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 전 호남대 교수·(재)김대중재단 영광군지회장
영광은 신령靈에 빛光을 쓴다. 영광으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어디든 어김없이 ‘천년의 빛 영광’이라는 슬로건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염산면에 들어서면 ‘소금산 鹽山’ 방문 환영 글귀를 마주하게 된다. 다시 말해 영광·염산을 합하면 빛과 소금이다. 누구나 이곳이 기독교와 맥이 통한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염산에 있는 우리나라 기독교 역사의 최대 순교지가 바로 77명이 순교한 설도에 위치한 염산교회다. 이곳에서 약 6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야월교회는 65명의 전교인 모두가 순교하고 예배당이 몽땅 불탄 유일한 교회다. 역사성을 지닌 두 순교지 교회를 걸어서 순례하는 것은 기독교인들에게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도 바치는 신앙 최우선의 현장을, 비기독교인들에게는 공산주의자들의 만행을 상기시키는 교육장을 둘러보는 의미 있는 여행길이 될 것이다.
설도는 광활한 평야와 바다로 이어지는 곳에 솟은 언덕으로 한 눈에 확 들어오는, 과거엔 섬이었다. 산책과 휴식의 공간인 설도안강제, 각종 해산물 먹거리가 모여 있는 설도항 횟집들, 젓갈 등 수산물 쇼핑센터로서 젓갈타운, 기독교 최대 순교지의 염산교회를 아우르는 설도 종합 계획이 완성되면 설도는 가고 싶은 서해안의 명소가 되리라. 지금은 부안의 곰소에 내준 우리나라 최대 새우 젓갈타운의 옛 명성도 머잖아 되찾을 것이다.
염산교회에서 1km 떨어진 곳에 둘레가 2km가 넘는 봉양저수지가 있다. 이곳을 농어촌공사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나무를 심고, 맨발 걷기장과 운동기구 등을 설치하면 면민들의 사랑 받는 운동시설과 휴식처가 될 것이다. 봉양저수지 바로 앞이 양일 마을인데 이곳은 소설가 송영의 고향이자 그의 데뷔작인 ‘투계’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투계는 영화뿐만 아니라 뮤지컬로도 만들어진 한국문학 100선에 속하는 유명한 소설이다. 송영이 태어나 중학교 때까지 살았던 생가를 복원하고 이곳에 가칭 송영문학관을 지으면 훌륭한 문화 관광자원이 될 것이다.
양일 마을을 감싸고 있는 뒷산이 봉양산의 끝자락인데 이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봉양저수지, 봉양들, 설도, 향화도, 영광칠산타워, 칠산대교와 칠산바다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평소 산행을 즐기는 내 친구 대영기의 최애 장소이기도 하다. 그는 겨울철엔 광활한 봉양들을 파랗게 뒤덮는 푸른 보리밭이, 가을엔 누런 벼로 덮인 황금 물결치는 들판의 광경은 평생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멋진 풍경이라고 얘기한다. 내가 봐도 각종 드라마나 문학 작품의 무대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라 여겨진다.
봉양산을 오르내리는 길에 맨발 길과 황톳길을 만들면 건강하고 즐거운 순례길이 될 것이다. 봉양산을 넘어 약 4km를 걸으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천일염 생산지의 중심에 속하는 영광군 소유의 염전이 나오는데 이곳에는 천일염 생산 체험장이 있다. 이곳 언저리에 염산의 지명에 맞게끔 소금으로 산을 만들고 터널을 만든다. ‘빛과 소금’에 관한 성경 구절들을 보고 들으면서 소금산 터널을 빠져나와 약 1km를 걸으면 순교 박물관과 수양관이 있는 야월교회에 이르게 된다. 염산교회-봉양저수지-봉양산 자락-군유염전-야월교회에 이르는 약 6km의 이 길이 바로 ‘영광기독교순교지순례길’이 되는 것이다.
이 길은 기독교인들에게는 예수의 제자인 성도로서 실천해야 할 빛과 소금의 역할을 삶 속에서 어떻게 실천해야 할 것인지 깊이 묵상하며 걷는 순례길이 되며, 일반인에게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즐거움을 더하는 건강 에너지 충전의 길이 될 것이다. 영광 관광 활성화에 기여 할 명품 길 탄생을 예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