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숨 가빴던 총선 일정이 마무리되고 거대 야당이라는 형식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나왔지만 과정은 다양한 재미를 주었다. 우리 지역에선 예비 후보들에게 주어진 경선 참여의 권리를 일찌감치 박탈하는 바람에 당이 국회의원을 지정하는 현상이 벌어졌고, 단 한 장 주어지는 투표권에 흥미를 잃었다. 이제 당선인은 지역민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답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역대 국회의원들이 대부분 지역을 배제한 자신의 정치 혹은 중앙 정치만 해왔던 게 사실 아닌가. 자신의 임기에 이루어진 모든 사업과 유치 등을 모두 자신의 치적으로 나열하지는 말자. 지방 경제가 돌아가는 기본을 자신의 치적으로 돌린다면 이 또한 무능의 발현이 되고 만다. 최근 30년을 돌아보자. 과연 자신들이 표를 받는 지역, 특히 영광군에 무엇을 해 놓았는지를. 길을 뚫고 건축을 하고 주차장을 늘리고 산단과 농공단지를 만들어 내는 건 어느 시군에서도 기본으로 하는 일이다. 이를 치적으로 삼고자 한다면 그렇게 해도 되겠지만 지역민의 눈높이는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중앙의 큰 정치를 위해 지역 역차별을 감내해 달라는 그럴듯한 변명도 자신의 정치를 위한 구실이었음을 이젠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안다. 이제 위선은 접어두고 진실로 지역민을 위한 정치를 할 때가 되었다.
특히 영광은 수십 년 정치 소외지역이었다. 가장 화려한 정치 무늬를 달고 있었음에도 주위 시군의 꽁무니만 따라다녔다. 요즘 기본 행정이 현저히 뒤지는 지역은 없다. 특성을 살린 축제를 하고 이에 따른 시설과 관광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은 거의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우리 영광에 화가 치미는 건 바로 문화 기반시설이다. 같은 선거구인 장성·함평·담양·영광을 비교해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가장 군세가 작은 함평에도 문화 센터가 있고 공인받은 미술관이 두 개나 있다. 담양과 장성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영광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시설과 운영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다. 인접한 고창은 이미 좋은 시설이 있음에도 다시 매머드급 공공 도서관을 포함한 시설을 건축하고 있다. 부끄럽지만 우리 지역엔 아무것도 없다. 전국적인 추세가 문화 복합 센터로 가고 있음에도 청소년 회관이니 박물관이니 하면서 각개 시설로 계획을 잡아가고 있으니 이 또한 현실과는 많은 괴리감이 있다. 차라리 아무것도 없으니 시작이 편하지 않을까. 문화예술의 부흥은 시너지 효과에서 시작된다. 모든 시설이 한 장소에 모이면 관중은 자연스럽게 관심 분야를 골라 즐기게 되고 여기서 문화적 시너지 효과는 최대가 되기 마련이다. 영광군에 문화 복합 센터는 고사하고 공공 미술관 한 칸도 없다는 사실을 누가 가장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일까. 수십 년 군민의 후원으로 정치를 해온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옳을 것이다. 특히 국회의원과 역대 군수는 영광에서 활동하는 모든 문화 예술인에게 답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4개 군에서 유독 영광 군민만 소외된 문화 시설의 미비에 대해서도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의 전당이라는 공연장만 덜렁 지어놓고 공연을 제외한 모든 문화 분야를 무시해버린 행위는 무지보다 더 나쁜 무관심이다. 다른 지역엔 모두 갖추어진 문화 센터 한 곳도 짓지 못하면서 지역민의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치 소신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이해가 힘들다. 이제 복지는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 먹고 사는 문제를 벗어나면 ‘즐김’이 복지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즐김은 행정으로 창출해야 한다. 지역 삶의 질이 즐김의 문화로 넘어간 게 언제인데 우리 영광은 아직도 이런 글이나 쓰고 있어야 하는지 한심하기만 하다. 이제 영광에도 작은 관심이라도 가져주길 당선인에게 간절히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