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선거철로 접어드는가 싶더니 벌써 눈앞이다. 겨울이 봄에 밀려 물러나고 뜰의 홍매화도 망울을 터뜨렸다. 봄은 이미 곁에 와 자리를 잡았고 함평 대동면으로 바람꽃과 노루귀를 찾아 꽃 촬영을 다녀왔다. 긴 겨울을 털어내고 많은 꽃 사진가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가슴에 쌓인 답답함은 좀체 털어내 지지 않는다. 몇 년 전 유행했던 봄은 왔지만 아직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는 한자성어가 아직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국의 경제가 급격히 어려워지고 정치는 덩달아 어지럽게 급변하고 있다. 이합집산하더라도 기본 생각과 철학은 맞추기 마련이지만, 텐트에 들어갈 사람의 사상과 생각은 뒷전이고 텐트의 크기만 조절하고 있다. 당장 눈앞의 선거가 중요하겠지만 텐트를 나와 새로 입성할 집을 지을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여의도 입성이 중요하다지만 그래도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보여줄 모양새는 아니다. 정치판이 다시 겨울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이유다. 정치인이 되기 위한 소양이 이렇게 참담한 DNA와 밈이라면 국민이 기대할 희망은 없다.

더불어민주당 본 밭인 영광의 특성상 민주당 공천을 향한 예비후보의 문자와 전화가 거의 스팸 수준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정황 보고를 하고 있다. 선거철만의 구애는 익숙하지만 그나마 이번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신인들의 등장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현역이라는 큰 인센티브를 넘어설 신인이 등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인 지방자치 후보에 비하면 아주 참신하다. 물론 군수는 지역 인물이 중심이 되어 치러지는 선거이기에 국회의원과는 약간 다르다지만 물갈이가 거의 안 되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도시와 약간 다른 것이 있다면 학연보다는 혈연과 지연을 우선시한다는 것 정도지만 인지도는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투표 인구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정치 저관심층 노인들의 일차적 선택은 이름도 모르는 인물보다는 익숙한 후보를 우선으로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반백 년 이상 고향을 지키며 느껴온 개인적 경험이다. 현 군수의 상고심이 남은 상태에서 슬며시 움직이기 시작한 군수 입지자가 어느 때보다 많지만 이미 검증을 받았거나 귀에 익은 지역 정치인들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실력이다. 일개 군이라고 하지만 선출된 수장은 오만여 영광군민의 살림을 책임질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는다. 시민 자격으로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았겠지만, 행정의 수반 위치는 일개 분야의 전문성을 훨씬 벗어나기 마련이다. 때로는 수의사가, 때로는 의사가, 때로는 건설업자가, 때로는 행정가가 영광군의 키를 잡았지만 만족하지 못한 이유다. 작은 지자체의 수장이지만 넓은 지식과 인재 통솔력은 필수다. 완장이라는 명예와 사업 인가용의 도장 권력만 원한다면 5만의 군민을 위해 뜻을 접어야 한다. 개인의 욕망이 수만의 시민에게 누가 된다면 이것이 도덕성의 결여. 정치를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하는 것도 좋지만 개인의 지식과 지혜가 우선하지 않으면 대부분 정치 답습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시대와 문물은 무섭게 변하는데 입만 살아서 지식과 지혜를 논한다면 스스로 꼰대가 되고 만다. 우리는 경험 많은 노인 우대 시대를 이미 벗어났다. 불과 십 년이면 새로운 지식이 현재의 지식을 송두리째 들어내고 덮어버린다. 격변하는 시대의 신지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세대가 지도자가 되는 사회는 불행하다. 신시대의 지식은 나이가 아닌 노력이다. 따라붙지 않으면 구시대의 꼰대로 전락하고, 따라붙으면 전 세대와 소통을 이룬다. 현재 윤 대통령 정부가 모든 분야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독선과 오만이다. 몸은 현재에 있고 지식은 80년대를 벗어나지 못함을 본인만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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