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시인

강구현 시인
강구현 시인

혼자서 중심을 잡고 서 있기도 힘든 지경이지만 우성은 거의 초인적인 힘으로 버티고 선 채 지긋이 눈을 감았다.

! 이대로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진작 아내의 말대로 이 지긋지긋 한 뱃일을 때려치우고 도시로 나갔더라면 이토록 허무하게 죽는 일은 없었을 것을!”

물이 가슴팍을 넘어 턱밑까지 차오르자 오송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만 물살에 휩쓸리고 말았다.

아내와 함께 물속으로 나자빠진 우성은 안간힘을 다해 두 팔을 내저으며 수면 위로 솟구쳐 보려 했지만 아내의 두 팔은 마치 오랏줄로 꽁꽁 동여 맨 듯 우성의 두 팔까지 감싸 안은 채 놓아주질 않고 있어 도무지 어떻게 해 볼 재간이 없었다.

이제 숨이 가빠 오면서 우성은 전신이 축 늘어져 옴을 느끼고 있었다. 몇 모금 바닷물을 들이킨 우성은 거의 혼수상태에 빠져 들었다.

우성의 눈앞에는 어릴 적 동화책에서 보았던 바다 속 용궁이 저만치 펼쳐져 보이고 아름다운 인어 공주들이 용궁 앞의 황금이 깔린 길 위에서 우성과 그의 아내를 정중히 맞으며 용왕님 앞으로 안내해 주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백발이 성성한 용왕님은 우성과 그의 아내를 따뜻하고 인자한 미소로 맞으면서, “그래 그 동안 각박한 인간의 세상에서 가난한 어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성실하고 진실 되게 사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너희들의 성실하고 진실한 모습이 가상하기에 오늘 내가 너희 두 사람을 내 곁으로 데려왔느니라하면서 더 없이 따뜻하게 대해 주는 것이었다.

감격에 겨운 우성은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안절부절 하고 있는 데 용왕님은 온갖 산해진미가 차려진 곳으로 두 사람을 데리고 가 배불리 먹게 한 뒤 그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침실까 지 내주었다.

침대에 눕자마자 우성은 전신에 피로가 한꺼번에 풀려오는 것을 느끼며 옆에 누운 아내를 꼭 끌어 안은 채 혼곤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여보 설이 아빠 정신 차려요. 지금 물이 빠지고 있어요.”

아내의 외치는 소리에 놀라 우성이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 보니 정말로 기적처럼 물이 빠지고 있었다. 물이 빠지면서 뒤집혔던 배가 다시 원래대로 뒤집히기 시작했다.

더 이상 이대로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 한 우성은 다급한 마음에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수심은 가슴팍에 물이 찰 정도로 낮아져 있었다.

이제 살았구나.”

하는 안도감에 우성은 아내까지 물속으로 내려오게 해서 옆으로 길게 누워 있는 배를 힘껏 밀어 재껴 똑바로 일으켜 세웠다.

그 육중한 배는 부력 때문에 그다지 애를 쓰지 않았는데도 바로 세워졌다.

ㅡ계속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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