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걸 재경향우

 

1년여 사이 한 군인은 급류 속에, 또 다른 군인은 수류탄 훈련 중 그리고 입대한 지 10여 일인 훈련병은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을 도는 군기 훈련으로 숨졌다. 그 죽음을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대한민국 21대 국회는 폐회 마지막까지 반드시 통과돼야 할 민생 법안을 내팽개친 체 정치 공방으로 얼룩졌다.

의문의 죽음을 남긴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법(채 상병 특검법)이 어제 국회에서 재의결 표결에서 부결됐다. 그 정치 공방을 벌이는 동안 또 다른 사병 2명이 어처구니없는 죽임을 당했다. 갓 태어난 자식처럼 돌봐야 할 갓 입대한 신병을 25킬로그램이라는 무거운 짐을 진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돌게 했다니 기가 찬다.

전투 중도 아닌 훈련과 대민 지원작전 중 사병을 죽음으로 몬 건 분명 부대장의 지휘 책임을 물어야 할 사태인데도 이를 묻는 수사단장에게 오히려 항명죄를 묻는 나라에 살고 있다. 군내 사건 사고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위해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도록까지 했는데도 다시 회수해서 이를 넘긴 수사단장은 오히려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누가 봐도 적법 절차를 통해 채상병 순직 전후 상황을 최종 결재권자인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받아 경찰에 넘겼는데 대통령실이 나서면서 회수됐다. 그 과정에서 외압은 없었는지 밝히자고 국회가 나섰지만, 대통령의 거부로 국회에서 다시 재의결에 나섰다. 출석 인원의 3분의 2의 찬성을 얻지 못해 결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진실 공방을 가리게 됐다.

공수처는 대통령·국회의원·법관·지방자치단체장·검사 등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와 범죄혐의를 수사 및 기소할 수 있는 독립기관이다.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이미 채상병 순직 관련 지휘계통의 책임이 있는 피의자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채상병 순직 이후 대통령 및 대통령실과 이 전 장관 사이 전화 통화 기록이 확보됐지만 관련 내용을 함구 중이다. 직속 지휘의 최종 책임자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대통령의 '격노'설을 들었다고 했다. 대통령의 격노는 누구를 위한 격노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격노'나 그룹 회장의 '격노'는 속된 말로 관계자는 옷을 벗거나 사표를 내라는 소리다. 채 상병을 급류 속에 투입하라고 지시한 관련 지휘계통의 책임자들을 피의자로 적시해 경찰에 수사자료를 넘긴 수사단장을 항명죄로 몰아갈 일은 아니라는 것은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것도 국방부 장관의 결재까지 받은 사안에 왜 수사단장을 걸고넘어지는지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행정부에서 일어난 의혹을 입법부인 국회가 나서 객관적인 제삼자에게 진실을 규명해 보도록 하자고 특검법을 발의했지만, 의혹의 대상인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거부했고 국회에서도 여당의 반대로 결국 특검범 재의결은 무산됐다.

무엇이 두려워 그 특검법 재의결을 볼모로 정기국회에서 통과돼야 할 수많은 민생 법안까지 폐기하면서까지 21대 국회를 파행으로 폐회해야 했는지 절망이 엄습해 온다. 국군이 죽음으로 말해도 국군 최고 통수권자나 국회는 답을 피했다. 이러는데 우리가 국군에게 충성을 강요할 순 없다. 전시도 아닌 평시에 죽음으로 내모는데 누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충성을 하겠는가.

부당한 명령과 지시는 결국 군의 사기를 꺾게 한다. 부하의 죽음에 책임지는 군의 모습을 보여야 군의 사기는 회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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