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이다. 4.10 선거라지만 사전 투표는 5일과 6일에 치러진다. 최근 사전 투표율이 급증한 거로 봐선 이번에도 많은 사람이 사전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보통 경제는 경제인에게,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자는 말을 하지만 전혀 맞지 않는 말이다. 모두 국민이 하는 것이다. 정치를 국민 간섭 없이 정치인에게 맡기거나 어느 특정 집단에 맡기면 현재 우리 국민이 겪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대한민국 변화를 짧지 않은 세월 봐온 결과, 정치인이 국가에 끼친 영향은 단기이고 국민의 판단은 길고 두터웠다. 특히 이번에 치러진 민주당의 공천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생각이다. 친여성 대부분 언론은 친명횡재 또는 비명횡사라는 말로 비판했지만 정말 문제가 많았던 여당의 공천은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여당 공천이 현역 물갈이는커녕 특검 방어용 공천이었음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레거시 언론의 작폐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넘어간다손 치더라도 민주당 공천 관련 민주성을 훼손하는 기사는 지면과 영상 그리고 모든 SNS에 넘쳐났다.

이번 민주당 공천에 소름이 돋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위 당직자가 아닌 일반 당원의 손에서 대부분 결정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경선 지역에서 41곳이 당원들에 의해 결정이 되었고 대표와 최고위 등의 개입 즉 단수 공천과 전략 공천 등은 7곳에 불과하다는 결과에서 정치는 국민이 한다라는 공식이 정확하게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탈당하고 나간 의원들 대부분이 경선을 통과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그 결과 탈당파 출마자는 여론 조사에서 거의 바닥을 치고 있다. 탈당할 용기로 경선에 응했음이 훨씬 떳떳하지 않았을까. 이번 공천의 메시지는 아주 단순하고 명확하다. 내부에서 당과 당 대표를 공격했던 의원과 현 정권과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고 싸웠던 의원의 갈림이다. 공천이 당 대표와의 친함이 아닌 실정의 여권과 얼마나 싸우고 있는지에 따른 당원의 선택이었으니 비명과는 어떤 연관성도 찾을 수 없다. 다만 떨어져 나간 의원 대부분은 현 정권이 아닌 자신이 몸담은 당의 지도부 특히 당 대표를 끈질기게 공격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여기서 당원의 신뢰를 잃었고 선택 가능성이 희박함을 느끼고 탈당이라는 정의(?)로운 선택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국민이다.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이를 잠깐 위임받은 정치인이 권력과 벼슬로 생각하는 순간 위임된 모든 권리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가장 강력한 국민의 힘은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한 장의 투표권이다. 그래서 반드시 행사해야 하고 바른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만큼 선택권이라는 투표는 중요하다. 만일 선택권이 상실된 혹은 다른 원인으로 인해 침해를 받았다면 이는 민주주의 훼손이다. 우리 지역은 민주당의 텃밭이다. 인물에 앞서 당이 먼저인 곳이라는 의미다. 과거 지역 갈등이 지금보다 훨씬 심하던 시절, 김대중 대통령은 경상도의 알지 못하는 인물을 정략 공천했고 우리는 기꺼이 당선시켰다. 인물이 아닌 당에 투표한 셈이다. 지금도 별로 다르지 않은 게 지역의 정서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공천에서 지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우를 범했다. 공천이 당선인 지역에서 단수 공천을 주었다는 의미는 지역민의 최고 권리인 선택권을 뺏은 것이다. 왜 하필 우리 지역인지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행히 유력 정치인이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투표의 의미는 되살렸지만, 지역민의 자존심은 이미 무너졌다. 그래도 마지막 권리인 비례당 등의 선택을 위해 투표권을 포기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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