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면서생 영광군민
사막에서 가장 귀한 건 ‘물’이다. 물질 본연의 가치를 넘어서는 희소성이라는 측면에서 그렇고, 생명유지와 직결되는 그 기능 측면에서도 물보다 귀한 건 없다.
영광 지역의 군수 보궐선거가 채 2개월도 안 남았다. 후보난립으로 들썩이는 현시점에서도 여전히 영광 군민들은 갈증을 느낀다. 후보들의 공약이 난무하고, 각 후보의 호소문자가 쌓이면 쌓일수록 갈증은 심해진다.
‘물’이 없다. 희소성과 기능을 채워줄 ‘품격과 자격’의 결핍에서 오는 목마름이다.
영광군수의 품격과 자격은 어디에 있을까.
보궐선거에 입후보한 각 후보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모두가 최소한 지역사회의 리더이자, 명망 있는 인물들임을 자인한다.
사회적 리더에게는 일반 군민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더 큰 사회적 책임, 도덕적 책임 그리고 그에 따른 실천적 책임이 따른다.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종만 영광군수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 판결하고, 그에 따라 당선무효가 될 때까지, 2년여의 시간 동안 ‘리더’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잘못됨의 질타나 옳고 그름에 대한 지적은 물론, 최소한의 자성의 목소리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 기간 동안 ‘리더’들은 혹시 있을 보궐선거에 대비해 물밑에서 얼굴알리기에 급급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책임 나아가 개선의 의지가 오늘의 시작이다. 오늘의 시작이 있어야 비로소 미래도 꿈꿀 수 있다. 하지만 영광엔 ‘오늘’이 없다.
거부권을 박탈당한 보궐선거의 시계는 여전히 흐른다. 리더로서의 자격 논란을 넘어 그들이 제시하는 비전이라도 들여다봐야 할 시간이다.
보궐선거에 입후보한 모든 후보자의 공약과 비전은 한마디로 ‘꽁돈(공돈)의 잔치’로 귀결된다.
‘군민 지원금 000’ ‘기본소득제 공약’ ‘에너지기업유치와 이익공유’ ‘무상복지’ 등등 입후보자들이 내건 핵심비전의 핵심은 공돈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후보 간에 매표행위로 간주해 고소·고발도 이뤄지고 있다.
혈세에 기반을 둔 제로섬게임이다. 비전도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조삼모사식 구애만이 난무한다.
입후보자들의 눈에는 진정 발등에 불이 보이는 않는 걸까.
영광의 대표 특산물인 영광굴비의 ‘영광’도 이제는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연안 수온 상승 등의 이유로 물량 부족을 겪으면서 지역 특산품으로서의 아성도 흔들리고 있다. 품질개선과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등급제 도입 등 전반적 브랜드 제고에 대한 고민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일본의 해양오염수가 향후 4~5년이면 국내 연안에 도착한다. 하지만 해양수산물과 염산 천연염전의 비중이 높은 지역임에도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 대책 마련은 요원할 뿐이다.
관광영광의 경쟁력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다른 지역에 밀리고 있음을 체감한다. 하드웨어 중심의 1차 자원에 매몰된 발전론과 경직된 행정은 3, 4차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내세운 타 지자체에 비교하면 여전히 7, 80년대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번 영광군수 보궐선거는 ‘공돈 잔치’를 내세운 품격과 자격을 찾아볼 수 없는 ‘리더’들만의 리그로 흘러가고 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상석하대(上石下臺)의 다름 아니다.
보궐선거에 대한 거부가 거부당할 수밖에 없다면, 마지막 희망은 사막지층 깊은 곳에 존재할 ‘물’길의 움직임이 유일한 대책이다. 영광 군민 스스로가 ‘물’이 될 수밖에 없다. 지층을 뚫고 뿜어져 나와 영광의 오늘과 미래를 제시하고 선택할 수 있는 주권이 실현되길 소망한다.
