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 전 호남대 교수

금년 제22회 불갑상사화축제에 대해 35만명이 방문하고 7억여 원의 입장료 수입이 있어 성공했다는 자평이 있는가 하면 같은 시기에 열린 고창 선운사 상사화축제에 비해 방문객 숫자,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은 물론 준비성에 있어 훨씬 못 미쳤다는 혹평도 있다.

상사화만 놓고 보면 불갑사와 선운사는 비교 대상이 되고 어쩌면 수도권과의 접근성 등에서 영광이 고창에 오히려 밀릴 수도 있다. 상사화축제를 한 단계 뛰어넘는 획기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싯점이다. 영광 불갑사에만 있는 역사성, 자연환경과 문화적 스토리를 살려 불갑사를 사시사철 찾아오고 머무르게 할 방법은 무엇인가?

가칭 영광마라난타순례길을 제안한다. 법성포, 백제불교최초도래지, 불갑사, 불갑산, 불갑저수지, 백수해안도로, 원불교 영산성지를 아우르는 약 30Km의 순례길을 만들자. 1600여년 전 마라난타가 법성에서 불갑사로 갔을 것으로 예측되는 순례길을 찾아냄과 아울러 현대사적 의미를 더한 길을 만들자. 제주도 올레길 처럼. 순례자는 물론이거니와 보행 약자를 위해 영광의 전략산업인 e-모빌리티 길도 조성해 모두가 걸을 수 있고, 걷고 싶은 길, 꼭 걸어야만 하는 길을 만들자. 대략은 백제불교최초도래지, 숲쟁이공원, 해안도로, 원불교 태동지인 영산성지, 불갑저수지, 그리고 불갑사로 이어지는 코스다. 이 구간의 일부는 이미 2020년 한국관광공사가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걷는 길로 영광 칠산갯길 3005코스 불갑사길(불갑사-불갑사 관광단지-내산서원-불갑저수지 수변공원영광불갑테마공원 총 15km 코스)11월 걷기 좋은 여행길로 선정했고, 2022년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는 우수 관광지인 인바운드 안심관광지 125에 백제불교최초도래지를 포함시킨 바가 있기에 마라난타길이 조성되면 전국적 관심을 받는 관광여행업계의 핫 이슈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제주도의 올레길, 독일 하이델베르그의 철학자의 길 등과 비교해 손색없는 종교성, 역사성을 지닌 스토리텔링이 완벽한 길이 될 것이다. 황톳길 등 걷기 좋아하는 분들은 물론이고 불교, 원불교 교도는 반드시 걸어야하는 길이 되고, 마라난타가 관련된 국가들 인도, 파키스탄, 중국, 일본 관광객의 방문지가 될 것이며, 불갑사와 법성포 주변에는 머무는 관광지가 조성되는 등 영광의 문화적, 경제적 위상도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올레길이 제주도를 살렸듯이 마라난타 길도 영광의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다.

필자가 영광마라난타길 구상을 밝히자 어떤 분은 마라난타가 법성포에 왔다는 것은 문헌에 의한 고증보다는 추론에 의한 허구일 수 있다며 반대하기도 했지만, 침류왕 원년인 384년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백제에 불교을 전파했다는 검증된 사실을 교과서로 배웠다. 단 마라난타의 최초 도착지가 법성포인지에 대해서는 기록으로 남아있는 근거는 뚜렷하지 않으나 당시의 해류 흐름이나 지명 등 흔적을 더듬어보면 영광이 백제불교 최초도래지임을 증명해주는 근거는 많다. 법성포(法聖浦)는 불법(佛法)을 전하려는 성인(聖人) , 마라난타가 온 포구이고, 불갑사(佛甲寺)는 부처 불(), 첫째 갑(), 부처님을 모신 첫 번째 사찰이라는 의미로 이 땅에서 부처님을 모신 최초의 절이란 의미다. 불갑사가 위치한 불갑산 8부 능선에는 해불암(海佛庵)이 있고, 인근에는 부처님 손자라는 뜻을 지닌 손불면(孫佛面)이 있는데 이는 마라난타가 부처님의 후손이라는 뜻이자 바다를 통해왔다는 것을 상징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백제불교최초 도래지에서 내륙으로 가려면 맨 처음 만나는 곳이 화천리(化千里). 이는 화선동(化仙洞)과 천년동(千年洞)을 묶은 이름으로 화선은 부처님을 믿고 신선처럼 되라는 가르침이며, 천년동 뒷마을이 만년동(萬年洞)인데 이는 부처님을 믿으면 천년만년 복을 누리고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만년동 뒷산을 넘으면 관음당(觀音堂), 염주고개 너머 염주동(念珠洞), 성재동(聖在洞)으로 이어지는데 관음당은 관세음보살님께 어부들의 안녕을 비는 당제를 지내던 당집이 있어 얻은 이름이고, 염주고개는 염주를 손에 들고 불경을 외우며 넘는 고개다. 염주동 앞 성재동(聖在洞)은 성인인 마라난타가 이곳에 머물렀다는 뜻의 지명이다. 이처럼 불교의 법성포 도래지 설을 뒷받침해 주는 곳들을 엮어내면 역사적 스토리가 있는 명품 순례길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 사업에서 경계해야 점은 백제불교최초도래지 사업 당시 일부 종교에서 특정종교에 대한 특혜라며 반대해 진통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마라난타길 조성은 굴뚝 없는 산업인 관광산업과 미래 먹거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영광, 법성포, 불갑사를 편협하게 우리 안에 가두지 말자. 오늘을 사는 영광인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역사, 문화와 자연을 활용하여 지역민과 국민 나아가 세계인들과 함께 향유하며 경제적 유익함도 얻어낼 지혜와 추진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영광마라난타순례길조성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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