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요즘 며칠은 복 많이 받으세요가 핸드폰 문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복은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아니지만 늘상 그래왔다. 복은 있는 것일까. 관념의 대상일 뿐이지만 우리는 복 받기를 바라고 때로는 간절히 원한다. 하지만 누구도 복을 주는 사람은 없다. 마음에서 바라는 혹은 종교적 기원의 현상에 불과하지만 익숙하다. 그래서 우리 동양식으로는 올해도 복 많이 지으세요라는 말을 사용한다. 복은 스스로 짓는 것이지 누가 주는 게 아니다. 여기에 신년이 시작하기 전부터 예고된 이슈의 파장은 지을 복단지까지 일찌감치 엎어버렸다. 어떻게 이토록 답답한 사건 사고가 숨 쉴 틈 없이 벌어지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유시민 작가는 매체를 통해 만일 우리나라가 망한다면 언론 때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순작용과 역작용 중에서 역작용으로 기울어버린 언론을 탓함일 것이다. 연말에 터진 배우 이선균 사건은 좋은 예에 해당한다. 3차 검사까지 모두 마약 음성 판정이 나오자 결국 수사 방향을 선회한 경찰은 공개 출석을 통해 모욕 주기로 들어갔고, 언론은 일제히 관계없는 사적인 녹취록까지 틀어가며 사생활을 유린했다. 그리고 걸출한 배우는 죽음으로 모욕을 벗어났다. 그가 마약을 했는지의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사실이면 벌을 받고 아니면 무혐의 처분으로 끝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본질은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는가이다. 엄밀히 따지면 정권과 언론의 합작품이다.

이어서 다시 독도 논란이다. 누구는 논란이란 말을 쓰지 말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논란이 되지 않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독도는 우리 땅이었고 본래 그랬다. 논란이란 말은 분쟁을 의미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국방부가 논란을 드디어 분쟁으로 점화시켰다. 국방부는 교재에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규정한 것만으로는 부족했던지 모든 교재의 지도에서 독도를 지워버렸다. 국방부 장관을 임명할 당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적극적일 줄 몰랐다. 그는 노무현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입에 담지 못할 막말로 저격한 공로로 장관직을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다음은 윤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다. 이번 일도 알아서 윤 대통령의 마음에 맞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일본에 대한 지극한 마음 말이다. 열불이 나지만 움직이지 않는 국민이 셋에 하나다.

신년을 맞으며 정부가 추락하는 기세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젠 경제와 민생을 넘어 안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상한 것은 북한과의 긴장감을 정부가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위 보수가 정권을 잡으면 안정이 되어야 함에도 오히려 더 불안해짐은 기이한 현상이다. 북한의 실세 김여정 부부장은 최근 우리 정부 특히 대통령을 향해 독설을 날렸다. 주의할 내용은 그가 사용한 언어이다. 공식 합의문에서만 사용하던 대한민국이란 국호를 정식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남과 북으로 구분했던 호칭이 국가 대 국가의 의미로 바뀐 것이다. 다시 말해 통일을 지향하던 동일 민족의 특수 관계에서 언제든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자리매김을 했다는 의미이다. 그동안 막말을 많이 했지만 이번에는 강도가 다르다. 국지전이 걱정되는 발언이다. 안보가 무너지면 살기 힘든 건 서민이다. 대통령 신년사는 작년과 주제가 다르지 않으니 언급할 필요가 없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암살 미수 사건은 그야말로 충격이다. 정치인 테러는 장준하, 김대중, 박근혜, 송영길 등 많았지만 최근 벌어진 이 사건은 가짜 뉴스까지 출몰하며 왜곡의 역사를 조성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목숨까지 위협을 받은 상처를 피부 정도 다친 열상으로 쓰고, 종이칼과 젓가락까지 등장했다. 심지어 정치 쇼라고도 했다. 이젠 추락을 넘어 증오의 정치다. 어디까지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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