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윤 재경향우

4.10 총선을 앞두고 지역 정가가 활기를 띠고 있다. 각 정당 공천이 마무리됨에 따라 후보들은 날씨가 궂은날에도 불구하고 새벽부터 동네 사거리와 전통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저마다 국회에 가면 지역 현안부터 해결하겠다라고 명함을 돌리며 표를 호소 중이다. 선거철 단골 풍경이다. 그러나 막상 선거가 끝나면 다시 조용해진다.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26일 앞으로 다가왔다. 총선 운동장이라 할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체 의석수는 300석으로 변동이 없지만, 지역구가 1석 늘어 254, 비례대표가 1석 줄어 46석이다. 앞서 비례대표 배분 방식은 현행 준연동형유지로 가닥이 잡혔다. 여야의 지역구 후보 공천 작업이 막바지로 향하면서 운동장에서 뛸 선수 면면에 관심이 쏠린다. 바야흐로 유권자의 시간이다.

유권자 선택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그 총합으로 여야 정당 운명도 갈린다. 영혼을 갈아 넣듯 총력전을 벌이는 이유다. 그렇다면 선거제와 선거구, 그리고 후보 공천은 분명 새뜻해야 마땅하다. 새롭고 산뜻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유권자 반응은 영 시원찮다. 선거제와 선거구엔 퇴행과 꼼수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공천을 두고선 친윤불패비명횡사란다. 뼈를 깎고, 껍질을 벗겨내는 것도 모자라 영혼마저 갈아 넣었음에도 평가가 박하다. 입만 열면 국민과 국가 미래를 위한다면서도 당리당략만 좇은 결과다. 식언(食言) 잔치 뒤끝이 개운찮다. 이게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는 퇴행이자 꼼수다. 이 제도 자체야 거대 양당의 대립 구도를 완화하고 소수 정당에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순기능을 인정할 수 있다. 문제는 위성정당이라는 제도적 결함이다. 이를 개선하겠다는 공당의 약속은 말짱 도루묵이 됐다. 꼼수는 선거구 획정에서도 여전했다. 선거 1년 전에 획정해야 한다는 선거법 규정은 휴짓조각이 된 지 오래다. 지역구가 아니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는 민의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권고도 철저히 무시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기득권 사수를 위해 야합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두 당이 곱지 않은 시선을 모르지 않을 텐데, 거침이 없다. 이번 총선 승리에 목을 매는 배경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의 연장전을 우선 꼽을 수 있다. 0.73%포인트, 대선 최소 득표율 격차는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당인 국민의힘 발목을 잡았다. 국회 절대 다수당으로 입법 권력을 쥔 민주당과 대립은 불가피했다.

거대 양당의 극단적 대립 구도 속에 뺄셈 정치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중도층을 흡수하면서 정권교체를 이뤘다. 윤 대통령은 국정 동력의 발판인 국민의힘에서 이런 요소들을 들어냈다. ‘윤석열 아바타논란 속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데 이르렀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 굳히기 과정이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민주당 역대 최고인 77.77% 득표율로 당대표가 됐다. 이 대표 입장에선 검찰 정권의 핍박인 자신의 사법 리스크 극복이 최우선 과제다. 총선은 다음 대선의 발판이다.

민주당은 외교와 경제와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3무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한민국 미래가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위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이를 입법 권력 탓으로 돌리기는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이나 마찬가지다. 이 와중에 소통과 통합 대신 증오와 대립이 판친다. 총선 다걸기는 우리 편을 기반으로 상대편을 누르겠다는 오기 대결이다.

공천 과정에서 이런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 혁신으로 감동을 주는 공천은 빈말이었다. 이재명 대표 사천 논란으로 내전 상태라는 민주당이 심했다. ‘비명횡사’, 비이재명계의 공천 배제다. 이 대표에겐 비명계 반발보다 친명계를 더 챙기는 것이 중요한 일인 듯하다. 국민의힘과 정당 지지도 격차와 특히 호남 지지율 하락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이라고 온전히 박수받을 처지는 아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주창했던 변화 통합 희생구호는 사그라들고 이기는 공천이 대세다. 윤 대통령과 뜻이 맞는 사람은 얼추 원하는 지역구를 꿰찼다는 친윤불패가 괜한 소리가 아니다. 잡음이 덜한 대신 변화도 희생도 없는 ‘3무 공천이란 평가를 귓전으로 흘린다.

전남으로 눈을 돌리면 10개 지역구 유지는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영암무안신안이 공중분해 되고 순천시가 2개구로 분구안이 나오면서 해당 지역 유권자도 선수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2월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마련한 안이지만 총선을 불과 41일 앞두고 정리됐다. 참정권 침해이자 유권자 무시다. 이러고도 표를 달라고 아우성이니 낯도 두껍다.

총선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정권 심판과 입법 권력 심판이란 구도는 유동적이다. 돌발변수는 물론 후보의 인성과 공약을 꼼꼼하게 따지는 건 유권자 몫이다. 후보 선택의 기준이 바로 민심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 그 가운데 하나다. 정치는 말로 시작해 행동으로 끝난다. 정치의 기본은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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