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시인

강구현 시인
강구현 시인

60년이 넘는 세월.

돌이켜보면 지난 날들은

참으로 아름답고, 열정적이었고,

많은 사연들을 만들어낸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아쉽기도 하고,

아팠기도 하고,

후회와 회한(悔恨)을 남기는

그런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문명과,

넘치는 물질의 풍요 속에서

진정으로 사람냄새를 간직한

사람다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세상.

 

그런 세상의 척박함 속에서

그대는

어느 순간부턴가 진().().()

한 인간으로서,

한 여인으로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내 마음 깊숙한 곳에

흠모의 대상으로,

그리움의 대상으로 파고 들어왔습니다.

 

당신을 그렇게 품고 살아오면서도

말 한마디 못하고 혼자만의 아픔을 견디어온

그런 날들이었습니다.

 

당신과의 인연 자체가

내겐 행복한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그 행복한 마음만큼이나

혼자서만 그리워하고 견디어야 하는

아픔의 나날들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 아픔을 더 이상 참지 않으렵니다.

떳떳하고 당당하게 당신에게로 가겠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고 비웃어도

난 부끄럽지 않습니다.

자신이 있습니다.

 

지금 나의 이 마음은

티끌만큼도 삿됨이 없고 거짓이 없는

진실함과 절실함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당신은

내게 있어서만큼은

온전한 한 인간이며

우리들 남은 인생을 함께 가고픈

진정한 벗이요 정인(情人)입니다.

 

이렇게 자신있게 고백을 하면서도

한가지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은

나의 간절한 이 토로가 천에 하나 만에 하나

당신의 순결한 영혼에

티끌만큼이라도 생채기를 남길까?

당신의 인격에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지금 이 토로를 쓰고 있는 바다 위에

밤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를 들으며,

나는 이 순긴도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도

이 밤의 고백을 난 부끄러워하지 않을겁니다.

보고싶습니다.

 

2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자존감을 상실한 사람입니다.

 

상대를 무조건 무시하는 안하무인격

그런 터무니없는 오만함

자신의 생각만이 절대가치라고 착각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자신을 존중할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상대적 열등감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에

타인을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나 애정도 없습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매사에 부정적인 사고로 대처하며,

스스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그 누구에 대한 믿음 또한 없을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어떤 의견도 수긍하지 않으며,

무조건 자기 방식대로의 반론을 제기하고,

꼭 토를 답니다.

그래서

상대의 진실함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러니 주변에 마음 터놓고 이야기 할

진실한 친구가 한 명도 없습니다..

 

나는 그런 사람을 제일 싫어합니다.

 

진실이 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입니다.

상대의 진실을 알고

그 마음을 헤아릴줄 아는 사람은

가장 큰 힘을 가진 사람입니다.

사불범정(邪不犯正).

진실함을 간직한 사람은

무엇보다 큰 힘을 가진 사람입니다.

 

나는 그런 당신이 참 좋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기준에 부합되는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지 못한 탓에

언제나 쓸쓸하기만 했던 내 영혼이

어쩌면 당신에게서 위로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늘 그리워합니다.

보고싶어합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당신 같은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나의 이런 감정들이 유치하다거나,

닭살 돋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의 진심이기 때문에.

 

오늘 이 시간은 0010,

바다를 베고 누워 이 글을 쓰는데

세찬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바람일까요?

 

저 바람소리에서 당신의 숨결을 느낍니다.

 

3

나이가 들어갈수록

당신이 더욱 아름다워지는 까닭은,

 

삶의 굴레라는 악성종양에 시달리면도

끝내 굴복하지 않고 이겨낸

당신의 강인한 자기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쓸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현실적 손익 계산서가 들어있지 않은

당신의 그 맑고 고운 눈동자 속에서

나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얼어붙은 지표를 뚫고 나와

() 속에서도 피어나는 노란 복수초 같이

찬 서리 속에서도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는

한 송이 국화 같이

 

혼자 울고 지새웠을 수 많은 날들,

그 모진 세월의 협박에도 흔들림 없이

삶의 텃밭을 일궈가는

강인한 신념과 의지가 있어

 

나이가 들어갈수록

당신이 더욱 아름다워지는 까닭입니다.

 

나는 지금

당신의 그런 아름다움에,

당신이 키워낸 삶의 향기에

흠뻑 취해있습니다.

 

찬서리 내리는 신새벽 0356

칠산바다 언저리

갯고랑으로 밀려들오는

저녁 조수의 도란거리는 속삭임을 들으며

이 시간도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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