미국 사회에서 유태인의 영향력이 큰 만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바이든의 재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전 세계 경찰을 자처하지만, 실상은 자국의 이해만을 쫓는다. ·팔 전쟁의 중재와 평화를 위해 군사력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의 아픔은 외면한 채 이스라엘만 지원하는 편파성이 강하다. 이는 미국 내에서 금융 중심의 경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유대인을 의식한 행보다.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다. ·팔 전쟁의 파편이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많은 비판과 결함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최대한 빨리 9·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유는 북한이 하마스식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란다. 울고 싶을 때 뺨 맞은 격으로 아무 상관도 없는 이·팔 전쟁을 한반도 문제에 등치시켜 이익을 얻으려는 얕은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언급한 바 있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지우는 행위에 불과하다. 우상호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통일부 김영호 장관에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이 일어났으니 9.19 군사합의를 파기한다는 태도가 얼마나 큰 모순임을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을 넘어 강력한 한미일 동맹이 북한을 압박해 우리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이러한 명분으로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도 외면하고,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도 눈감아 줬다. 하지만 강력하고 굳건한 미국-이스라엘의 동맹도 이번 비극을 막지 못했다. 중동 지역에서 다른 아랍 국가들을 다 합친 것보다 더 강력한 군사력과 핵무기까지 가진 이스라엘은 결코 평화를 얻지 못했고,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한반도에 큰 문제는 경제다. 실제로 이·팔 전쟁이 일어나자 국제유가는 4% 이상 급등했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4.69% 오른 88.67달러에 거래되었고, 북해산 브렌트유는 4.53% 상승한 배럴당 88.41달러 거래됐다. 반도체는 큰 문제다. 반도체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기업은 인텔이다. 인텔은 전쟁 분쟁지역에서 불과 20km 떨어진 지역에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를 생산하는 대규모 공장 28’을 운영하고 있고, 직원 12,800명을 고용해 이스라엘에서 가장 많은 직원 수를 가진 민간 기업이다. ·팔 전쟁으로 이스라엘 시장에서 인텔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악영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팔 전쟁이 장기화는 고유가고환율에 따른 경제둔화 문제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 입장에서 심각한 문제가 된다. ·팔 전쟁은 고유가고환율 국면이 더욱 장기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고, 무역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에는 분명 악재가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역사 이념논쟁이나 9.19남북군사합의 파기와 같은 시대에 역행하는 엉뚱한 문제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경제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