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 김대중재단 영광군 지회장, 전 호남대 교수
올 1월 6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 날을 맞아 김대중재단 주관으로 DJ의 생애와 성취를 되돌아보고 그가 남긴 정신과 가치를 기리는 기념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지난 2월 17일에는 여수 흥국체육관에서 김대중재단 전남도지부 결성식과 기념음악회가 열렸으며 이를 필두로 전남의 각 지방자치단체 별로 김대중재단 발족과 각종 기념사업이 개최될 예정이다.
재단법인 김대중재단은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이며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의 사상과 철학을 계승·발전시키고 업적을 선양하기 위해 작년에 설립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다섯 번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행동하는 양심’을 실천한 투사이자 DJP 연합 등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만든 정치가였다. 또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40여 년의 투쟁 역정 속에서 역사와 시대의 요구에 ‘서생적 문제의식’을 갖고, 민본주의를 바탕으로 ‘상인적 현실감각’을 발휘하면서 자신의 철학과 사상을 세우고 그것을 현실정치에서 실천한 보기 드문 지도자였다.
DJ는 전쟁과 쿠데타, 독재로 얼룩진 한국 근현대사를 딛고 사상 최초로 선거에 의한 평화적 여·야 정권 교체를 이루었고 한평생 자신을 탄압한 정적들을 용서하고 국민 통합을 통해 IMF 외환위기 극복을 이끌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된 IT, 문화 산업의 초석을 놓았으며 인권, 복지, 성평등 분야에서도 큰 진전을 이뤄, 민주적 틀을 갖춘 사회를 만들었다.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으로 남북 화해 협력의 길을 열었고,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한일 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김대중 대통령은 한반도와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평화에 이바지한 시대의 거인이었다.
왜 지금 이 시기에 DJ가 화두로 떠오르고 여야 모두가 DJ 정신의 계승과 발전을 강조하는 것일까? 올해가 DJ 탄생 100주년이 되는 시간적 배경과 1,300만 명이 관람한 영화 ‘서울의 봄’과 다큐멘터리임에도 개봉관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길 위에 김대중’이라는 두 작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간접적 이유라면 직접적 원인은 누가 뭐래도 여야의 극단적 대립 정치에 대한 자성일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작금의 정치권의 행태는 상대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 도를 넘는 비방과 진영논리에 따른 극단적 대립이 일상화되어 대화와 타협의 가치보다 대립과 반목이 난무하고 있다. 정권 교체와 동시에 전 정부 주요 정책들의 보류와 폐기, 보복성 짙은 과도한 수사권의 남용,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등 독단적 국정운영이 일상화되고 배제의 정치가 극심해지고 있다. 언론과 노동 탄압 등 국민의 기본권이 위협받는 상황이 반복되고 남북관계는 강 대 강의 대결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이런 극단적 대결 정치 속에 서민과 취약계층의 경제적 고통은 가중되며 민생은 뒷전으로 밀리기만 하고 남북 간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해와 통합, 상대에 대한 포용과 공존, 민주주의와 평화의 정신을 삶으로 증명해 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소환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치열했던 22대 총선도 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총선은 정부 여당의 불통과 독선에 대한 정권심판론에 국민들이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제 윤석열 정부와 정치권은 이념보다는 민생을 우선하고 상대를 적이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태도 등 민주주의의 기본을 다시 세워야 한다. 즉, 보복과 대립이 아닌 화해와 포용의 상생하는 자세로 국민통합과 민생을 최우선했던 김대중 정신을 반추하며 실천해야 한다. 김대중재단의 역할과 의미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의 구현을 위해 앞장서는데 있다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