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활성화는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다. 마을주민 간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주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마을공동체 안에서 신뢰, 소통, 참여, 공감을 함께 실천함으로써 보다 살기 좋은 마을로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용문제, 지방소멸, 소득 양극화, 인구소멸, 고립과 우울 등 다양한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문제까지 해결해나가는 토대가 된다. 본지는 영광군 마을공동체사업 추진과정과 주민들의 변화된 삶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마을활동가가 소개하는 영광의 마을공동체
이번 특집의 주제는 마을활동가이다. 다음주부터는 영광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4명의 마을지원활동가들이 영광군의 마을공동체를 직접 소개하고, 활동가들이 마을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할 예정이다.
2023년 9월 19일 고용노동부 한국고용정보원이 한국직업사전에 추가한 156개의 신규 직업에 마을활동가가 포함되었다. ‘한국직업사전’은 마을활동가를 ‘마을공동체 회복·활성화를 위해 주민 참여를 이끌어 내고 관계를 매개하는 조력자로서 자치·분권 실현과 마을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프로그램, 사업, 행사를 기획, 실행하고 마을조직이나 관련 공간을 구성, 운영한다’라고 정의했다.
영광군에서 마을활동가는 ‘마을지원활동가’라는 이름으로 2021년부터 올해까지 4년째 활동하고 있다. ‘마을활동가’는 마을이라는 무대의 참가자(player), 배우(Actor)이다. 스스로의 의지와 결정으로 마을활동에 참여하고 실행하는 주연배우이다. ‘마을지원활동가’는 주민들이 마을무대에 주연으로 설 수 있도록 돕고, 배우들을 섭외하여 연계하고, 무대를 준비하는 조력자이자 서포터이다. 마을활동가와 마을지원활동가의 차이는 무엇을 위해 활동하는가란 활동의 목적에 있다. 마을활동가는 마을지원활동가의 활동목적까지도 포괄한다.
2024년 영광군에서는 4명의 마을지원활동가가 전라남도마을공동체활동지원사업에 선정된 30개소 마을공동체를 지원하고 연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공모사업 선정 이후 고유번호증 신청·발급, 교부신청서 작성·제출, 보탬e시스템 가입·등록 등 주민리더들이 어려움을 겪는 행정업무 전반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마을공동체 공모사업 추진에 필요한 여러 가지 문서작성, 보고서, 정산, 은행 및 세무업무를 고령의 마을주민들이 담당하기 어렵다.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공모사업 전체 추진과정에 대해 지원하지만, 30개 공동체에서 거의 동시에 추진되는 마을교육, 행사, 마을자원조사, 마을계획수립 등의 다양한 현장을 지원하기에 한계가 명확하다. 주민들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연계하기 위해 마을지원활동가가 마을현장에 꼭 필요하다.
다양한 마을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마을지원활동가의 역량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영광군마을지원단은 해마다 마을지원활동가 선발 후 역량강화교육을 진행한다. 영광군마을지원단은 해마다 4명 정도의 마을지원활동가를 선발하고 운영해왔는데 올해는 마을지원활동가가 전원 교체되었다. 2021년~2023년 활동했던 마을지원활동가들이 이직과 생업등의 사유로 그만두고 새로운 활동가들로 구성되어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지원센터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의 활동으로 마을지원활동가를 지속하기 어렵다. 작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마을활동가를 한국직업사전에 추가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마을활동가가 직업이 될 수 있는지, 직업이 되려면 어떤 것들이 준비되어야 하는지 살펴보자.
한국에서 직업으로 인정되는 조건은 ①경제성: 급여를 벌 수 있어야 한다. ②계속성: 일시적이지 않고 주기적 지속적으로 수행할 역할이 부여되어야 한다. ③윤리성과 사회성: 윤리적 활동이여야 하고,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활동이여야 한다. 현재 마을지원활동가의 직업성을 볼 때 계속성, 윤리성, 사회성의 조건은 충족이 된다. 문제는 경제성의 조건인데 현재로선 생계가능한 만큼의 소득이 불가능하다.
현재 영광군 마을지원활동가의 활동수당은 생업활동 이외에 하는 소소한 알바의 수준이다. 마을지원활동가가 사회적가치에 기여하고 있고, 마을과 주민자치 단위에서 꼭 필요한 인적구성원이라면 장기적으로 생활 가능한 전업활동가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충남 홍성군, 전북 진안군, 완주군에서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했던 ‘마을간사’ ‘광역사무장’ ‘청년마을조사단’ 등의 사례를 영광군에 맞는 형태로 고민해봐야 한다.
마을지원활동가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다양한 경험과 친화력,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 마을공동체 가치철학 등이다. 마을지원활동가가 갖추어야 할 전문성이란 어떤 역량일까?
지난 3월 마을지원활동가 역량강화 교육 2차에서 ‘마을활동가의 자기탐색’이란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여러 질문과 토론이 오가는 자리였는데 그 중에 “마을활동가는 제너럴리스트(다방면에 박식한 사람)인가? 스페셜리스트(특정 업무에 깊은 지식을 가진 사람)인가?” 라는 질문이 있었다. 대부분의 마을지원활동가는 ‘마을활동가는 스페셜리스트이다’ 라고 대답했다. 복잡하고 다양한 마을현장을 지원하고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선 특정분야의 전문가이여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문현답이였다. 아니 정답이 없는 질문이였다. 아니면 모두가 정답인 질문이였다. 마을지원활동가는 제너럴리스트이기도 하고 스페셜리스트이기도 해야 한다. 전체적 큰 그림을 그리고 계획하기 위해선 넓은 시야가 필요하고, 계획의 세부적 실행을 위해선 구체적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하다. 한 사람이 두 가지를 충족하긴 어렵다. 누군가 제너럴리스트의 역할을 한다면 다른 사람은 구체적 실무를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면 된다.
마을활동가에게 자기탐색이 필요한 이유는 스스로를 파악하고 있어야 내가 성장할 방향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표종(指標種)’이란 특정 지역의 환경상태를 측정하는 척도로 이용되는 생물을 가리킨다. 수질오염의 지표종으로 1급수를 대표하는 지표종은 ‘그물강도래’이다.
한 지역에서 공동체활동의 수준을 측정하는 척도는 단연코 지역활동가라고 생각한다. 지역의 여러 방면에서 건강하게 자기분야를 형성하고 있는 활동가군이 있다는 것은 해당 지역의 다양성과 건강성을 입증해준다. 영광의 마을활동가들이 잘 자리잡아 마을과 활동가가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생태계가 되어가길 소망한다.
/영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 사무국장 류일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