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량면 영촌마을

마을공동체 활성화는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다. 마을주민 간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주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마을공동체 안에서 신뢰, 소통, 참여, 공감을 함께 실천함으로써 보다 살기 좋은 마을로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용문제, 지방소멸, 소득 양극화, 인구소멸, 고립과 우울 등 다양한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문제까지 해결해나가는 토대가 된다. 본지는 영광군 마을공동체사업 추진과정과 주민들의 변화된 삶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영촌마을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누가 뭐래도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잠시 후 우회전~~”

고개를 까딱까딱하며 흥얼거리다 보니, 어느새 묘량면 덕흥리 방면으로 우회전을 하라는 네비게이션의 소리에 오른쪽 깜빡이를 켰다. 벌써 네 번째 방문하는 거라 길도 익숙하고 기분도 편했다. 사람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맺는 것은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섭씨 30도가 넘는 따가운 햇살 아래, 7월 중순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23번 국도를 빠져나와 묘량로를 따라 3km를 더 달리다 보면, 도로의 오른쪽에 나를 저절로 흥얼거리게 했던 영촌마을 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을 절로 일게 하는 마을, 그리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

나는 대한민국 전라남도 영광군의 마을지원활동가다. 지난 몇 년간 안식년 같은 휴식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에게 마을활동가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처음엔 이쪽 분야에 대해 아는 지식도 없고, 무슨 활동을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 망설였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1년간 지켜 보고 나서, 이것이야말로 내가 그토록 하고 싶어 하는 소통의 끝판왕활동이란 걸 알았다. 마을지원활동가는 지식이 아닌, 따뜻한 가슴으로 하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결고리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식어가는 농촌 마을에 따뜻한 온기를 전해 주는 존재 말이다. 각 마을공동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접 가서 보고, 듣고, 가려운 곳이 있으면 긁어도 주고 와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센터에 전하는 일이 마을지원활동가가 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임무이다. 그런데 그 속에서 보람과 재미까지 챙길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묘량면의 북쪽에 위치한 영촌마을은 영양1리의 마을 명칭이다. 참고로 영양 2리는 장동마을, 영양 3리는 당산마을로 불린다. 올해 4월 중순, 마을지원활동가로서 첫 활동을 하기 위해 영촌마을을 방문했을 때,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이런 모임과 활동이 매우 자연스러운 듯 했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2년째 영촌마을의 이장과 공동체 대표직을 동시에 맡고 있는 홍경희 대표님의 마을회의 진행은 마치 회의는 원래 이렇게 하는 거예요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당시 주민자치 교육을 위해 강사로 오셨던 담양군풀뿌리공동체지원센터 양순애 센터장도 영촌마을의 회의를 보고 동영상으로 찍어서 강의 때 모범적인 마을회의의 사례로 쓰고 싶네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영촌마을은 올해 영촌마을회라는 이름으로 마을공동체활동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사업명은 향기나는 영촌마을을 위한 주민화합 프로젝트이다. 물론 이 마을은 그전에도 보조금 사업을 여러 차례 해왔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산어촌 지역개발사업색깔 있는 마을만들기라는 사업을 통해 마을의 모든 담장을 붉은색 흙벽돌로 예쁘게 꾸미고, ‘농산어촌 어울림마을 조성사업으로 마을회관 주변에 화단을 조성했다. 올해도 사업비 1,500만 원을 지원받아 마을 곳곳에 나무와 식물을 심을 예정이라고 한다. 작년 11월엔 영광군 마을공동체 재활력 지원사업으로 갈쿠나무 산행 행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었다. 올해 11월에도 개최할 예정인 갈쿠나무 산행은 예전에 이 마을에서 영광군으로 다니던 옛 장터길을 복원하기 위한 것으로, 물무산 묘량 둘레길이 가을에 누런 솔잎이 쌓여 푹신해진 것을 갈쿠(갈퀴)로 긁었다 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영촌마을 사람들은 향기나는 영촌마을을 위한 주민화합 프로젝트라는 사업명에 드러나 있듯이 화합을 잘한다. 이장님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단순히 참석의 의미를 넘어, 대다수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다. 이것은 마을주민들의 전현직 이장과 마을 대표들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있고, 마을 대표들의 확고한 의지와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마을공동체란 바로 이래야 하는 것 아닌가.

영촌마을회의 홍경희 대표는 우리 마을은 오래전부터 교육열이 높았어요. 지금도 주민들이 무엇이든 열심히 배우려 해요. 그래서인지 예전부터 학자와 공직자도 많이 배출하고, 교육자, 시인, 부군수도 나왔어요. 저희 마을 뒤에 서당이 있는데, 거기서 제사도 지내고 마을분들이 어렸을 땐 공부도 하고 그랬대요. 서당이 있다는 건 교육열이 높았다는 거잖아요. 그리고 여기가 원래는 영성정씨 자자일촌마을이었대요. 시인이자 교육자이신 정형택 선생님도 이곳이 고향이세요. 지금은 불갑에 사시는데, 영광문화원장도 하셨고 지금도 시를 가르치세요. 국어 선생님으로 퇴직하신 후에는 동호회를 매년 운영해서 시인들을 배출하고 계세요라고 말했다. 홍경희 대표님 본인도 동호회 5기라고 했다. 역시 그랬다. ‘영촌마을은, 영촌마을 주민들은 왜 느낌이 다를까?’하는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간단한 표현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고고함(?) 같은 것이 영촌마을 주민에게서 느껴졌다.

영촌마을회는 올해 공동체 활동으로, 지난 5월과 6월에 어르신 문화 활동4회에 걸쳐서 진행했다. 주민들은 전문 강사를 모시고 마을회관에서 스마트폰 활용법을 배우고, 며칠 뒤에 마을주민이 모두 불갑사에 가서 스마트폰으로 직접 사진을 찍어보는 실습을 했다. , 키오스크(Kiosk:티켓이나 음식 등을 판매하기 위한 무인단말기) 활용법을 배우고, 카페에서 음료수 주문하기와 영화관에서 영화표 예매하기를 직접 실습했다. 7월과 9월엔 요귀남(요리하는 귀여운 남자)’라는 요리 교실을 열어, 마을의 남자들이 직접 파스타와 리조또, 토마토김치 등을 만들고 주민들과 나눠 먹는 활동을 2회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11월엔 그동안 진행한 사업들의 영상을 제작 발표하고 전시회를 여는 등 주민들을 모시고 활동공유회를 가질 예정이다.

영촌마을 주민들은 공동체를 위한 일이면 기본적으로 협력하고 봉사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마을을 위하는 일이 곧 자신을 위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깨닫고 실천을 해 온 사람들이다. 그들의 마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오늘날의 향기나는 영촌마을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영촌마을에 있는 특별한 무엇은 어쩌면 꽃보다 아름다운 영촌마을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영광군 마을지원활동가 김해련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