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활성화는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다. 마을주민 간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주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마을공동체 안에서 신뢰, 소통, 참여, 공감을 함께 실천함으로써 보다 살기 좋은 마을로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용문제, 지방소멸, 소득 양극화, 인구소멸, 고립과 우울 등 다양한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문제까지 해결해나가는 토대가 된다. 본지는 영광군 마을공동체사업 추진과정과 주민들의 변화된 삶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매향을 하던 마음으로 마을공동체를 만든다

마을지원활동가로 마을을 다니다 보면 마을 어르신들의 옛이야기에 귀가 쫑긋하게 되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그 마을의 풍경만 이야기를 하지만 마을의 역사와 그 속에 서 살아간 민초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소개하는 입암마을은, 지금은 개간되어 마을 앞이 농경지이지만 과거 고려시대에는 바닷물을 통해 조운선이 드나들던 부용창이 있었다. 입암리에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 향나무를 묻는 매향사실을 기록한 입암리매향비(전라남도 지정문화재 2004.09.20.)가 있다. 고려 공민왕과 조선 태종 시기, 두 왕조에 걸쳐 매향했던 사실을 비석 앞, 뒤에 새겨 놓은 매향비는 입암리매향비가 유일하다. 당시에는 부용창의 세곡을 노린 왜구들의 침략이 매우 잦았던 시기였기에 매향을 통해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매향제를 행하는 마음은 마을공동체 만들기의 그 마음과 다르지 않다.

/영광군 마을지원활동가 서승현

 
 

 

입암마을(입암회) 김재성 이장

“매향제 계승하며 마을 기록도 착착”

 

* 입암마을(입암회)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가구 수나 구성원들은 어떻게 되나요?

- 입암리는 입암동 마을하고 마촌 마을이 있고 가구 수는 한 80가구 됩니다. 주민 수는 한 100명 남짓이고 고령화가 되어서 70세 이상이 50%를 넘습니다. 단일 마을로는 좀 큰 마을이고 주업은 벼농사하고 고추, 담배 등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고려시대, 조선시대 초에 현재의 법성포보다, ‘고법성이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관청이 있던 곳이였습니다. 그리고 선진포 나루터가 있어 백수 길용리하고 여기 입암동하고 연결시켜 주었고 선진포 나루터에서 영광이나 백수 염산 함평 사람들이 서울이나 정읍으로 올라갈 때 이쪽으로 다 올라갔다고 합니다.

* 나루터 얘기라든지 예전 지명과 관련된 부분들은 마을에서 진행하는 매향제와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매향제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 매향비가 예전에는 빗독거리라는 곳에 세워져 있었는데 와탄천에 둑을 쌓아 개간을 하면서 지금 논이 됐지만 전에는 여기가 바닷가여서 배를 묶어놓는 돌멩이로 불렀는데 농지정리하면서 그전에 묻혀버린 것을 찾아 목포대학교에 의뢰를 했더니 이게 매향비라고 하고 탁본을 해보니 고려시대 공민왕 때 하고 조선시대 태조 때 매향제를 지냈다고 돌에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매향제는 마을의 번영과 안녕을 위해 불교식으로 제를 지냈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이 매향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2008년도부터 매향제를 재경향우회와 마을주민들이 격년제로 한 8회 진행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집합금지로 단절될 위기가 있었고 2020년도부터 한번 동네에서 간소하게라도 매향제를 지내야 되겠다 생각을 했는데 마을공동체사업을 지원해 매향제를 계속적으로 계승해 나가고 되었고 매향제를 매년마다 4월 둘째 주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 매향제 외에 마을공동체사업으로 무엇을 하고 있나요?

- 첫째 비중이 높은 것은 매향제이고 두번째는 어르신들의 생일상 차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에 고무신에 색칠해서 예쁜 고무신 만들기와 문패 만들기를 하고 있고 올해는 우리마을 영상기록으로 마을에서 잊혀져 가는 것을 영상으로 만들어 편집을 해서 유튜브에 올리는 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수익사업으로 입암마을이 메주콩을 많이 하는데 부녀회에서 매향골메주라는 브랜드명으로 메주 만들기 사업으로 지금 2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 2023년에 마을규약 만들기를 했는데 소개해 주세요.

- 작년에 마을규약을 만들면서 내가 지켜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회의를 했는데 많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중에 내용을 추려서 첫째는 인사를 잘하자. 두 번째 울력에 빠지지 말고 전부 참여할 수 있는 주민들이 되자. 세 번째 평상시 내 집 앞 청소를 잘하고 눈이 오면 적어도 내 집 앞은 치우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마을규약은 어느 마을에나 있고 규약 내용도 엇비슷한데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 규약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 마을공동체사업이 새싹단계로 4년 차인데, 진행하면서 힘들었던 점이나 아니면 좋았던 점을 말씀해 주세요.

- 마을 공동체 씨앗 단계 때는 처음이라 이런 사업이 있구나. 주민들도 몰랐던 걸 알게 되고 준비과정에서는 영광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와 마을지원활동가와의 협의·지원으로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씨앗단계에서 새싹단계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며 기존의 매향제나 영상만들기 등을 성공적으로 했고 추진 중인 매향골메주사업도 준비를 잘하고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 마을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혼자서는 힘든게 사실인데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나요?

- 청년회나 부녀회나 노인회에서도 역할 분담을 해주고 도와줘서 수고를 덜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부녀회장님은 눈빛만 봐도 알 정도로 옆에서 잘 도와주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와 마을지원활동가에게 바라는 점 말씀해 주세요.

- 마을 공동체를 알게 되면 도움이 많이 되고 마을지원활동가와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정보교류를 통해 다른 마을의 사업도 알게 되고 간접경험을 하면서 우리 마을도 이런 거 했으면 좋겠다라는 것도 생각하게 됩니다. 더불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는거 보면 마을공동체사업를 하면서 마을에 변화가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마을에 큰일만 대소사라 그러고 했는데 마을공동체사업으로 1년에 5~6가지 행사를 하면 일할꺼리가 있고 알릴꺼리가 있고 같이 참여할 수 있는 꺼리가 있어서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마을에서 관계의 단절 등이 많이 있는데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관계회복과 같은 긍정적인 부분이 생겼습니다. 마을공동체사업이 5년에서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입암마을도 마찬가지로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