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운 시인, 서예가, 전 교장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극성스러우리만치 교육에 몰두하는 나라는 없다. 학교 공부가 끝나면 학원 2, 3개 다니는 것은 보통이다. 이런 우리 교육을 세계 여러 나라들이 부러워할 정도다.

그러나 문제는 사교육비 때문에 가정 경제가 어려워지게 되고 교육에서도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내 아이만은 다른 아이들에게 뒤떨어지지 않게 가르쳐야겠다는 부모의 마음을 그 누가 잘못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숭고하기까지 한 인륜의 현상임에 틀림이 없다.

정종진은 <학부모 교육 특강>에서 우리 교육의 현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우려를 나타내면서 극성은 결코 사랑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부모 자신의 욕심과 기대를 앞세워 자녀의 흥미와 적성을 무시하고, 자녀의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강요하고,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아이들은 영어, 수학, 논술, 피아노, 태권도, 미술 등을 배우기 위해 하루 종일 학원을 전전해야만 한다. 고액 과외를 해서라도 좋은 성적과 높은 점수를 따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면서 우리 아이들에겐 개인의 삶이 없고, 오직 학습만 있다고 한탄한다.

교육이란 마음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열성을 다해도 열성만큼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흐르는 물의 방향을 돌릴 수 있을지언정 되돌리거나 막을 수는 없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부모 마음대로 하면 안 된다.

부모의 생각대로 아이를 인도해서는 안 된다. 아이의 삶을 생각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내 아이는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 생각해보는 것이다. 부모인 나의 행복이 아니라 자녀의 행복이 문제다.

물론 아이들은 사회 경험이 없어 무엇이 중요한 줄을 모른다. 그래서 부모들이 극성을 부리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은 어느 정도 강제해도 좋다. 하지만 아이의 적성과 특성, 성품을 거스르는 일은 나무에 물을 너무 많이 주어 뿌리를 썩게 하는 이치와 같다. 동암문화연구소 이사장인 전혜성은 <생의 목적을 아는 아이가 큰사람으로 자란다>라는 책에서 부모는 방향을 제시하고 선택은 스스로 하게하는 것이 현명한 부모라고 말한다.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이야기가 있다.

아주 넓은 저수지에 말과 소를 함께 빠뜨리면 둘 다 아무일 없이 헤엄을 쳐서 나온다. 말의 헤엄 속도가 소보다 2배 정도 더 빠른데 장마가 지고 물이 빨리 흐르는 강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소와 말을 동시에 넣으면 소는 살아서 나오는데 말은 익사하고 만다. 말은 헤엄을 잘 치지만 강한 물살이 떠미니까 그 물살을 이겨내려고 물을 거슬러 헤엄쳐 올라간다. 1미터 전진하다가 물살에 떠밀려 1미터 후퇴를 반복한다. 20분 정도 헤엄을 치지만 그 자리에서 맴돌다가 지쳐서 물을 마시고 익사하고 만다. 그런데 소는 절대로 위로 거슬러 헤엄치지 않는다. 그냥 물살을 등에 지고 물에 떠내려간다. 저러다 죽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10미터 떠내려가는 사이 1미터 정도 강가로 가까워지며 또 10미터 정도 가면 강가로 1미터가 가까워진다. 그렇게 2, 3킬로미터를 내려가면 드디어 강가에 다다른다. 땅을 딛고 힘차게 올라서는 것이다.

헤엄을 두 배나 잘 치는 말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익사하지만 소는 헤엄에 둔하지만 물살에 편승해서 조금씩 강가로 나와 목숨을 건지게 된다.

물을 거스르면 죽고, 물을 따라 가면 산다는 것이다.

사람은 좋아하는 것을 하면 즐겁고 잘 할 수 있다. 아무리 돈을 잘 벌고 명예가 있다 할지라도 하기 싫은 일을 하면 지옥이나 마찬가지다. 일의 성과도 없다.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하다가 어느 선에 이르면 사고가 난다. 몸이 아프거나 남들로부터 소외되거나 법적으로 상처를 입게 된다.

아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살펴 특기를 찾아주는 것이 진정 훌륭한 부모이다. 부모들은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아이를 관찰하고 대화하면서 아이의 결을 찾아야 한다.

물론 초등학교 시절에 꼭 갖추어야 할 능력을 기르는 데는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한다. 부모가 생각하는 한쪽 방향으로만 잡아끌지 말라는 말이다.

우리 아이들의 세대에는 모든 아이들이 힘들이지 않고 대학을 갈 수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시대가 5년 이내에 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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