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사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곽일순 사진가·수필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코로나까지 겹쳤다. 코로나는 8월 말을 기점으로 주당 35만 명을 넘어설 거라는 예측이다. 작년의 최고 유행 수준이다. 문제는 정부의 대응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처를 보였던 정부였던 만큼 믿어야겠지만 정작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일단 감염이 되면 자가 진단이 필요하기에 진단 키트의 원활한 공급은 필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거의 자가 부담으로 돌아오는 상황이고 그나마 모든 경비가 치솟았다. 그래서 병원의 진단을 받지 않는 환자가 속출하고 진단을 받으면 코로나이고 받지 않으면 그냥 감기로 넘어간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주당 35만 명 감염 숫자는 그래서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까지 겹치니 즐거운 명절은 이미 물 건너갔지 않나 싶다. 여기에 무너지는 의료 시스템은 국민을 불안한 명절로 몰아넣고 있다. 영광군은 그나마 양대 병원의 영향으로 큰 위기는 없을 거라는 예상이지만 도시의 큰 병원들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소문이다. 사람에게 가장 큰 불편은 아플 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급하게 찾아가는 응급실이 거의 마비 상태라면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정작 이를 해결해야 할 정부는 팔짱을 끼고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의사 증원 2천 명을 툭 던져 놓고, 무관심이다. 전공의 협회는 7개 요구 사항을 제시하며 협상을 시도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의대 수업이 6개월 이상 연착되고 있다는 심각함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만일 내년에 정부안대로 1,500명 의대생이 증원되고 올해 수업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내년으로 몰린다면 7,500명 학생이 의과 수업을 받아야 한다. 현재 강의실 수요는 3천 명이고 교수 역시 그에 맞춰져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일반 학과는 일 년 15학점 이수면 되지만 의과는 90점을 이수해야 한다. 올해는 이미 유급이 확실하고 내년에 함께 학점을 따야 한다면 무려 180학점을 따야 한다. 가톨릭 의대 김성근 교수는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특히 7,500명이 수업을 받아야 하는 내년에 가장 심각한 것은 장소도 문제지만 가르칠 교수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개업 의사의 개업일을 모두 경력으로 잡아주고 교수로 임명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아무리 급해도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의료를 저질로 만들 것이 확실한 정책은 너무 무책임하다. 다른 계획은 간호법 개정이다. 야당에서 작년에 의결했던 간호법이다. 당시 여당은 협의할 수 없는 법안이라며 모두 퇴장해버렸고 야당 단독 의결한 해당 법은 대통령이 단칼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런데 이제 총리가 앞에 나서 간호법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이 역시 당장 앞에 닥친 의료 난제의 해결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일 년의 의료와 의대 공백은 향후 10년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군의관과 공보의는 국가 시스템의 일부다. 공백기는 이들 시스템에 당장 1,200명의 인력 부족을 만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가장 큰 의문은 정부의 무대책이다. 올해도 이미 후반기인데 내년에 집중될 의대 수업을 위한 준비도 대책도 경비도 전혀 거론이 없다는 것이다. 이쯤이면 그냥 지켜보자는 막장 정치다. 애초 2천 명 증원 계획도 아무런 근거 제시도 없이 그냥 던져 놓은 정책이라니 할 말이 없다. 현재 의대별 정원 확충 현황도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고 한다. 의사 공백이 발생하면 대책으로 국가에서 전세기를 내준다고 한다. 외국에 가서 진료를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응급실에 경증 환자가 찾아오면 본인 부담금을 올리겠다고도 한다. 이젠 경증과 중증도 환자가 판단하고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밀어붙여서 의사의 항복을 받겠다는 것이겠지만 그 전에 의료 체계부터 무너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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